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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펙스 레전드로 본 배틀로얄의 ’미래‘
송진원 기자 | 승인 2019.02.18 15:13

국내 게임 시장에서 배틀로얄 장르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앓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이후, 신작들을 비롯한 여러 게임들이 배틀로얄 요소를 콘텐츠로 기용했지만 눈여겨볼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부진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흥행작의 양산형에 가까운 천편일률적인 게임 방식과 정서에 맞지 않는 배경 등이 문제로 지목되면서 장르 자체의 콘텐츠 파워가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거론됐다. 

이처럼 신작에 대한 기대감보다 피로감이 높은 상황이다 보니 에이펙스 레전드의 첫인상 또한 그리 좋지 못했다. 배틀필드, 앤썸, 스타워즈 등 FPS라면 일가견이 있는 EA의 서비스작이지만 ‘타이탄 없는 타이탄폴’이란 한 마디는 IP(지식재산권)의 가장 큰 매력을 스스로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배틀로얄의 무대인 ‘킹스 캐니언’에 타이탄의 부재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버려야 보인다’라는 말처럼 거대 로봇을 배제한 자리에 ‘레전드’와 시스템을 채워, 소위 ‘배그워치’라 불리는 에이펙스 레전드만의 배틀로얄을 완성했다. 

룰은 기존 배틀로얄 게임과 동일하다. 줄어드는 전장에서 최후의 1팀이 남을 때까지 살아남는 것. 유저는 3인 1팀으로 전장을 누비며 아이템을 수집해, 만나는 상대를 모두 제압하면 된다. 승패에 별다른 조건도 없고, 수많은 팀이 한 전장에 투입되는 만큼 게임 방식 역시 여타 작품처럼 약육강식의 규칙을 따른다. 

방식만 보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배틀로얄이지만 ‘생존’에 주목한 전작들과 달리 에이펙스 레전드는 ‘팀플레이’에 주목했다. 서로 다른 패시브, 전술, 얼티밋 스킬을 보유한 8명의 레전드는 능력에 따라 공격, 지원, 수비, 정찰 4가지 역할군으로 나뉜다. 3인 팀 기준으로 유저들은 겹치지 않는 선에서 레전드를 선택해, 조합을 구성해야 한다.

킹스 캐니언에는 최대 60명의 레전드가 참가하며, 수송기에서 팀원 중 한 명이 ‘점프 마스터’를 맡아 최초 착지 지점을 결정할 수 있다. 참가 인원에 비해 맵 크기가 작고, 슬라이딩과 파쿠르를 지원해, 이동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낙하 피해량도 없어, 사방이 적으로 둘러쌓인 불리한 상황일지라도 비교적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다. 

작은 맵 사이즈와 레전드의 이동속도가 더해지면서 게임의 흐름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 배틀그라운드의 ‘사녹’처럼 곳곳에서 총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투기장 콘셉트에 걸맞게 게임 상황은 인게임 방송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유저들에게 중계된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지만 에이펙스 레전드의 본질은 배틀로얄보다 오히려 대전격투게임의 재미와 흡사하다. 우선 에이펙스 레전드는 팀 내 레전드가 교전에서 사망해도 배너를 회수한다면 특정 장소에 위치한 비콘에서 부활할 수 있다. 배틀로얄 특유의 긴장감이 죽음에서 비롯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존 작품들과 다른 재미를 추구한 셈이다.

또한 레전드의 능력 발동과 체력 회복이 상당히 수월한 편이라 여타 FPS처럼 순간의 실수가 허무함으로 연결되는 일이 적다. 전장 내 실드 회복 아이템이 넉넉한 편이고 라이프라인의 D.O.C 치유드론, 지브롤터의 보호의 돔 등이 있어, 일반적인 교전은 오버워치의 한타 양상과 비슷한 전개로 진행된다. 

무엇보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핑 시스템은 전투 상황에서도 대화를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체계적으로 구성됐다. 간단한 이동 명령을 시작으로, 전리품 획득, 적 흔적 발견, 감사 인사 까지 마우스 하나로 해결해, 전에 없던 강력한 범용성을 발휘한다. 실제로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해외 유저와 팀을 이뤄도, 전술적인 지시를 주고받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으며 아이템 분배 시 기본적인 감정 표현까지 가능했다. 

이처럼 에이펙스 레전드의 팀플레이 시스템은 초보 유저라도 쉽게 익힐 수 있는 수준이지만 FPS 요소만 놓고 보면 상당히 어려운 축에 속한다. 무기에 따라 거리별 탄도학이 적용돼,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도가 필요하며 지브롤터와 발갈로르의 얼티밋 스킬이 겹칠 경우 타이탄의 공습을 방불케 하는 대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배틀그라운드나 포트나이트 등 기존 배틀로얄 흥행작들이 현실성과 캐주얼에서 워낙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다 보니 에이펙스 레전드의 존재감이 다소 희미해 보일 수 있다. 게임의 특징 역시 오버워치를 비롯한 기존 FPS 게임에서 본뜬 듯한 유사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에이펙스 레전드가 장르의 미래로 지목되는 이유 또한 이러한 대중성에 있다. 레전드의 특수 능력과 부활뿐만 아니라 핑 시스템과 전략 위주의 팀플레이는 배틀로얄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건의했던 시스템들이다. 여기에 게임 특유의 빠른 경기 템포까지 더해지면서 EA식 배틀로얄은 마니아적 이미지보다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갖추게 됐다. 

비록 유혈 표현과 피니시 무브의 폭력성으로 인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에이펙스 레전드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현재 정식 출시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PC방 점유율 10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향후 서비스에 따라 기존 스테디셀러를 제치고 순위권에 접어들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미 수많은 배틀로얄 게임들이 ‘생존’하지 못했기에 에이펙스 레전드의 흥행 역시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유저들의 선택에 따라 또 하나의 배틀그라운드가 되거나 이름 모를 게임처럼 조용히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에이펙스 레전드가 기존 배틀로얄 유저들이 원했던 방향을 제시했음은 분명하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독창적인 시스템보다 핑 시스템 같은 기본적인 기능이 오히려 게임의 차별화 포인트로 거듭났다. 비록 배틀그라운드나 포트나이트에 비해 개성이 부족할지라도 에이펙스 레전드가 제시할 배틀로얄의 ‘미래’는 대중들에게 보다 높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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