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부모와 사회 문화환경입니다. 이 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게임이 사라지더라도 같은 문제가 나타날 것입니다"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4년 동안 청소년과 게임의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을 NDC 2019에서 공개했다. 기존 게임과몰입을 병리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을 전면 부정했다.

정의준 교수는 한국게임산업진흥원(현 콘텐츠진흥원) 선임연구원을 거쳐, 미국 미시건주립대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디지털게임의 인지-심리적 효과와 SNS의 사회문화적 영향, 문화기술의 활용을 오랜 기간 연구해왔다.

게임과몰입은 현대 사회에 주요 논쟁거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질병인지 문화현상인지에 대한 정답도 확정되지 않았고, 그 원인에 대해서도 선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다양한 의문에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의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4년 동안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게임중독에 대한 보고는 대부분 한국과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중독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원인과 증상에 관해 통일된 기준이 없다. 반면 인프라가 비슷한 유럽이나 미국은 상대적으로 보고가 미약하다.

한국과 중국에서 왜 유독 크게 문제되는 것일까? 문화적 특성에 대한 고려가 절실하다고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한다. 현재 게임을 이용 중인 청소년 2천 명의 MRI를 촬영하고 그들의 변화를 관찰했다.

특별한 조치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매년 50~60% 게임과몰입군 청소년들이 일반군으로 이동했다. 일반군에서 과몰입으로 가는 부류도 있으나, 또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과몰입이 늘어날수록 고독감, 학업 스트레스가 올라가고 만족도가 떨어진다. 자기 통제력도 마찬가지다. 또한 부모의 사랑과 애정이 높을수록 과몰입률이 하락하고, 과잉 간섭이 많을수록 다시 과몰입이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교사와 사회의 지지 여부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두고 분석한 결과, 청소년 시기 게임이용 과몰입 수준은 매우 변화무쌍했다. 지속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5년 동안 과몰입군을 유지한 청소년은 1.4%에 해당하는 11명뿐이었다. 아무 조치 없어도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질병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특히 주목한 부분은 부모가 일으키는 변인이다. 부모와 자녀들에게 각각 조사한 결과, 부모가 고독하면 자녀도 그만큼 고독해지며 우울, 자기통제, 불안 여부도 부모와 자녀가 유사하게 흘러가는 모습을 보였다.

변인 관계를 관찰한 결과, 부모 자기통제가 변화할 경우 자녀의 게임과몰입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고독과 우울 여부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공격성, 스트레스, 우울감, ADHD, 게임과몰입 등의 상태가 부모의 상태에 따라 변화한 것이다.

게임 이용량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게임 시간이 매우 많았더라도 서로 이용량이 평균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 역시 특별한 조치 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변수를 가지고 수학적 모델링을 돌려보았다. 과잉간섭이 늘어날수록 게임과몰입 지수는 확연하게 올라간다. 자기 통제와 부모 양육태도가 확연하게 나빠진 청소년들은 급격히 증가하고,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경향을 보인다. 가설과 예측을 세웠을 때도 일관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과몰입을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병리적 접근, 그리고 인지적 문제로 접근하는 방식. 병리적 중독으로 접근하는 측은 게임중독이 정신질환이라며 증상을 강조하고 게임이 주된 요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변수 분석 결과, 자기통제가 게임시간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준다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자기통제가 떨어지는 요인 역시 게임시간보다 학업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과 중국의 청소년 집단에서 특별히 문제가 나오는 것과도 연관된다. 가장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학업 스트레스가 치열한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부모의 상태와 교사 및 사회 지지에 따라 학업 스트레스 정도가 변화한다. 그 학업 스트레스는 자기통제에 영향을 주며, 그 과정을 거쳐 자기통제가 떨어질 경우 게임과몰입 현상이 일어난다. 결국 부모와 환경의 문제가 근본적 원인이 된다는 결론이다.

청소년 시기는 육체와 정신 모두 급격히 변하는 시기다. 정의준 교수는 여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부분은 전문가의 조치가 없어도 알아서 변화하며, 환경 변화에 따라 급속하게 개선된다는 것.

정의준 교수는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고,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정책이나 인식에서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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