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개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게임의 미래를 탐구하는 ‘GDC 2019’(Game Developers Conference)가 22일, 막을 내렸다. 

1988년 처음 개최된 이후,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GDC는 구글, 에픽게임즈, 유니티 등을 비롯한 유명 개발사들이 강연과 토론을 진행했고, 한해의 개발 트렌드와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게임계의 트렌드 세터들이 모여 노하우와 비전을 이야기하는 자리인 만큼, 그들이 올해 어떤 기술에 주목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특히, 구글의 경우 작년 GDC에서 ‘구글 플레이 인스턴스’ 기술을 선보인데 이어 상용화에 접어든 5G(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융합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이러한 유저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구글은 이번 GDC에서 새로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스태디아’(STADIA)를 공개했다. 자사의 클라우드 시스템과 스트리밍을 접목한 스태디아의 구조는 간단하다. 유저들은 PC, 태블릿PC, 노트북, 스마트폰 등 구글OS가 설치된 기기라면 기기의 성능에 제한받지 않고 스트리밍 형태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엔비디아에서 지원하는 ‘지포스 나우’(GeForce NOW), 밸브의 ‘스팀 링크’(Steam Link) 등 기술만으로도 컴퓨터 책상에 고정됐던 장소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충분했다. 

여기에 구글의 스태디아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에 필요한 절차를 한층 더 간소화했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없이 스태디아 컨트롤러와 크롬 브라우저만 있으면 기기의 제약 없이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추가 라우터와 중계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던 기존 서비스와 비교해본다면 보다 간편해진 셈이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사의 ‘프로젝트 x클라우드’(Project xCloud)로 게임 스트리밍 기술에 주목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태디아와 마찬가지로 유저들에게 콘솔과 PC 등 고사양 게임이 가진 한계를 넘는 것을 목표로, 올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처럼 글로벌 규모의 대기업이 게임의 미래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목한 배경에는 5G 이동 통신 기술의 상용화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유저의 입력 정보가 중앙 클라우드 서버를 거쳐 처리되는 만큼, 연결 속도가 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태디아와 서비스 형태가 비슷한 지포스 나우의 최소 연결 요구 사양은 10Mbps이다. 해상도와 프레임이 증가할수록 오가는 데이터도 크기에, 1080p 화질과 60프레임 그래픽을 구현하려면 50Mbps 급 광대역 연결 속도가 필요하다. 그래픽카드나 CPU의 한계는 넘었으나 ‘연결 속도’라는 개발사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 서비스 확장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가바이트급 속도를 자랑하는 5G 기술의 상용화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키포인트다. 국내의 경우 SKT에서 5G와 LTE를 결합해 최대 2.7Gbps까지 지원 가능한 갤럭시 S10의 테스트를 완료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5G 인터넷 환경이 안정적이라는 가정 아래, 향후 스태디아가 공약한 4K 화질까지 무리 없이 기동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와 통신 기술의 발전이 연계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IOT(사물인터넷), AI 등 차세대 미래 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삼성, 현대, SK 등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수집된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유저의 선택에 추천 리스트를 제공하는 방식은 이미 스팀을 비롯한 여러 플랫폼에서 상용화하고 있는 부분이다. 클라우드 서버에서 직접 제공하는 스태디아의 형태를 감안해본다면, 게임 플랫폼 시장 역시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GDC 발표를 지켜보거나 시연에 참여한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인풋 렉’ 문제가 있다. 향후 스태디아 버전 출시를 약속한 둠 이터널과 같은 FPS 장르에게, 인풋 렉은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다. 해결을 위해 단순히 이동통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넘어 구글의 국내 서버 지원도 함께 연계돼야 하는 만큼 복합적인 문제다. 

아직 스태디아의 구체적인 서비스 방향까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술이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최적화 문제를 비롯한 개발자들이 고민했던 하드웨어적 문제를 해결할 핵심적인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GDC에서 모습을 드러낸 ‘탈 하드웨어’ 시대의 서막이 어떠한 형태로 등장하게 될지, 구글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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