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가 강조한 에픽세븐의 경쟁력은 지역에 상관없이 통용되는 ‘게임성’이다.

시스템과 함께 캐릭터 디자인에도 스토리 관련 설정이 개별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페이트:그랜드오더, 서머너즈워 등과 사뭇 다른 개성을 드러냈다. 기존 수집형RPG를 즐겼던 글로벌 유저들이 다소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추구한 게임성을 기반으로 에픽세븐은 북미와 대만에서 성과를 냈고 이제 유럽을 바라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모바일사업실 이상훈 실장과 에픽세븐의 글로벌 경쟁력과 에피소드, 앞으로의 방향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양대 마켓 글로벌 매출 톱10에 포함되는 등 해외 성과가 고무적이다. 소감이 궁금하다
이상훈: 국내에 이어 글로벌 유저들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도 서비스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글로벌 서비스는 처음이었을 텐데 함께 노력해준 개발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Q. 해외 유저들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던 콘텐츠는 무엇이었는지
이상훈: 작년 11월에 추가된 한정 캐릭터 ‘루나’가 떠오른다.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보니 루나에 대한 글로벌 유저들의 관심은 출시 전부터 높았다.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동안 글로벌 유저 사이에서 ‘기대해봤자 안 나올 거야’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도 나오곤 했는데 출시가 결정된 당일 유저들이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한 장면을 현 상황에 맞게 합성해, 축하하는 상황이 무척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Q.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흥행을 예상했던 지역과 예측했던 결과와 다소 다른 성과를 거둔 지역이 있다면?
이상훈: 예상이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문화권이 비슷한 대만, 태국은 운영에 크게 손대지 않아도 성과를 거두는 편이다. 언어도 영어와 대만에서 사용하는 중국어 번체를 준비해, 아시아 시장의 흥행은 잘 될 거라 예상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수집형RPG에 대한 시도가 적었을 뿐 잠재적 시장 규모는 크다고 파악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금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Q. 에픽세븐의 특징 중 해외 시장의 성과를 이끌어낸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상훈: 지역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통하는 게임성이 주요했다. 에픽세븐의 영웅 퀄리티와 세계관, 이벤트를 아우르는 메인/서브 스토리, 공략의 재미를 제공하는 토벌, 심연 등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포인트라 생각한다. 

Q 유나 엔진에 대한 해외의 반응도 궁금하다
이상훈: 에픽세븐은 유나 엔진으로 인해 타 게임 대비 로딩이 짧다. 네트워크 문제만 아니면 로딩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다 로딩창에서 에픽세븐을 떠올렸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들려오고 있다. 

Q.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상훈: 서비스 장단점은 명확하다. 빌드를 분리할 경우, 해당 지역에 맞는 BM, 커스터마이징, 콘텐츠 개선이 필요하다. 그만큼 개발과 관리 비용이 늘어나면서 마케팅과 운영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적자를 낼 가능성 또한 커진다. 때문에 지역색을 타지 않는 원빌드 방식이, 전세게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즐기는 콘텐츠에 보다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Q. 수집형RPG의 형태가 ‘서머너즈워’나 ‘페이트: 그랜드오더’처럼 스타일이 다양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에픽세븐의 포지셔닝은 무엇인가 
이상훈: 개별 캐릭터의 퀄리티는 페이트: 그랜드오더처럼 높은 수준으로 가져가면서 서머너즈워의 공략하는 재미를 더한 하이브리드 속성에 가깝다. 그렇다 해서 무조건 장점만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존재한다. ‘그래픽 보고 왔는데 게임이 어렵네’, ‘공략 요소가 깊었으면 했는데 캐릭터가 가벼워’라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아쉬움을 느끼는 유저들이 없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실제로 스킵 기능이나 튜토리얼을 어떻게 적용할지 개발사와 서비스 초기에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러한 기능들이 유저들에게 처음으로 적용되는 지점이나 동선 설정 무리가 없도록 ‘콘텐츠 포지셔닝’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Q. 서비스 지역이 많다 보니 지역마다 유저들의 가치관도 다를 것 같다. 글로벌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이상훈: 글로벌 유저라 해도 같은 게임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게임에 대한 정보가 다른 지역 서버에서 먼저 공개가 될 경우에는 불합리함을 느낄만한 이슈로 번진다. 아무래도 공략 요소가 중요한 게임이다 보니 정보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패치 노트나 업데이트 소식이 공개되면 유저들 사이에서 ‘글로벌 서버에서 먼저 공개가 된 걸 보니 역시 국내 서버는 후순위구나’라든지 ‘역시 한국 서버가 먼저고 글로벌 서버는 나중이지’라는 의견도 보이곤 한다. 

때문에 최대한 공평하게 같은 시간대에 업데이트 소식을 올리는 것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모든 지역의 업로드 준비가 완료됐음을 확인한 후 동시에 올리는 방식이라 보시면 된다. 이로 인해 간혹 한국은 준비됐는데 글로벌이 준비되지 않아 미뤄지는 해프닝도 발생한다. 워낙 패치노트의 양이 방대한데다 매주 업데이트가 진행되다보니 번역이 오래 걸려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Q. 한국 서비스로 경험한 부분이 글로벌 서비스에서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이상훈: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정말 다양한 이슈를 경험했다. 덕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패치나, 내부적인 운영으로 대응하는 과정이 예전보다 안정화된 것 같다. 

또한 국내 유저들의 플레이 특성도 도움이 됐다. 다른 지역보다 공격적으로 콘텐츠를 플레이하기 때문에 업데이트 방향성 고민을 폭넓게 할 수 있다. 물론 패치 내용 중 유저들이 싫어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빠르게 피드백을 전달해 주셨던 부분도 도움이 됐다. 

Q.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각 나라별로 수집형RPG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했나
이상훈: 사업적으로 다르게 접근한 부분은 없다. 콘텐츠의 지역색을 드러내지 않고 게임성을 어필하려 노력했다. 물론 지역마다 인기 캐릭터가 추가될 때는 게임의 인스톨, 클릭 수에서 차이가 난다. 이때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찾아올 수 있도록 마케팅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Q. 시장이 큰 중국이나 수집형 RPG의 비중이 높은 일본 진출도 주목하고 있을 것 같다. 두 시장의 진출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상훈: 중국 시장은 퍼블리셔를 따로 알아보고 있다. 내자판호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업체를 만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가 슈퍼크리에티브로부터 에픽세븐의 일본 서비스 판권을 받아 직접 서비스할 예정이다. 

Q. 스토리와 배경 등의 텍스트가 많아, 번역과 더빙 분량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현지화 작업 중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이상훈: 잘못된 번역이 너무 많았고 오역을 지적해주신 유저분들의 피드백도 상당히 아프게 다가왔다. 수정 자체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작업량이 굉장히 많았다. 실제로 매주 게시하는 업데이트 내역 분량이 소규모 모바일게임의 전체 텍스트 양보다 많다. 일반적으로 게임 1개당 텍스트가 1만 단어 정도라면 에픽세븐의 전체 텍스트는 20만 단어 이상이다. 

여기에 글로벌 출시일이 11월로 정해진 이후, 시기적으로도 쫓기다 보니 번역 퀄리티가 낮아졌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유저분들이 위키를 통해 정확히 지적해주셔서 뼈저리게 반성했다. 

더빙도 영어 버전은 개발사와 함께 미국 서부로 가서 스튜디오와 성우들을 직접 섭외하고 디렉팅 했다. 작업량이 워낙 많다 보니 글로벌 버전 출시에 맞춰 추석 때 미국에 녹음하러 다녀오는 등 번역팀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Q. 지역별 유저 성향이 다르듯, 선호하는 캐릭터도 다를 것 같다. 공통적으로 인기가 있거나 특정 지역에만 선호됐던 캐릭터가 있다면?
이상훈: 게임 내적으로는 아무래도 성능 위주로 따지다 보니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앱아이콘을 A-B 테스트로 비교해보면 미국 유저는 루나, 대만은 테네브리아 아이콘이 가장 높은 클릭율을 보였으며 흥미롭게도 두 지역 모두 2등은 안젤리카였다. 물론 지역을 불문하고 매출 면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캐릭터는 루나였다. 

Q. 대다수의 수집형 RPG들은 특정 지역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출시하곤 한다. 향후 출시될 신규 캐릭터의 콘셉트에 지역 색깔을 접목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상훈: 슈퍼크리에이티브에서 추가할 계획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세계관이 뚜렷한 판타지 장르이다 보니 실제 국가의 색채를 접목하기에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중심 콘텐츠로 발전시키기보다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기존 캐릭터에 한복을 입혀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Q. 여러 지역에서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건 사고가 있었을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이상훈: 번역 문제로 국내 유저들의 지적을 받은 일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중 가장 자괴감이 드는 부분은 역시 Future-city로 변역된 ‘미래시의 촛대’를 빼놓을 수 없다. 정말 흑역사 중에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에픽세븐의 텍스트 양이 굉장히 많다 보니, 번역팀이 게임 이해도가 부족하다면 오역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번역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단어의 뜻이 게임에 맞게 번역됐는지 여부다. 여기에 업데이트 주기가 워낙 빨라 패치를 앞둔 번역팀의 업무량은 야근이 불가피한 수준으로 많다. 

Q. 해외 서비스 과정에서 개발사의 M&A가 이뤄졌다. 특별히 변한 부분이 있거나 좋아진 부분이 있을까?
이상훈: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M&A 이전에도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회사 위치도 서로 가깝고 이야기도 많이 나눠 이번 협약을 계기로 무언가 특별히 변화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대화가 많은 만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대화를 많이 주고받는 퍼블리셔와 개발사 관계는 많지 않을 것이다. 

Q. 국내의 경우 루나 출시 당시 일러스트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던 적이 있다. 해외는 규제나 검열 부분에 있어 자유로운 편인가
이상훈: 해외 시장도 자유로운 편은 아니다. 앱마켓을 모니터링하는 단체에서 애플, 구글에 의견을 제시할 경우 등급이 바뀐다. 이처럼 단체 재량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어,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루나 이슈 이후에는 게임등급물관리위원회 가이드와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내부적인 가이드를 제작해, 캐릭터 디자인에 참고하고 있다. 신규 캐릭터에 대해 개발사와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시장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과거 인터뷰에서 장기 흥행을 위해 e스포츠 콘텐츠도 고려 중이라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 중인지 궁금하다
이상훈: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단계는 아니다. 우선 게임 플레이가 쌓이고 그 위에 PvP 등의 콘텐츠가 더해져야,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생각한다. 현재 에픽세븐은 e스포츠보다 먼저 보여드릴 콘텐츠가 많다. 업데이트 이후 가능성을 타진하는 쪽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Q. 올해 말까지 글로벌 순위 10위권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들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롱런하기 위한 플랜은 무엇인가 
이상훈: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지역이 있어야만 다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베이스가 마련된다. 작년 미국 지역에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초, 대만 시장에 집중했고 현재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프랑스, 독일어 언어 대응도 준비 중이다. 

이처럼 프로모션, 언어 대응 등으로 서비스 지역과 유저풀을 확장하는 방향성이 에픽세븐의 롱런 플랜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올해 에픽세븐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이상훈: 콘텐츠 분야는 계속 다듬고 있는 중이라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사업적인 관점으로 한국과 미국, 동남아 등에서 거둔 성과를 통해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콘텐츠 확장에 주력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Q. 전 세계 에픽세븐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상훈: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수집한 유저들의 의견은 개발사와 협의 과정에서 논의된다. 가령 행동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라면 다음 이벤트로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도 한다. 

사실 유저와의 소통 문제는 모든 사람들의 개별적인 의견을 듣고 100% 만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게임성을 지키는 안에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 의견을 주시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 만큼 개발사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눠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에픽세븐을 즐겁게 플레이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소통과 함께 패치 별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도 있겠지만 최대한 유저 입장에서 좋은 업데이트가 될 수 있도록 슈퍼크리에이티브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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