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국 게임의 역사도 길어졌다. 패키지 시대가 지고 PC온라인에 집중된 것이 2000년대 초반, 거기서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모바일게임이 시장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그 사이 수많은 게임사들이 뜨고 지기를 반복했고, 기쁨과 눈물이 섞인 스토리를 겹겹이 쌓았다.

새로운 게임을 향한 갈증과 맞물려, 과거 자신들만의 영역을 개척했던 개발사들의 새 도전이 조명되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방향은 여전히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블록버스터급 개발비나 엄청난 규모의 개발은 아니지만, 게임성 및 독창성과 본질적인 '재미'를 이야기한다.

전작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신을 추구하며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 이데아게임즈, 젤리오아시스, 우주(OOZOO)를 만나보자.

이데아게임즈 : 최초 성인MMORPG A3에서, 무한경쟁 'STIIL ALIVE'로

시작부터 생경했다. 초창기 온라인게임은 최대한 많은 유저를 유치하기 위해 어떻게든 심의 등급을 낮추는 것이 보통이었다. 2002년 애니파크의 A3는 그런 흐름을 거슬렀다. '애들은 가라!'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성인용 등급분류를 자청하며 출사표를 던졌고, 이후 12년 동안 서비스를 유지했다.

단순히 선정성과 폭력성을 추구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스타일리시 액션이나 스토리, 진지한 세계관 등을 표현하는 데에 최대한 제약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게임 내에 엿보였다. 이후 애니파크가 넷마블앤파크로 변경되고, 모바일RPG 이데아 출시 이후 별도의 이데아게임즈 법인을 설립해 처음 공개하게 되는 신작이 바로 A3:STILL ALIVE다.

이번에도 주관이 뚜렷하다. 모바일RPG가 혼자만의 간편한 성장 또는 협력 플레이의 발전을 외치는 가운데, 무한경쟁과 배틀로얄을 전면에 내세운다. 유저가 AI를 갖춘 용병들과 함께 컨트롤과 전략으로 승부하도록 하고, 독자 생존의 짜릿함도 함께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오랫동안 정보가 베일에 싸여 있었고 큰 화제가 있던 것도 아니지만, 지스타2018 시연을 통해 기대가 급상승했다. 30인 배틀로얄 모드는 예상 이상으로 완성도를 갖춘 상태에서 높은 몰입도를 선물했다. 마지막 담금질을 마친 뒤 올해 상반기 내 출시 예정이다.

인터뷰에서 '초식 유저들도 게임을 즐길 매력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데아게임즈 권민관 대표의 답변은 모든 것을 표현한다.

"우리는 잡식 게임이 싫다. A3: STILL ALIVE는 완전한 육식 게임이다"

젤리오아시스 : 원더5마스터즈에서 대변신, 근미래 사이버펑크 '2079 게이트식스'

젤리오아시스는 '모바일게임 깎는 장인'이라 부를 수 있다. 2003년 피처폰 시절부터 현재까지 30여 종이 넘는 타이틀을 선보이며 15년이란 시간 동안 모바일게임 개발에 족적을 남긴 개발사다. 

그중 대표작은 역시 원더5마스터즈다. 수많은 육성RPG 가운데 자신만의 내실을 가지고 2015년 출시해 누적 매출 100억 원 이상을 달성했고, 같은 장르라도 디테일 부분에서의 품질과 차별화된 전략 시스템이 돋보였다. 게임 홍보모델로 최고의 LoL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을 활용했던 것도 실시간 전략 전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2017년, 플레로게임즈가 젤리오아시스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프로젝트W의 글로벌 퍼블리싱을 맡겠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의 정체는 수집형 RPG, 2079 게이트식스였다. 

대세 장르 속에서 차별화된 움직임이 더욱 도전적으로 변했다. 어두운 미래를 그린 SF세계관은 국내에서 흥행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젤리오아시스는 수집형RPG의 기본 개념과 적절히 융합하면서 자신들만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분위기다. 독특한 세계관 디자인과 섬세한 스토리,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를 통한 전략성은 CBT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다.

2079 게이트식스는 4월 9일 출시 예정이다. 도전의 결과물을 곧 만나볼 수 있다.

우주(OOZOO) : 아이디어로 꽉 찼던 브랜뉴보이, '엑소스히어로즈'로 돌아온다.

2014년 출시한 브랜뉴보이는 아직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끔씩 회자되는 게임이다. 과감한 유료 판매부터 시작해 당시 기준 감각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고, 스토리와 3D모델링과 타격감과 UI까지 퀄리티와 참신함을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한 손가락 터치와 스와이프만으로 다채롭게 펼쳐지는 액션은 개발사의 아이디어를 칭찬하기에 충분했다.

브랜뉴보이로 이름을 알린 개발사 우주는 2015년 차기작 엑소스사가로 2연타석 안타를 노렸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다음 해 서비스 종료를 맞이했다. 2013년 우주가 개발하고 넷마블에서 유통했던 RPG 매니저까지 감안하면, 언제나 신선하고 감각적인 게임을 내놓는 점에 비해 흥행과 인연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우주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CBT를 진행한 엑소스히어로즈는 현재 유저에 입맛에 맞을 만한 가능성을 선보였다. 아직 기술적인 면에서 더욱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지만, 감각적인 비주얼과 독특한 재미는 여전한 것을 넘어서 몇 걸음 발전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주와 라인게임즈가 파트너로 함께 움직인다는 것은, 그동안의 게임성 외에 더욱 안정적인 개발 환경과 볼륨이 따라올 수 있다고 기대하게 만든다. 2019년 상반기, 우주의 한 길 도전을 다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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