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임에도 불구하고 ‘두 유 노(DO YOU KNOW)’로 시작하는 질문 형태는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유명하다. 

젊은 세대의 신조어는 아니지만 한국을 방문한 유명인들이 통과하는 일종의 ‘관문’이자 밈(meme)으로 사용 중이다. 

이러한 밈은 외국인에게 국내 문화를 알리는데 사용되는데, 게임계에서는 해외 게임사가 역으로 한국인 캐릭터를 국내에 소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전부터 한국 출시를 기념해, 스킨이나 맵 등을 제작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한정 캐릭터를 넘어 메인 스토리에 참여하는 주연급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창작 캐릭터가 출신에 따른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인 캐릭터의 등장은 해외 유저가 한국을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두 유 노’의 해답을 캐릭터로 제시한 셈이다. 

그동안 등장했던 한국인 캐릭터를 중점으로 ‘중국-무도가’, ‘일본-사무라이’, ‘미국-총잡이’처럼 해외 유저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 카테고리로 묶여있는지 간단히 정리해봤다. 

심지 굳은 ‘컴퓨터 Nerd’

과거 국내 선수들이 WCG를 비롯한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었던 탓일까. 자국의 전통문화와 연결된 해외 캐릭터와 달리 게임 속 한국인 캐릭터는 ‘송하나’, ‘도깨비’를 필두로 최신 전자 기기와 친숙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프로게이머 출신인 디바는 컨트롤 스킬을 살려, 메카에 탑승하고 도깨비 역시 뛰어난 기기 활용 능력으로 레인보우 식스 팀에 합류했다. 

이러한 한국인 캐릭터의 해석은 국내 유저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다. 정부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이나 듀유노 시리즈의 주인공은 대부분 ‘불고기’나 ‘한복’ 등 전통적인 아이템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해외 게임사들은 송하나와 도깨비에게 오히려 세련되고 얼리어답터 속성을 부여함으로써 전통적인 속성만큼이나 한국의 IT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어떻게 보면 동양인과 Nerd 콘셉트의 단편적인 결합처럼 보이겠지만 두 캐릭터의 배경은 복합적인 한국의 정서를 그대로 표현한다. 

송하나는 정부 'MEKA' 부대 소속으로 옴닉의 공격으로부터 나라를 지킨다. 언론매체는 임무 과정을 손쉬웠다고 보도하나, 정작 송하나의 주변 팀원과 기체는 격렬한 전투로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TV 속 송하나는 e스포츠 선수로서 화려한 조명을 한 몸에 받지만 정작 본인은 정비실에 남아 다음 전투를 위해 기체를 정비하고 있다. 

블리자드의 벤 다이 디렉터는 단편 애니메이션 ‘슈팅스타’를 통해 “스포츠 스타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디바의 책임감을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도깨비 역시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두뇌와 신체능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왔으나 주변 인물로부터 사회에 순응하도록 강요받아왔다. 레인보우식스팀에 합류해 도깨비라는 이름을 얻은 이후에도 그녀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다.

두 캐릭터 모두 상당히 피곤한 상황에 놓여있음은 분명하다. 한 쪽은 슈퍼스타로서 사람들의 기대에 충족하고자 희생하며, 다른 쪽은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사선에 발을 디딘다. 하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회피해도 될 일임에도 개의치 않고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어떻게 보면 그 책임감의 차이가 외국인이 평가하는 해외 Nerd와 국산 Nerd의 차이점일지 모르겠다. 

화려함의 끝을 달리는 ‘태권도’ 

‘대전 격투 게임’과 ‘한국’의 교집합은 두말할 필요 없이 ‘태권도’다. 물론 ‘택견’이나 ‘국궁’ 등 태권도와 함께 내려온 다른 전통 무술도 많지만 ‘김갑환’으로부터 시작된 한국인 격투 캐릭터의 계보는 태권도로부터 시작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 적 태권도를 수련해본 유저라면 알겠지만 게임 기술과 실제 수련 동작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손’ 기술의 비중이다. 다른 무술처럼 태권도 역시 정권 지르기, 상단 막기, 손날치기 등 상체를 활용한 기술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손기술들은 실전 활용 여부를 떠나, 품새와 시연 등에서 태권도의 절도 있는 모습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반면 대전 격투게임에서 한국 태권도를 상징하는 김갑환의 발기술은 화려함을 넘어 곡예에 가까운 움직임이다. 게다가 손보다 움직임도 크고 사거리 또한 넓다 보니 태권도 초필살기의 트레이드마크인 ‘봉황각’처럼 일반적인 기술보다 더 역동적이며 위력적으로 보일 때가 많다. 

이러한 특징에서 해외 유저가 인식하는 태권도의 특징은 동(動)적인 속성을 많이 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갑환뿐만 아니라 화랑, 한주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맞으면 손보다 발이 훨씬 아픔에도 기술 자체의 피해량보다 높은 민첩성과 연계기를 기반으로 한 테크니컬 플레이를 특징으로 잡았다. 

또한 무술 스타일과 반대로 시전 캐릭터의 성격이 극단적으로 다른 것도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격투 게임 계 이름난 정의 마니아인 김갑환과 달리 한주리는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투광 그 자체다. 

두 캐릭터의 성격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같은 태권도 스타일을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기술 스타일도 다른 부분이 많다. 한주리는 장풍 계열이 없는 우직한 김갑환과 달리 ‘풍파인’으로 다양한 상황을 아우를 수 있으며 봉황각과 다른 장풍계 필살기 ‘살계풍파참’ 등으로 게임 속 태권도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외국 게임사가 태권도의 실제 모습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을지 모른다. 순수하게 무술을 사랑하는 유저 입장에서 게임 속 태권도의 모습은 절도 있는 모습과 다소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다양한 무술이 등장하는 게임 속에서 화려한 발기술로 정의되는 태권도의 특징은 가라테나 소림무술로 설명하기 어려운 뚜렷한 개성이다. 다소 와전된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화려한 기술이야말로 해외 개발사가 느낀 태권도의 개성임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만한 부분이다. 

한국인의 패시브 스킬 ‘과학’

게임 속 나라의 특징을 논할 때 ‘문명’ 시리즈를 빼놓고 이야기할 유저는 아마 없을 것이다. 1991년 첫 출시 이후 총 6편의 시리즈가 출시된 가운데, 국내 문명 유저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타이틀을 꼽자면 십중팔구 ‘세종대왕’으로 유명한 문명5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던 고증을 반영한 듯 문명5의 세종대왕은 한 손에 책을 들고 용상에 앉은 근엄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물론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로 대변되는 특유의 어조로 인해, 위엄이 다소 무너졌지만 압도적인 과학력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위상은 중후반부 운영의 패왕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국의 고유 유닛 화차는 동시대 타 문명과 비교했을 때 오버 테크놀로지에 가까운 성능을 발휘한다. 트레뷰셋을 대체하면서 공성에 필요한 도시 공격 보너스는 없지만 2배에 가까운 원거리 전투력으로 소위 ‘우주방어’식 수비 전술을 펼칠 수 있다. 

때문에 조선을 상대하는 타 문명은 연구력에 속도가 붙기 전 제압하려 하지만, 조금이라도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면 남들 머스킷 쏘는 시대에 소총병을 끌고 나타나는 세종대왕을 알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세종대왕이 한국인의 과학 마니아 속성에 ‘빛’이라면 ‘바이오쇼크’의 이수종은 과학의 비윤리를 상징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주요 아이템인 강화제와 이브를 개발했으며 바이오쇼크의 표지모델인 빅 대디까지 설계한 천재임에도 불구하고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유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수종은 악인이긴 하지만 스테레오 타입에 가까웠던 한국인 전문가 캐릭터 패턴에 입체감을 더한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송하나나 길티기어의 금혜현처럼 한 분야에 정통한 게임 속 한국인들은 그에 따른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갖춘 경우가 많았다. 

물론 도덕적인 관점에서 송하나와 금혜현의 손을 들 수밖에 없었지만 양산형에 가까운 ‘캔디’ 스타일 주인공은 고질적인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때문에 해외 개발사가 보여준 이수종의 행보는 자극적이지만 2차 세계대전과 중일 전쟁을 거친 한국인의 입체적인 면모를 새롭게 해석한 데 있어, 큰 가치가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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