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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덮은 미세먼지, 생존게임 ‘산소미포함’을 닮았다
송진원 기자 | 승인 2019.03.08 15:06

며칠 사이, 숨만 쉬어도 피해를 입을 것 같은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사람들의 마스크가 점차 두터워지면서 출근길 분위기는 ‘디비전’ 시리즈의 다크존과 ‘사일런트 힐’의 게임 속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원인이나, 대처에 대해 토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납득할만한 해답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경유차량, 화력발전소 등 다양한 원인 분석이 이뤄진다 해도 도로에 물을 뿌리는 등의 수박 겉핥기식 조치는 결국 응급처치에 지나지 않는다. 유저들이 겪는 고통에 비해 현실의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있다. 

반면 게임 속 캐릭터들의 접근 방식은 좀 더 단순 명료하다. 숨만 쉬어도 사망하는 극한 상황에서 방독면 하나로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자신의 상황을 베어 그릴스급 적응력으로 소화해내는 의연함과 정신력만은 본받을 만했다. 

스팀게임 ‘산소미포함’(Oxygen Not Included) 속 복제체 역시 마찬가지다. 복제체들이 놓인 환경은 이름 모를 소행성의 수 킬로미터 지하 공동이다. 얼리액세스인 만큼 어떤 이유로 도착하게 되었는지 배경조차 알 수 없지만 프린팅 팟과 배급상자만으로 혹독한 생존을 시작해야 한다. 

카툰풍 그래픽으로 구현된 복제체들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지만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미세먼지는 애교로 보일 정도로 극한의 척박함을 자랑한다. 배경이 지하이기 때문에 복제체들은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태양을 볼 일이 없다. 바람도 불지 않다 보니 유독가스와 이산화탄소 등이 순환되지 않고 그대로 고여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한 타이틀명처럼 복제체들에겐 호흡에 필요한 산소마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최초 스타팅 포인트에는 산소를 생산하는 ‘산소석’이 박혀있지만 공기를 배출할수록 크기는 점점 줄어든다. 심지어 복제체가 ‘입으로 숨쉬는’ 특성을 지녔다면 공동 내 산소는 빠르게 줄어들어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개발사가 복제체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들을 그램 단위까지 구현했다 보니 ‘산소미포함’의 입문난도는 시뮬레이션 게임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때문에 카툰풍 그래픽의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배경만 보고 ‘심즈’ 시리즈를 대하듯 라이트하게 접근한 유저들은 상당히 난처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은 요즘이야말로 ‘산소미포함’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임은 틀림없다. 다소 과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은 괜히 나온 명언이 아니다. 실제로 공기 청정기를 설치할 때, ‘산소미포함’을 경험한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의 선택은 효율성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넘어 염소, 수소, 독가스 등이 가득한 환경에서 활약하는 산소미포함 속 공기 정화 장치는 유저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아이템이다. 

모래로 오염된 산소를 정화하는 ‘탈취기’나 조류와 전기로 산소를 생성하는 ‘산소 확산기’ 등은 상용화하기 어려운 오버테크놀로지 아이템에 가깝지만 미세먼지가 이슈화된 요즘, 한 번쯤 상상해볼 만한 요소로 게임의 몰입감을 높인다. 

물론 어떻게 보면 소행성 지하 환경과 현실을 비교하는 것은 과도한 비약일 수 있다. 마스크로 해결할 수 없어 방독면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산소미포함’을 추천하는 건 통찰(insight)보다는 블랙조크에 가깝다. 이처럼 현실의 문제에서 게임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며칠 사이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게 됐다. 혹자는 미세먼지 이후 황사가 올 것이라 미리 고통스러워하지만 ‘못생긴 울보’ 상태인 복제체처럼 오지 않은 미래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근 현실과 비교되어 ‘산소미포함’이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많은 유저들에게 ‘포켓몬고’를 추천할 수 있는 쾌적한 하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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