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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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다. 모바일게임이 국내 게임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전투’와 관련된 이야기다.

자동전투의 관점은 명확하게 2가지로 나뉜다. 우선, 자동전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드러나는 조작의 한계와 피로감으로 인해, 자동전투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모바일의 경우 PC나 콘솔 같은 플랫폼에 비해 조작이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작은 화면을 오래 보고 있을 경우 느껴지는 피로감은 모바일게임을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특히, 작은 화면에 다른 플랫폼 수준의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자동전투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들은 “자동전투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동영상을 보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즉, 상호작용이 없는 게임은 다른 시각적 콘텐츠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게임은 분명 다른 시각 콘텐츠에 비해 유저가 개입하고 상호작용할 부분이 많으며, 이는 일반적인 콘텐츠에 없는 게임만의 경쟁력이 된다. 때문에 '자동전투의 도입은 게임만의 매력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의 차이는 각각의 유저들이 느끼는 재미의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자동전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유저는 자신의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반대로 반감을 갖는 유저는 전투 자체를 즐기는 ‘조작’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저가 어떤 부분에 가치를 두고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실제로 자동전투를 도입하고도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나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같은 게임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나 하운드 13의 ‘헌드레드 소울’처럼 자동전투를 배제한 게임도 시장에서 충분한 결과물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자동전투를 단순히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해치고 모바일게임에서 사라져야 하는 순수 ‘악(惡)’으로 보기보다는, 어떤 게임에든 사용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옳은 판단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자동전투에 대한 유저들의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개발사들 역시 이러한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자동전투와 수동전투의 밸런스를 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전투와 수동전투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효율성’에서 비롯된다. 당연하게도 자동전투를 활용하면, 수동전투에 비해 쉽고 빠르게, 피로감 없이 성장이 가능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동전투 기능이 있음에도, 유저들의 선택지가 하나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현상을 가져왔다. 

특히, 대부분의 자동전투를 지원하는 게임들이 해당 기능의 효율을 낮추기보다 수동전투와 자동전투가 필요한 콘텐츠를 구분하는 형태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예를 들어 대규모 진영전 같은 RvR 콘텐츠나, 실시간 PvP 콘텐츠는 수동전투로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최근 출시된 모바일게임은 과거에 비해 수동전투에 적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일례로, 위메이드의 이카루스M은 수동전투를 활용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스킬을 추가해 전투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4월 출시를 예고한 넥슨의 ‘트라하(TRAHA)’는 수동전투의 메리트를 보다 파격적으로 설정했다. 트라하는 지난 지스타에서 공개된 버전을 기준으로 각 무기별로 5개의 스킬을 슬롯에 배치할 수 있으며, 원하는 스킬과 강화 효과를 선택 및 교체할 수 있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그중 일부 스킬은 사용 후 타이밍에 맞춰 다시 한번 스킬을 사용하는 ‘타이밍스킬’과 누르고 있을 때 지속 효과가 발동되는 ‘홀드스킬’로 구분되는데 기본 스킬에 비해 더 큰 데미지는 물론, 자동전투에 비해 2~3배에 달하는 경험치를 제공하는 등 다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처럼 게임사들은 자동전투라는 ‘양날의 검’을 활용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자동전투가 단순히 편의성을 위한 장치가 아닌 유저의 경험과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 등 복합적인 부분이 얽혀 있기 때문에 정도(正道)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발전적인 모델을 유저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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