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앤슬래시 팬들의 이목을 끄는 소식이 들려왔다. 

카카오게임즈가 오는 6월 ‘패스오브엑자일’의 국내 정식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 연이어 GDC 현장에 참석한 그라인딩기어게임즈의 크리스 윌슨 대표가 인터뷰에서 협약 배경과 서비스 방향을 설명해, ‘스테디셀러’ 장르의 귀환을 예고했다. 

국내 서비스 확정 이후 커뮤니티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글로벌 서버에서 게임을 즐겨온 유저들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출시된 지 5년이 넘은 게임이지만 2018년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 게임 TOP10에 선정될 정도의 소위 ‘갓겜’의 정식서비스는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출시 후 스팀에서조차 볼 수 없었던 해외 게임인 것도 사실이다. 디아블로 시리즈와 로스트아크 등으로 핵앤슬래시 팬을 자처하는 국내 유저조차 패스오브엑자일을 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처럼 접근성이 부족하다 보니 ‘신작 아닌 신작 발표’라는 유저의 의견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낮은 인지도로 인해 익숙하지 않은 게임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패스오브엑자일은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이끌었던 디아블로2의 플레이 스타일을 목표로 개발된 RPG다. 디아블로2 같은 게임을 발견하지 못한 크리스 윌슨과 3명의 개발자가 모여 함께 개발했으며, 초기 형태는 모드 수준에 가까웠지만 업데이트를 거쳐 현재의 형태에 도달하게 됐다. 

실제로 패스오브엑자일의 플레이는 디아블로2 특유의 속도감 있는 사냥과 던전 구성을 대거 반영했다. 유저는 ‘액트’로 구성된 캠페인을 해결하기 위해 필드를 탐험하며, 보스 몬스터 토벌이나 웨이포인트 탐색 등을 거쳐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해야 한다. 

캐릭터는 머라우더, 레인저, 위치 등 총 능력치와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총 7가지로 나뉜다. 각 캐릭터는 각기 다른 죄를 짓고 유배지로 향하던 추방자(Exile)들이며, 게임 스토리는 그들을 싣고 가던 배가 침몰한 이후부터 진행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표면적으로 게임성 자체는 디아블로 시리즈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퀘스트 중심으로 캐릭터를 육성하고 액트를 진행하는 방식은 이름만 떼고 보면 디아블로2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만약 패스오브엑자일의 콘텐츠가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디아블로 시리즈의 아류작 수준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패스오브엑자일은 스킬과 아이템 시스템의 차별화를 선택했다. 단순히 스킬명과 이펙트를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조합에 따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플레이 스타일이 구현되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각 직업별 스킬 구성이 모두 다른 디아블로 시리즈와 달리, 패스오브엑자일은 모든 캐릭터가 하나의 스킬트리를 공유한다. 스킬트리의 내용은 액티브가 아닌 특성 관련 패시브 노드이며, 선택한 캐릭터에 따라 시작 위치가 달라진다. 가령 전사 캐릭터인 머라우더는 힘 관련 노드를 선택하기 유리한 위치에서 스킬트리가 시작된다. 

독특한 점은 스킬트리 시작 위치가 다르더라도 모든 노드는 연결되어 있어, 지팡이로 몬스터를 때려잡던 간달프 같은 위치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게임성 자체가 하드코어하기 때문에 소위 ‘날빌’식 스킬트리는 추천하지 않지만 패스오브엑자일의 자유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패시브와 달리 액티브 스킬은 캐릭터가 기술을 배운다기보다 아이템에 장착 가능한 ‘스킬 잼’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스킬 잼은 능력치에 따라 빨강, 초록, 파란색으로 구별되며, 아이템 소켓은 색깔에 따라 박을 수 있는 스킬 잼이 정해져 있다. 2소켓 무기에 ‘파이어볼’과 ‘아이스노바’ 스킬잼을 장착하면 2가지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스타일에 따라 여러 스킬을 동시에 보유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서포트 스킬잼을 추가 장착해 스킬 자체를 강화할 수 있는 것도 눈여겨볼만한 특징이다. 서포트 스킬잼은 추가 원소 피해를 주거나, 시전 속도를 올려주는 등 일반적인 RPG 장르에서 특성 스킬급 능력치로 구성되어 있다. 

패시브 스킬트리의 초기화는 재화가 필요하지만 스킬잼 탈부착은 어떠한 제약도 없기 때문에 폭넓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이처럼 패시브 스킬 노드가 워낙 방대하고 스킬잼 조합에 따라 시전 스킬 특성도 천차만별로 변화해, ‘힘 법사’, ‘지능 전사’ 같은 다소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을 고집하는 유저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패스오브엑자일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서비스 방식에 대한 국내 유저들의 질문도 많았는데,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패스오브엑자일의 국내 서비스는 해외 버전의 운영 방침을 전면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다. 정식 출시 이후 접속한 국내 유저들도 기존 글로벌 유저화 함께 플레이할 수 있으며, 유료 모델 역시 ‘Non Pay to Win’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다. 

출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패스오브엑자일의 국내 시장에서 기대치는 높은 편이다. 보다 먼저 발매된 디아블로3는 여전히 PC방 점유율 차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신규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참여율이 오르는 등 여전한 콘텐츠 파워를 입증한 바 있다. 

국내 유저들에게 있어 핵앤슬래시 장르는 전략 시뮬레이션과 함께 ‘민속놀이’화 된지 오래다. 이러한 풍토는 엄밀히 말해 블리자드가 닦아 놓은 기반에 가깝지만 바꾸어 말하면 패스오브엑자일이 디딜 발판이기도 하다. 핵앤슬래시 열풍으로 모두가 ‘필멸자’였던 과거처럼 6월 이후 ‘추방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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