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많은 결승전이 있었지만 이번만큼 승자를 예상하기 힘든 경우가 없었다. 

정규시즌을 15승 3패란 압도적인 성적으로 마무리한 그리핀과 가장 성공적인 리빌딩 팀으로 평가받는 SK텔레콤 T1과의 맞대결이기 때문이다. 결승전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상대 전적은 1라운드와 2라운드 모두 그리핀의 승리. 하지만 2라운드 경기에서 보여줬던 SK텔레콤 T1의 경기력은 이전보다 괄목상대할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최근 경기력만 봤을 때 SK텔레콤 T1의 상승세는 위협적이다. 2라운드 그리핀에게 패배한 이후 한차례도 패배가 없다. 또한 플레이오프에서 담원 게이밍을 제압한 킹존 드래곤X를 3대0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무엇보다 킹존과의 경기에서 시즌 초기 보여줬던 다소 불안해 보였던 팀워크를 완벽하게 보완해,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단단한 운영을 선보였다.

1라운드 전승 타이틀을 보유한 그리핀은 2라운드에서 첫 패배와 연패의 아픔을 모두 경험했다. 특히, 3번의 패배 중 2번이 2대0이었던 만큼 패배 시, 선수들이 멘탈 회복을 어려워한다는 팬들의 우려도 있었다. 그래도 SK텔레콤 T1의 결승 소식을 예상한 만큼, 2주에 걸친 준비 기간으로 단련된 경기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두 팀의 공통적인 특징은 선수들의 압도적인 챔피언폭이다. 전 라인 선수들이 딜러, 탱커 챔피언을 가리지 않고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플레이하고 원거리 딜러마저 소위 ‘비원딜’ 챔피언을 잘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낙 폭이 넓다 보니 밴픽 심리전에서 선수를 저격하기보다 팀 전략의 핵심 챔피언에 포커싱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승리패턴 역시 비슷하다. 탄탄한 바텀 라인전을 기반으로 탑-미드-정글의 상체 싸움에서 성과를 거둔 후, 아이템과 오브젝트 차이를 벌려나간다. 이처럼 전략이 비슷한 상황에서 승패를 판가름 짓는 부분은 결국 변수다. 두 팀 선수 모두 최상급 반응속도를 보유한 만큼 미세한 실수가 큰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라인전 능력이 비슷하다 가정했을 때 정글러의 무게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탑 라인은 두 팀에서 가장 많이 출전한 ‘칸’과 ‘소드’의 출전을 예상해본다면, 챔피언 선택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어느 시즌보다 탑으로서 활용될 수 있는 챔피언들이 많은 상황에서 ‘제이스’를 어떤 팀에서 처리하게 될지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또 다른 변수는 ‘헤카림’이다. 9.4패치에서 스킬 마나 소모량과 재사용 대기시간 버프를 받은데 이어 9.6 패치의 ‘회오리 베기’ 버프를 통해, ‘탑-정복자’ 헤카림의 입지는 OP챔피언의 반열에 오른 상황이다. 비록 11일, 챌린저스 코리아 경기에서 APK 프린스 ‘얼쑤’의 헤카림이 패하긴 했으나, 케넨과의 라인전에서 거둔 솔로킬은 현재 헤카림의 입지를 증명하기 충분했다. 

탑에 이어 SK텔레콤과 그리핀 전략의 핵심인 ‘미드-정글’ 경쟁구도 역시 격전이 예상된다. 작년 롤드컵 우승팀인 IG의 서포터 ‘닝’의 말처럼 ‘타잔’의 챔피언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규 시즌 당시 신짜오, 녹턴, 올라프, 스카너에 이어 이블린까지 기용한 바 있어, 타잔을 저격한 밴카드의 가치는 가벼울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클리드의 리신, 자르반 플레이는 상대의 밴카드를 강요한다. 실제로 SK텔레콤 T1의 리신은 정규 시즌 중 MVP를 여러 차례 차지한 바 있으며, 자르반의 대격변은 킹존과의 경기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다만 과감한 플레이로 제압당할 경우 팀 운영 전체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 관찰되면서 두 정글의 주도권 싸움에 승패가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드의 경우 ‘어나더 레벨’ 타이틀에 가장 어울리는 두 선수가 경합을 벌인다. ‘쵸비’의 플레이 스타일은 전성기 시절 ‘페이커’를 연상케 한다. 넓은 챔피언폭과 공격적인 라인전, 한타 시 변수 창출 능력은 LCK 최고의 미드라이너 타이틀을 거머쥘 만큼 물이 올랐다. 여기에 타잔의 챔피언폭이 더해져, 그리핀 특유의 변칙적이며 힘 있는 경기 운영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상황을 페이커-클리드 조합이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승패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혹은 이번 시즌 출전하지 않았던 ‘하루’의 기용도 기대해볼 만한 전략이다. 롤드컵을 비롯한 큰 무대에서 특정팀을 상대하기 위한 선수 구성도 있었던 만큼, 하루의 첫 출전이 결승전이 될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  

정글과 마찬가지로 쵸비와 페이커 두 선수 모두 압도적인 챔피언폭을 보유했다 보니 미드라인전 구도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높아져있다. 리산드라-코르키를 중심으로 ‘반반’하게 갈 것인지, 혹은 ‘르블랑’, '아칼리', ‘조이’ 등 암살자형 챔피언으로 찰나의 승부를 가리게 될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체 싸움도 치열한 관전 요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바텀 라인전이 든든할 때의 이야기다. LCK 골수팬이라도 ‘바이퍼-리핸즈’와 ‘테디-마타’의 우열관계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두 팀 모두 ‘이즈리얼’, ‘카이사’뿐만 아니라 ‘블라디미르’와 같은 비원딜 챔피언도 평균 이상으로 다룬다. 여기에 전 맵을 커버하는 마타의 서포트 능력과 리핸즈의 이니시에이팅 능력은 이번 결승전 무대를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타잔과 클리드의 슈퍼 플레이가 탄탄한 바텀 라인전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한다면 초중반 운영의 주도권은 바텀의 기세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테디와 바이퍼 모두 주어진 성장 기대치를 확실한 캐리로 보답하는 스타일인 만큼, 결승전 당일 바텀 듀오의 컨디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규시즌 성적만 보면 SK텔레콤 T1을 2회 제압한 그리핀의 승리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라운드 포함 6연승을 달리고 있는 SK텔레콤 T1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여기에 ‘다전제’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라이엇 주관 최초의 LCK 트로피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지 전 세계 유저들의 시선은 잠실실내체육관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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