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4대 기서(奇書)라 평가받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중 가장 극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도원결의’가 빠질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일면식도 없던 3명의 장수가 술집에서 정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복숭아나무 아래서 의기투합한 사건에 지나지 않지만 유비, 관우, 장비는 이 사건 이후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의형제로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비록 사실 유무를 확인하기 어려운 사건이지만, 도원결의를 비롯한 삼국지연의 속 영웅들의 일대기는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한 팔에 유선을 안은 채, 일기당천을 실현한 조자룡이나 십만 발의 화살을 하루 만에 마련한 제갈공명은 픽션이라 할지라도 팬들의 가슴 속에 새겨진 에피소드로 길이 남았다. 

정사와 연의(演義)의 차이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차이에 있다. 같은 일화를 바라보더라도 사실 관계를 전달하는 역사서와 대화와 내면까지 서술하는 연의의 몰입도 차이는 크다. 독자의 시선을 고려해 구체적인 인물관계와 극적인 묘사를 곁들이는 내용은 역사서가 갖추지 못한 대중성이 부여됐다.

모바일 최초의 장수제, 스토리로 엮다

기존 모바일 삼국지 SLG와 삼국지인사이드의 관계도 비슷하다. 이전까지 모바일 삼국지 게임들이 군주제를 선택한 반면 삼국지인사이드는 장수제로 삼국지연의를 해석했다. 동일한 안건에 대해 사장과 사원의 입장이 다르듯, 삼국지 속 군주와 장수의 시선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삼국지인사이드는 1,800년 전, 후한 말 배경의 삼국시대를 그려냈다. 유저들은 강릉의 유비, 허창의 조조, 건업의 손책 중 한 명을 자신이 모실 군주로 선택해, 삼국통일을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코에이 테크모의 ‘삼국지7’로 최초 등장한 장수제 시스템의 특징은 SLG임에도 불구하고 RPG의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는 점이다. 시작부터 성지를 제공하는 군주제와 달리 장수제의 핵심 콘텐츠는 ‘신분상승’이다. 유저가 거둔 성과에 따라 관직이 오르며, 보상 또한 증가한다.

장수제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삼국지인사이드는 위나라 조비가 처음 시행한 ‘구품관인법’을 적용했다. 관직의 등급은 1품에서 9품으로 분류됐으며, 유저는 ‘국가임무’를 수행해 경험치와 자원을 모으고 공훈치를 높여, 등급을 올릴 수 있다. 실제 구품관인법과 마찬가지로 관직의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유저와 장수와의 관계도 기존 군주제와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일반적인 모바일 삼국지게임의 유저는 장수를 지휘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휘관의 시선에서 병력을 통솔하는 과정은 군주제 특성상 빼놓을 수 없는 시스템이지만, 장수들의 개성은 일러스트로 구분될 뿐 여느 NPC와 다를 바 없다. 

반면 장수제의 경우 유저와 장수의 관계는 ‘전우’에 가깝다. 삼국지인사이드의 유저 역시 관우, 조자룡, 하후돈과 마찬가지로 군주를 섬기는 입장인 만큼, 같은 선상에서 삼국지연의를 풀어나간다. 

이러한 특징은 장수를 등용하는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인 뽑기와 달리 ‘연회’ 는 장수들을 잔치에 초대해 교류하는 콘텐츠로 전우로서 술잔을 나눌 수 있다. 술잔을 나눈 장수는 유저의 진영에 합류하고 호감도를 쌓으며, 이후 사제 관계까지 맺는 것이 가능하다. 

연희와 함께 스토리 또한 장수 별 고유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는 ‘열전’과 삼국지연의 속 사건을 연도 별로 다룬 ‘사기’로 구분해, 몰입도를 높였다. 각 열전을 클리어하게 될 경우 해당 장수의 연회 초대장을 얻을 수 있어, 일반적인 뽑기보다 높은 확률로 장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국지의 전략과 전술, 그리고 대규모 국가전

장수제로 구현한 RPG 요소와 더불어 SLG의 본질인 전략성도 삼국지인사이드의 특징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삼국지인사이드 전투의 핵심은 ‘상성’과 ‘배치’에 있다. 각 병종은 ‘보병 < 궁병 < 기병 < 보병’으로 이어지는 상성 관계를 타는 만큼 전략적인 배치 관리가 필요하다. 병종과 마찬가지로 장수 또한 소속 병과가 있다 보니, 유저들은 전장의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심도 있는 전술을 구축해야 한다.

이 밖에도 실제 삼국지연의 속 특별한 관계를 맺은 장수를 함께 사용하게 될 경우 강력한 인연 버프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전장을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열전과 사기로 관계를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성장과 장수의 등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삼국지의 최종 목표는 결국 ‘천하통일’로 귀결된다. 

삼국지인사이드 내 유저들은 위, 촉, 오나라 중 최초 선택한 세력에 합류해, 셋으로 나눠진 대륙을 하나로 통일하는데 이바지한다. 일종의 길드 개념인 ‘군단’에 가입해, 군단장 지휘 아래 세력을 파견하거나 자원을 기부하는 등 철저히 장수의 입장에서 행동하게 된다. 

특히, 국가전은 참여인원의 제한이 없다 보니 실제 삼국지연의에서 펼쳐진 국가 규모의 전쟁과 흡사한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유저들이 소속된 세 나라뿐만 아니라 주요 거점을 차지한 NPC 세력도 있어, 이들을 활용한 전술적인 선택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삼국지인사이드가 표현한 연의의 본질, 통할 수 있을까

포화상태에 가까운 삼국지 IP(지식재산권) 게임 사이에서 최초로 장수제를 적용한 삼국지인사이드의 방향성은 과감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인터뷰를 통해 밝힌 비공개테스트 결과는 유의미하다. 출시 후 40% 미만의 유저만이 남는 일반적인 SLG와 달리 삼국지인사이드는 50% 이상 잔류했다. 특히, RPG적 색채가 강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참여율이 높았으며, 튜토리얼 이후 정착하는 유저 비율도 높았다. 

무엇보다 장수를 체스 말처럼 부리는 기존 형태와 달리 삼국지인사이드의 시스템은 모바일SLG가 지향해야할 목표를 제시했다. 정사와 연의의 본질이 다르듯 삼국지 IP 역시 장수들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논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님을 콘텐츠로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