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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부활을 위한 완벽 교과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3.18 15:53

"사골, 추억팔이, 네크로맨서, 호구 장사". 먼 과거의 IP를 가져올 때 흔히 붙는 악평이다. 실제로 그런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임도 많았다.

옛 게임의 시리즈를 부활시키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큼 힘을 가진 과거 수작이 많다는 이야기지만, 다르게 말하면 지금 게임계가 새 IP를 개척할 동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IP 부활은 나쁜 시도가 아니다. 해외 역시 드물지 않게 진행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선입견이 박힌 이유는 그만큼 좋은 결과물이 드물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추억을 파는 것은 좋지만 그게 전부여서는 안 된다. 부활을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옛 IP를 되살리려는 작업에서 가장 참조할 만한 교과서가 최근에 있다. 완전히 끝난 줄 알았던 시리즈의 신작이 전면에 '시체 부활' 이미지를 내걸며 7년 만에 나왔고, 모두의 우려를 딛고 게임 자체로 성공을 거뒀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가 그 주인공이다.

기대 없는 부활에서 '기적'은 탄생했다

"아직도 사골국물이 남았냐" "살짝 업그레이드해서 재탕할 듯" "돈 떨어지니 추억팔이하네" "거치형 콘솔에서 무슨 리듬게임이야" "디맥의 역사는 통수의 역사" "비타는요?"

디맥 리스펙트 발표 당시 유저들의 주류 의견은 이 정도로 요약된다. "걱정되지만 일단 산다"나 "다시 돌아와줘서 반갑다"는 반응을 보이는 코어팬들도 있었지만, 목소리를 크게 내기 힘들었다. 

자연스러운 우려였다. 디맥 IP의 후반기와 파생작들이 보여준 결과물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더군다나 신작의 플랫폼은 PS4 독점. 국내팬이 대다수인 시리즈에서 당시 국내 콘솔 보급률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마치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맞이하는 하위권 팀 팬과 같은 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저러한 장밋빛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만약(IF)이 모두 실현되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기대해보지만, 현실은 대부분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디맥 신작 역시 모든 IF가 실행된다면 '갓겜' 반열에 오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디맥 리스펙트는 그 IF를 모두 터트렸다.

"시체 맞아요, 하지만 제대로 살려놓고 팝니다"

개발진은 디맥이 '죽어 있던 IP'라는 것을 인정한 채로 시작했다. 오프닝 콘셉트부터 시체들의 부활이었다. 기존 캐릭터들이 무덤에서 좀비가 되어 일어나고, 흥망 여부가 이번 시리즈에서 결정된다는 이야기. 

제목부터 중의적인 표현이었다. Respect는 존경 및 경의라는 뜻 외에 '조의'로도 쓰인다.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에서 나와 이슈가 된 "X를 눌러 조의를 표하십시오(Press X to Pay Respect)" 문구를 패러디해 게임 시작 문구로 사용했다. 디맥 리스펙트의 성패에 따라 이 문구는 경의가 될 수도, 조의가 될 수도 있었다.

결과는 경의였다. 포터블 1,2의 과거 곡들을 모두 수록했고, BGA(백그라운드 애니메이션) 모두 PS4 해상도를 만족시킬 만큼 업스케일링 작업을 거쳤다. 과거 일러스트 자료도 모두 긁어모아 갤러리에 수록했고, 버튼과 난이도별 채보까지 충실하게 넣었다. 모든 패턴은 듀얼쇼크 패드로 문제없이 칠 수 있도록 최적화되었다.

IP 부활을 위해 과거는 당연히 잡아야 한다. 현재도 놓치면 안 된다. 디맥 리스펙트가 예전 콘텐츠의 충실한 수록에만 머물렀다면 지금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40곡에 달하는 신곡의 양과 질이었다. 모두 합치면 본편 수록곡은 146곡. DLC를 포함하지 않아도 이미 방대한 볼륨이었다.

기술적 지원과 편의성 부분도 놀라울 만큼 개선됐다. 고질적 버그는 거의 사라졌고, 소수 존재하던 버그도 패치로 바로 해결되었다. 미션, 온라인 대전, 콜렉션 모드의 지원 및 인터페이스까지 깔끔했다. 단순히 예전 작품들의 부활을 넘어서, 디맥 IP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단점이라고 꼽힌 것은 튜토리얼이 따로 없다는 것과 한정판 배송 사고가 일부 발생했다는 점 정도. 하지만 게임 내에서 거의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유저 만족도가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스타 2018 강연에서 네오위즈 로키 스튜디오 백승철 실장의 말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10명도 되지 않는 인원이 1년 동안 개발해 만든 결과물이었다. "이것이 디제이맥스의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무리를 잘 짓고 싶었다"는 것이 개발 철학이었다.

개발 방향은 최대한 팬들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최상의 품질을 서비스하는 것, 그리고 수익은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시 만들 수 있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최고의 수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자 결과는 과거 가장 잘 팔린 시리즈의 두 배를 넘는 매출이었다. DLC도 꾸준히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고, 일본 등 아시아와 북미 시장까지 새로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 해주면 뭐가 남냐고요? 여러분이 남습니다"

출시 후 지원에서 빈약했던 기존 디맥이 아니었다. 국내외 콘솔게임을 통틀어도 손꼽히는 수준의 사후지원이 이어졌다. 

다수의 유저들이 건의하는 거의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곡 즐겨찾기 추가, 패턴별 배속 자동저장 지원, 수록되지 못한 곡들의 소스를 기어이 찾아서 무료 추가, 판정 표시 세분화 추가, 난이도 표기 수정, BGA 밝기 조정 등 수많은 시스템 수정이 끊임없이 패치로 지원되었다.

3~4개월마다 IP 전작들의 수록곡을 되살린 정규 DLC도 족족 호평이었다. 이것은 개발 인력을 생각했을 때 놀라운 작업량이다. 디맥 시리즈는 동 장르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1곡당 작업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BGA 제작 문제도 있고, 고유 키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곡 채보에 따라 세션을 일일이 조정해야 한다. 

그 작업과 동시에 해당 작품 특유의 미션 모드까지 처리해냈고, 가격도 기대 이상 합리적으로 책정되었다. 첫 DLC인 트릴로지 발표 당시 유저들의 보편적 예상은 2만~3만원 가량이었으나, 14,800원이란 가격이 공개되자 발표회 현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정규 DLC 사이사이 다른 게임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미 길티기어와 소녀전선 콜라보 DLC가 정성 들인 퀄리티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그루브코스터, 사이터스α, 디모, ESTimate 등과의 콜라보가 이어질 예정이다

디맥 수록곡이 아니라도 네오위즈가 보유한 음원 중 유저들의 요구가 많은 것들을 종종 무료로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요구르팅 OST 'Always'가 대표적이었고, 최근 탭소닉 탑 수록곡 'Tok! Tok! Tok!'도 자체 BGA와 함께 디맥 리스펙트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무료 업데이트 곡과 현재 나온 DLC까지 다 합치면 300곡이 넘고, 총 채보 숫자는 3천여 개에 달한다. 아케이드를 제외한 리듬게임 중 손꼽힐 만큼 콘텐츠에 충실했다고 평할 수 있다.

모든 면에서 호평받고 있는 신곡 'ALiCE' BGA

정규 DLC마다 한 곡씩 포함되는 오리지널 신곡은 IP를 장기적으로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모두 탁월한 음악과 BGA 품질로 무장해 차세대를 책임질 곡으로 꼽힌다. 특히 테크니카2 추가곡 'End of Mythology'와 최근 테크니카3 추가곡 'ALiCE'는 대중적으로 폭넓게 어필할 장르의 곡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당초 개발진은 BGA가 게임의 정체성 중 하나기 때문에 아예 끌 수 있는 기능은 넣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하지만 각종 이슈로 팬들의 요구가 늘어나자 BGA와 오프닝의 On/Off 기능도 추가하며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인게임으로 피드백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디맥 리스펙트의 추가 작업 일정은 2020년까지 꽉 차 있다. 타 플랫폼 이식 계획도 발표했고, 이후 차기작도 개발 예정에 있다고 밝힌 상태다. 디맥은 지금 IP의 부활을 넘어 전성기 이상의 확장을 꿈꾸고 있다.

여러분은 얼마나 애정을 전달할 수 있나요?

디맥 리스펙트는 시리즈의 고질적 문제를 모두 없애고 장점은 지금 시대에 맞게 진화시켰다. 한 줄로 쓰면 쉬워 보인다. 그런데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개발진은 진심어린 애정을 가져야 하고 결정권자 및 사업부는 믿음을 가져줘야 하며 당장의 고수익은 포기할 각오도 해야 한다. 

하지만 디맥 리스펙트가 전하는 메시지는 다시 살펴볼 가치가 있다. IP 부활을 일회성 장사가 아니라 정말 게임성과 팬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면, 이 정도 공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멀리 봤을 때 사업적으로도 이 방향이 정답일 수 있다는 것도 함께.

2019년에 수많은 과거 IP들이 추억과 향수를 내세워 출시될 예정이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사측이 얼마나 '애정'을 가졌는지, 그리고 팬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줄 것인지. 앞으로도 명작들의 부활 사례를 자주 만날 수 있길 빌어본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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