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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이브의 도전, 니어 오토마타에서 배워야 할 것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4.15 18:22

"콘솔, 트리플A급, 액션" 

지난 4일 시프트업에서 프로젝트: 이브를 발표했을 때, 되돌아온 반응은 기대나 환호와는 조금 달랐다. 예상 밖이란 놀람, 괜찮겠느냐는 걱정이 맴돌았다. 유저 사이에서는 전작 데스티니 차일드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조소 어린 시선이 보이기도 했다. 

영상의 색채는 선명했고, 특유의 캐릭터 스타일도 여전했다. 그러나 트레일러 전용으로 제작된 영상은 게임을 설명하기 부족했다. 게임 정보와 함께 검증도 부족했다. 순수하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한편으로 국내 게임계 현실이 반영된 울림이었다.

이제 콘솔 플랫폼에서 국산게임을 만나는 것 자체는 익숙하다. 배틀그라운드나 테라, 검은사막 등 기존 성공작들이 순조롭게 이식되었다. PS4 전용인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도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네오위즈의 블레스 언리쉬드와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TL 역시 콘솔 시장을 넘보며 개발 중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이브는 온라인게임이 아닌, 순수 싱글 대작으로 콘솔 플랫폼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프로젝트: 이브 영상과 함께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 게임은 니어 오토마타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 여성 캐릭터의 매력적인 뒷모습 강조 등은 서로 공통점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매개체다. 

실제로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는 발표회 현장에서 "갓오브워와 니어 오토마타의 플레이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발표 뒤 니어 오토마타 디렉터 요코오 타로가 SNS를 통해 관심을 드러내고, 김형태 대표가 이에 화답하며 서로 존경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특정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중요한 것도 아니다. 다만, 영향을 받는 부분이 어느 지점인지는 중요하다. 방향이 틀렸다면 잘못이 될 수도 있다. 

"엉덩이 보고 샀다가 엔딩 보고 울었다는 게임" 

니어 오토마타는 평이 극단적으로 갈린 게임이다. 장점과 단점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액션의 재미와 기술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유저에게 니어 오토마타는 조금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하면 안 되는 게임'에 가깝다. 전투는 단조롭고 재미없는 해킹이 쓸데없이 많았으며 여러 방면에서 불편했다. 

한편, '인생게임'이라고 표현하는 유저들이 바라본 방향은 전혀 달랐다. 파격적인 연출과 스토리텔링, 매력적인 캐릭터, 그에 어우러지는 훌륭한 음악은 니어 오토마타를 살아남게 한 힘이었다. 최종 엔딩크래딧까지 펼쳐지는 인터랙티브는 오직 이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하면, 니어 오토마타는 좋은 게임이다. 여느 게임이 따라올 수 없는 개성을 가졌다. 어느 문화 콘텐츠든, 이런 작품은 모난 곳 없이 무난한 작품보다 흥행 경쟁력이 강하고 유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세계 웹진들의 호평과 90점에 육박하는 메타스코어는 그것을 입증한다. 

전작 니어 레플리칸트는 철저한 작가주의와 B급 감성으로 무장했고, 코어 마니아를 보유했지만 그만큼 대중성은 약했다. 거기에 대중적 캐릭터와 알맞은 퀄리티를 적절하게 섞은 끝에 니어 오토마타가 탄생했다. 요코오 타로 디렉터를 스타덤에 올리게 만든 타협점이다. 

니어 오토마타가 보여준 '엉덩이'는, 분명 최초 화제를 끌어모으는 요인이었다. 그 이상은 아니었다. 모델링 하나만으로 게임 호평은 불가능하다. 

니어 오토마타의 전작 니어 레플리칸트

"내 게임의 대부분은 정상에서 비틀려 있다. 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 요코오 타로 

콘솔에 도전하는 국산 게임들, 특히 프로젝트: 이브가 니어 오토마타를 진정으로 참조해야 할 부분이 여기 있다. 무엇을 버려야 할지, 무엇에 최대한 집중해 극한으로 끌어올릴지 결정하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이 게임만이 가진 정체성'을 끌어내는 것. 

천문학적인 제작비와 최고급 콘솔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해외 걸작들에 뒤지지 않는 콘솔 게임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 국내 게임계 환경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만 할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에 모든 것을 던지는 개발이 필요할 수 있다. 

시프트업 발표회의 여러 발언을 종합할 때, 프로젝트: 이브가 바라보는 방향은 제약 없는 액션성이다. 그래픽과 연출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이 아닌 콘솔을 택했고, 액션 표현의 제약을 넘기 위해 '19금'을 내걸었다. 실제 청소년 이용불가가 아니라 창의력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의도다. 

현재 블레이드앤소울(블소)의 핵심 개발진들이 포함되어 있고, 블소는 지금까지도 온라인게임 중 최고의 액션성으로 거론되는 게임이다. 콘솔 싱글의 조건에 맞추고 기술력만 발휘한다면, 우려 중 하나인 액션 퀄리티는 어쩌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중요한 지점은 정체성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통해 전달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내러티브는 어떤 콘셉트로 요동치는지, 오직 프로젝트: 이브만 가지는 정체성은 무엇인지. 여기에 답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고된 작업일 수 있다. 

또한 이 질문들은, 국산게임이 오랜 시간 우선순위에서 미뤄뒀던 시험대이기도 하다. 

"건방진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트리플A급 타이틀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같은 게임을 반복해서 만드는 수준에 그칠지도 모른다"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는 프로젝트: 이브가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전작의 유저 이미지가 좋지 않았고 프로젝트: 이브의 정보 공개가 적은 점, 거기에 아직 개발 인력이 다 갖춰지지 않은 점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도가 없으면 성공도 없다. 저예산으로 대충 만든 캐릭터 모바일게임이 올해의 게임 수상작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기도 하는 오늘날 게임계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도전에 나선다는 것만으로 박수를 칠 가치가 있다. 

프로젝트: 이브는 이제 시작 단계다. 시험대에 오르는 날이 언제일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날, 다른 게임보다 유독 빛나는 한 가지를 볼 수 있길 바란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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