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엘 전장’은 로스트아크의 첫 번째 길드 콘텐츠다.
  
로스트아크의 길드는 그동안 단순히 존재만 했을 뿐, 길드원이 함께 콘텐츠를 즐기거나 소속감을 느낄만한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았다. 때문에 서비스 약 2달 만에 처음으로 출시된 길드 콘텐츠인 실마엘 전장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하지만 실마엔 전장이 추가된 지 2주가 흐른 지금, 실마엘의 전장은 유저들의 실망만을 남겨놓은 콘텐츠가 되었다. 무엇이 지금과 같은 현상을 만들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업데이트의 ‘순서’다. 물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MMORPG가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선순위 설정이 잘못됐다. 신규 콘텐츠를 업데이트할 것이 아니라, 모든 콘텐츠에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의 ‘밸런스’를 우선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실마엘 전장은 강력한 몬스터를 누가 더 빠르게 처치하는지 겨루는 ‘토벌전’과 특정 거점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실시간 PvP ‘길드 대전’으로 구성된다. 즉, 두 콘텐츠 모두 ‘경쟁’의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유저라도 ‘공평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준비 과정이 없었다. 실마엘 전장이 출시될 당시 PvE 콘텐츠는 시너지스킬을 보유한 클래스인 ‘배틀마스터’, ‘바드’, ‘버서커’, ‘기공사’ 등이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아르카나’와 ‘워로드’ 정도가 뛰어난 스킬 구성과 효율을 바탕으로 선호되는 클래스다. 
  
PvP 밸런스 역시 마찬가지다. ‘워로드’, ‘디스트로이어’ 등의 근접 클래스를 비롯한 몇몇 특정 직업군을 제외하면, ‘증명의 전장’이나 ‘메데이아’, ‘그릇된 욕망의 섬’ 등의 PvP 콘텐츠에서 드러나듯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 같은 밸런스의 불균형은 자연스럽게 길드에서 특정 직업군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상을 자초했고, 몇몇 직업군은 길드에 가입해있음에도 해당 콘텐츠를 즐길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

특히, 길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길드원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제한된 인원이 참여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PvE 혹은 PvP 콘텐츠에 부적합한 클래스는 배제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길드원이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의미가 퇴색되는 결과를 낳았다.
  
다만, 업데이트로 ‘호크아이’와 ‘서머너’, ‘디스트로이어’를 비롯한 일부 PvE 콘텐츠에서 약세를 보였던 클래스가 상향되고, 일부 시너지스킬을 보유한 클래스의 효율이 조정되면서 PvE 밸런스의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 산재한 상황이다.
  
여기에 ‘배틀아이템’이 콘텐츠 자체의 재미를 해쳤다. 사실 실마엘 전장의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길드 대전은 각종 거점을 활용한 전략적인 전투와 끊임없이 발생하는 국지전으로 다대다 PvP의 재미를 구현했다. 
  
실제로 플레이해본 결과 비슷한 수준의 상대가 매칭됐을 경우, 치열한 접전 끝에 간발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등 전략과 유저의 피지컬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틀아이템의 높은 효율은 로스트아크가 준비한 콘텐츠의 매력을 퇴색시켰다. 각종 폭탄류 배틀아이템의 강력한 데미지가 대처 불가능한 수준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회복류 배틀아이템은 특정 직업군이 불사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할 정도다.
  
문제는 PvP 밸런스 조정이 과거 밸런스 패치에서 드러나듯, 각 콘텐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그리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는 부분은 각종 PvE 콘텐츠에서 밸런스 문제를 유발했던 ‘아드로핀’과 ‘화염병’의 효율이 최근 진행된 업데이트로 하락하는 등, 배틀아이템의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성을 띠고 있다.
  
또한 오는 3월 13일 예고된 2차 클래스 간 밸런스 패치가 예고되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다면 자연스럽게 실마엘 전장 콘텐츠의 균형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