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을 뽐내는 조연들의 활약하는 경우가 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시작은 하나의 모드(MOD)로 미약했지만, 원작 이상의 인기를 바탕으로 독자 타이틀로 개발되며 ‘신분상승’의 길을 걷는 게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파생 가능성이 높은 온라인게임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진다.

<카오스 온라인>

넥슨에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서비스한 ‘카오스 온라인’은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인 ‘카오스’를 온라인게임화한 형태다. 

사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가 AOS 장르를 주름잡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카오스는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였다. 나이스게임TV에서 카오스클랜배틀(Chaos Clan Battle)이라는 e스포츠 대회를 운영할 만큼 유저들 사이에서 주목도가 높았다. 

때문에 카오스가 더 이상 유즈맵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게임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저들의 기대감은 증폭됐다. 하지만 막상 출시된 이후의 결과는 기대에 비해 그리 좋지 않았다. 

카오스 숙련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창고시스템 삭제를 비롯해, 원작과 달라진 시스템이 기존 카오스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창고시스템이 진입장벽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시스템의 삭제가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카오스 온라인이 타겟팅 한 대상이 기존 카오스 유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다소 아쉬운 선택이다. 

여기에 2011년 12월 당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던 LoL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카오스 온라인은 고퀄리티 일러스트와 스킨만을 남긴 채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패스 오브 엑자일> 
최근 카카오게임즈에서 한국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이슈가 된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ile)’은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ARPG ‘디아블로2’의 모드에서 시작됐다. 

패스 오브 엑자일의 개발사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의 크리스 윌슨 대표는 “디아블로2 같은 게임을 찾다가 마음에 드는 게임이 없어 직접 게임을 만들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초기 형태는 모드 수준이었지만, 지속된 업데이트를 통해 지금과 같은 형태가 만들어졌다. 

디아블로2의 모드에서 출발한 게임이다 보니 퀘스트 중심의 육성 방식과 액트 구성 등 전반적인 시스템이 다이블로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패스 오브 엑자일은 스킬과 아이템 시스템의 차별화로 개성을 확보했다. 모든 캐릭터가 하나의 스킬트리를 공유해 유저가 원하는 스킬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아이템에 장착 가능한 ‘스킬 젬’으로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식출시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2018년 스팀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 게임 탑10’에 선정될 만큼 여전한 인기인 만큼, 공한글와 함께 찾아올 6월 정식서비스를 기대해 볼만하다. 

특히, 유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유료화 모델 역시 기존의 ‘Non Pay to Win’ 정책을 유지할 계획인 만큼, 안심하고 게임을 기다려봐도 좋을 것 같다. 

<배틀그라운드>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는 ‘아르마2(ARMA2)’와 ‘아르마3(ARMA3)’에서 배틀로얄 모드를 제작했던 브랜든 그린(Branden Green)이 개발한 배틀로얄 게임이다. 

국산 게임 중 이례적으로 스팀에 얼리액세스(Early Access) 버전으로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 배틀로얄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됐으며, 배틀로얄 장르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성과 역시 상당하다. 2017년 3월 얼리액세스 버전 출시 이후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6월 모든 플랫폼 통합 글로벌 유저 4억 명을 기록했으며, PC와 콘솔을 포함한 누적 판매량은 5,500만 장을 넘어섰다. 

모바일 버전 역시 출시 8개월 만에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누적 다운로드 2억 건을 돌파했으며, 출시 2년 만에 6억 달러 수출을 달성해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6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각종 기념비적인 업적을 쌓았다. 

현재 아시아권을 제외한 북미·유럽 시장에서 ‘포트나이트’나 ‘에이팩스 레전드’ 등 경쟁작들의 연이은 출시로 흥행이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최근 콘솔 버전의 출시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오토체스> 

중국의 거조다다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오토체스’는 ‘도타2’의 스팀 동시접속자 수 1위(100만 명 돌파) 재탈환을 이끈 모드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라운드마다 임의로 등장하는 영웅을 구입해 체스판에 배치하면 된다. 유저는 반복되는 라운드에서 승리를 이끌고, 영웅의 조합과 성장, 아이템 분배를 통해 8명의 유저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을 목표다. 게임의 이름은 오토체스지만 게임이 진행되는 배경이 체스판일 뿐, 실제 체스 룰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최근 유저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LoL이나 ‘오버워치’ 등의 팀기반 게임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 에서, 혼자서 성장과 전략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뇌지컬’이 강조된 게임이 등장하면서 유저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다만, 운이 게임의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 완성도를 보다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 

오토체스를 개별 게임으로 출시하기 위한 움직임 역시 분주하다. 밸브는 오토체스의 정식 타이틀 채용을 고려 중이며, 오토체스의 모바일 버전은 이미 중국에서 사전예약을 진행 중이다. 국내의 경우, 라인게임즈가 오토체스의 국내 서비스를 놓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된 바 있다. 

<카트라이더 막자 모드> 
넥슨 ‘카트라이더’의 ‘막자 모드’는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과 모드의 개념이 다소 다르다. 

하지만 카트라이더의 재도약을 이끄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막자는 정상적으로 레이싱을 즐기는 유저들의 주행을 방해하는 일종의 ‘트롤’ 행위다. 좁은 골목에 가만히 서서 길목을 지키는 유저를 만나본 경험이 있다면, 상당한 불편함을 느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가 몇몇 인터넷 방송에서 콘텐츠로 승화되고, 막자 행위 자체를 즐기는 현상이 유행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카트라이더가 다시 한 번 인기를 얻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에 넥슨은 3월 28일부터 만우절을 기념해 막자 모드를 신규 게임모드로 정식 업데이트했다. 유저들은 주행 경로를 막고 방해하는 ‘막자’ 또는 방해를 뚫고 트랙을 완주하려는 ‘러너’ 역할로 참여가 가능하며, 주어진 시간 내 러너가 트랙을 완주하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막자 모드는 아쉽게도 이벤트 형식으로 추가된 업데이트이기 때문에 4월 10일까지만 플레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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