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 음반, 책 심지어 게임이더라도 내용을 떠올릴 단서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유저에게 마이클 베이와 특유의 폭발 장면은 일맥상통한다. ‘나쁜녀석들’에 이어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도 발휘된 그의 유별난 폭탄 사랑은 수많은 혹평을 뚫고 작품 세계를 비꼬는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블리자드 팬이라면 신작에 참여한 스태프 중 크리스 멧젠의 이름을 본 순간, ‘타락’이란 반전 요소를 어렵지 않게 유추한다. 선역의 악마화란 충격적인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아서스, 레아, 캐리건 등 워낙 많은 캐릭터가 변절하다 보니 오버워치에서도 ‘메르시 흑막설’이 신빙성 있는 가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소위 ‘네임드급 인물’이 제작에 참여할 경우 신작에 대한 전개 방향을 예측하기 훨씬 수월해지며 기댓값 또한 높아진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 예정인 ‘달빛조각사’는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린 송재경 대표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만으로 ‘FA 최대어’로 평가받은 바 있다. 

특히,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이하 프리코네R)는 메인 테마 작곡가와 시나리오 작가,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소개 페이지 전면에 공개했다.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제작 과정에는 ‘다나카 코헤이’, 아키라(日日日), WIT STUDIO가 참여했다. 

다나카 코헤이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에서 작곡, 편곡 활동을 해온 베테랑이다. 오랜 활동 기간을 자랑하는 만큼 ‘근육맨’, ‘드래곤볼’뿐만 아니라 ‘사쿠라대전’, ‘그라비티 데이즈’ 등 2~30대 유저라면 한 번쯤 들어본 작품들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97년 ‘용자왕 가오가이거’의 ‘용자왕 탄생!’과 1999년 ‘원피스’의 ‘We are’로 헤이세이 애니송 대상에서 작곡상을 수상한 바 있다. 

게임 내 시나리오를 맡은 아키라(日日日)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던 라이트노벨 ‘광란가족일기’의 원작자이며 ‘앙상블스타즈’의 스토리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나카 코헤이와 마찬가지로 소설, 만화, 게임 시나리오 등 폭넓은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활발한 집필활동으로 다작을 소화해내고 있다. 

고퀄리티 ‘애니메이션 RPG’를 표방한 만큼 인게임 애니메이션은 전문제작사 'WIT STUDIO'가 맡았다. ‘진격의거인’ ‘갑철성의 카바네리’에서 독특한 색채와 수준 높은 작화를 선보였던 만큼 미소녀 게임에 최적화된 작풍을 어떠한 방식으로 그려낼 지도 감상할 만한 포인트다. 

이들의 커리어를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베테랑’이다. 각자의 커리어가 게임 제작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작업물이 소설, 애니메이션, 영화 등 게임과 관련된 서브컬처 전반을 아우른다. 또한 프리코네는 기존 IP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보니, 기존 2D RPG의 스토리보다 탄탄한 베이스를 갖췄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소위 ‘특급 셰프’로 기대감을 높이는 작품은 프리코네뿐만이 아니다. ‘서울 코믹월드 2019’에서 공개된 ‘시노앨리스’ 역시 ‘니어 오토마타’의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시나리오 작업을 담당했다. 

‘드래그온드라군’, ‘니어’ 시리즈 등 그의 작품은 선과 악의 개념을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비틀린 세계관으로 유명하다. 게임 속 캐릭터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달리 상식적으로 어딘가 망가져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성격은 해피엔딩에 대한 유저의 기준을 가차 없이 분해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시노앨리스의 등장인물이 '앨리스',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동화 속 주인공인 점을 감안한다면 스토리를 둘러싼 충격은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니어 오토마타를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든 작가를 부활시킨다’라는 시노앨리스의 주제에 ‘9S’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물론 네임드급 제작자의 관여가 흥행작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 역대급 수준의 영상과 음악이 수록되더라도 작품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게임에 머물러 있다. 만약 제작자의 네임밸류가 성과로 연결되었다면 록맨 시리즈로 장식됐던 이나후네 케이지의 이름값은 바닥보다는 조금 더 위에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모든 레전드에는 이유가 있다. 프리코네, 시노앨리스의 출시가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상황에서 앞서 말한 제작자들의 ‘레전드급’ 작품들을 미리 체험해보는 것도 출시를 기다리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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