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의 힘은 무섭다. 

아직 정식서비스도 시작하지 않은 에이펙스 레전드가 유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마니아 중심으로 호평을 받았고 서서히 저변을 넓혀가는 중이다. 도타2의 신규모드 오토체스 역시 ‘새롭게 재밌다’는 평가로 역주행하고 있다.

배경은 이렇다. 지난해부터 E3를 비롯한 게임쇼에서 ‘기대작’이란 이름하에 공개됐던 작품들이 연이어 혹평을 받았다. 반면 별다른 홍보 없이 서비스를 준비 중인 신작과 신규 모드가 게임성을 중심으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배틀로얄 게임 '에이펙스 레전드'와 도타2 커스텀모드 ‘오토체스’의 이야기다. 게임과 모드가 등장하기 이전에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유저들의 긍정적 평가 이후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에이펙스 레전드의 흥행은 배틀로얄 장르에게 있어 중요한 기점이 됐다. 그동안 배틀그라운드 이후 비슷비슷한 배틀로얄 게임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장르의 한계성까지 논의되고 있던 시점이다. 여전히 배틀로얄 장르의 가능성은 존재하고 한동안 인기가 유지될 분위기를 마련했다.

에이펙스 레전드도 배틀로얄이란 장르적 특성만 보면 기존 작품들과 큰 차이점은 없다.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전장과 파밍 시스템, ‘Free for all’ 규칙 등은 배틀그라운드 장르의 기본요소에 속한다.

여기에 에이펙스 레전드는 독특한 능력을 갖춘 레전드와 핑 시스템 등으로 팀플레이 요소를 극대화하며 차별화에 도전했다.

물론 이것들이 전혀 새로운 시스템이라 할 순 없다. 오히려 캐릭터별 특수 능력은 ‘오버워치’쪽이 풍부하며, 핑 시스템은 FPS보다 MOBA 쪽에서 더 유용하게 사용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에이펙스 레전드에서 느낄 수 있는 친숙함은 진입장벽 보다 어디선가 한 번쯤 경험해봤던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에 가깝다. 

기존 배틀로얄 게임에는 그 익숙함이 부족했다. 카카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유저들이 의사소통으로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겠지만 글로벌 서버 유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서로 간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목적지 표시밖에 지원하지 않는 불친절한 핑 시스템은 답답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에이펙스 레전드는 배틀로얄 유저가 원했던 기능을 정확히 짚어내, 흥행에 힘을 보탰다. 생소함을 느낄만한 거창한 시스템도 없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서 유저에게 다가가기보다 FPS와 배틀로얄이 갖춰야 할 기본기에 집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중국 거조다다 스튜디오(巨鸟多多工作室)에서 제작한 도타2의 커스텀 모드 ‘오토체스’는 높은 완성도로 게임의 돌아온 전성기를 견인하고 있다. 현재 도타2는 2년 만에 동시 접속자 수 100만 명을 다시 달성했으며 2위로 내려온 배틀그라운드와 약 18만 명 이상 차이를 벌리고 있다. 

AOS장르 속 전략 게임 모드지만 콘텐츠의 깊이는 정식출시된 보드게임 못지않다. 오토체스의 전략은 단순히 유닛을 고르는 수준에 지나지 않고 전황에 따라 구매와 배치, 조합까지 고려해야 한다. 선택지가 많고 구매 가능한 영웅도 랜덤하게 등장하다 보니 동일한 전장 구성이라도 같은 경기 양상이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략 게임으로서 완성도가 높다보니 기존 도타2 유저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유저까지 오토체스의 흥행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하스스톤의 확장팩 ‘라스타칸의 대난투’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메타의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면서 일부 유저들은 TCG 요소가 강한 오토체스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반면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출전해 기대를 모았던 ‘점프 포스’의 평가는 에이펙스 레전드와 사뭇 다르다. 주간 점프 창간 50주년 기념 타이틀인 만큼 장르와 시대를 아우르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정작 ‘대전액션 게임’으로서 혹평을 받았다.

작년 E3 최초 공개될 당시 점프 포스의 존재감은 ‘데스 스트랜딩’과 ‘고스트 오브 쓰시마’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만화’와 ‘게임’을 조합했으니 흥행이 보장된 ‘치트키’란 극찬까지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존 인기작인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에 ‘나의히어로아카데미아’, ‘블랙클로버’ 등의 신작 조합을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캐릭터 IP(지식재산권)에 비해 대전액션 게임에서 중요한 기본기인 ‘밸런스’가 미흡했다. 물론 ‘드래곤볼’과 ‘바람의검심’의 작중 밸런스를 고려한다면 캐릭터 능력 차이는 필연적이다. 이러한 만화적 허용을 밸런스에 감안할 수야 있었겠지만 정작 점프 포스의 장르가 대전 액션 게임이란 점은 간과한 듯했다. 

바이오웨어의 ‘앤썸’ 역시 개발 기간에 비해 콘텐츠와 최적화에서 아쉬운 모습이다. ‘아이언맨’을 연상케 하는 외골격 슈트 자벨린과 높은 그래픽 수준으로 구현된 오픈월드 배경은 유저들의 기대감을 모으기에 충분했으나 출시 후 반응은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다. 

잦은 로딩과 부족한 콘텐츠, 비정상적 버그가 문제가 됐고, 기기가 강제로 꺼져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콘텐츠적인 부분의 부족함은 업데이트를 통해 보충할 수 있지만 장기 서비스에 무엇보다 중요한 이미지가 게임 외적인 부분으로 손상되고 있는 셈이다. 

아쉬운 성과의 기대작들과 비교해 에이펙스 레전드와 오토체스의 흥행은 ‘충실한 기본기’로 요약된다. 장르가 갖춰야 할 기능과 재미에 집중했고 결과는 흥행으로 이어졌다. 특히, 게임성으로 유저들에게 인정받은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신작 게임에게 필요한 것은 환골탈태급 변화와 화려한 퍼포먼스 보다 대중적이면서 근본적인 재미에 충실한 콘텐츠일지 모른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