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데이, 붐비치,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로얄, 그리고 브롤스타즈.

슈퍼셀의 역사는 성공과 영광으로 가득했다. 내놓는 게임마다 전세계 게임시장을 흔들었고, 이제 어떤 게임을 내놓아도 성공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 슈퍼셀에게도 브롤스타즈는 모험이었다. 그동안 개발해보지 않은 스타일과 시스템이었기에 낯선 문제들과 마주쳐야 했다. 하지만 결국 브롤스타즈는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슈퍼셀의 김우현 아티스트는 NDC 2019 연단에 올라 브롤스타즈 개발 과정에서 겪은 역경을 이야기하고, 결국 성공을 가능하게 한 슈퍼셀의 기업 문화를 짚었다.

* 슈퍼셀의 3가지 가치 : 자유, 평등, 독립

김우현 아티스트가 기업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잦은 이직 경험이었다. 트렌드만 쫓아가거나 그래픽에만 승부를 보는 등 단편적인 개발 문화를 겪다가 근본적인 게임의 재미가 무엇일까 궁금해졌고, 리더의 선견지명이 아닌 일선 개발자들의 행복이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깨달았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회사들은 피라미드식 수직 구조를 갖는다. 리더의 결정이 절대적인 문화에 불만이 쌓이던 차에 슈퍼셀의 게임문화 이야기를 듣고, 모든 결정은 팀에서 나온다는 말에 반신반의한 채로 핀란드에 도착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슈퍼셀에서는 WFH(Work From Home)이라는 말 한 마디만 남긴 채 갑자기 쉬거나 집에서 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자유롭다. 모두가 같은 좌석을 이용하고 같은 숙소에서 머문다. 임원진을 위한 상석도 없다.

성과급 발표 후 일반 직원이 분배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자 다음주 주간회의 때 새로운 성과급 지급 방식을 발표한 일은 가장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동등하다고 느낄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김우현 아티스트는 슈퍼셀 입사 초기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아무도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개인이 독자적으로 질문하고 의논하고 스스로 결정하면서 진행하게 된다. 그래서 독립성은 사람에 따라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해야할 일이 명확하던 다른 회사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성이야말로 슈퍼셀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김우현 아티스트는 회상했다. 한 개인이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완전히 잡아야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과정도 자유롭다. 1~2명이 최초 아이디어를 토대로 기획안을 제작한다. OK 사인이 나면 아무런 터치를 하지 않는다. 중간과정을 체크하지도, 중간보고 없이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

이후 사내 테스트에는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30개국 이상 국적과 다양한 연령대의 취향을 들을 수 있다.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

이 과정이 전적으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클래시오브클랜과 클래시로얄 이후 내부 기준도 높아졌고, 사행성이나 청소년 가치관 형성에 관한 도덕적 잣대도 중요하다. 수많은 게임이 엎어졌고, 스매시랜드가 그 중 하나다.

스매시랜드는 나쁘지 않은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어느날, 클래시로얄 출시를 앞두고 스매시랜드 개발진은 사우나 회의 끝에 프로젝트를 접고 클래시로얄에 집중하기로 했다. 모든 것은 팀 독립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반면 브롤스타즈는 테스트 당시 상황이 좋지 않았고, 그밖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소규모 인원이 처리하는 슈퍼셀의 기존 방식과 브롤스타즈의 헤비 콘텐츠는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외주와 작업해야 했다. 노하우도 부족했다. 실시간 3D 랜더링에 대한 지식이 회사에 전무했다.

기존 슈퍼셀 게임들과 완전히 생소한 스타일도 문제였다. 회사에 오래 있던 직원들은 브롤스타즈를 처음 봤을 때 슈퍼셀 게임이 아니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개발팀은 확신을 갖고 스타일을 유지해나가기로 했다.

클래시로얄 출시 후 시장이 실시간 대전게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1년 6개월 동안 브롤스타즈 소프트런칭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SF스타일이었다. 이후 타겟 연령층을 확대하고 아시아권에도 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조작 방식을 가로 모드로 혁신했고, 성장 시스템도 대거 바꿨다. 최대 성장치를 40% 정도까지 올리고, RPG식 성장 방식을 개선해 클래시로얄과 비슷하게 심플한 방식으로 유저가 이해하기 쉽게끔 했다. 그러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소프트런칭 기간 동안 클래시로얄 당시 성적의 반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3가지 큰 변화를 결정했다. 첫째는 안드로이드 출시, 그리고 새로운 시장인 아시아 마켓 진출. 새로운 유저에게 출시해서 시스템 피드백을 받아보기로 했다. 마지막은 대규모 업데이트였다. 유저풀이 적을 때 핵심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에 집중했고, 안정 후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했다.

결국 브롤스타즈는 하루만에 500만 명이 사전예약 등록에 참여하고, 한달만에 1,400만 명을 기록했다. 그중 60%가 실제 플레이로 전환되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 슈퍼셀의 3가지 안전망 : 개인 - 팀 - 보상

브롤스타즈는 실패의 위기 앞에서도 어떻게 맞섰을까? 실패해도 괜찮은 슈퍼셀의 안전망 시스템이 크게 작용했다. 회사에 맞지 않는 직원도 내보내지 않는다. 슈퍼셀은 아직 300명이 되지 않는다. 최고의 인재가 최고의 게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1명마다 공들여 채용하고, 채용 프로세스가 지원자에게 매우 고통스럽다.

검증 시스템을 통과한 직원에게는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팀과 맞지 않는다면 마음에 드는 팀을 찾을 때까지 기회를 준다. 수많은 개발팀 중에 한 군데는 마음에 드는 곳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슈퍼셀에서 실패는 다른 의미다. 실패하면 그 과정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만일 실패 책임자를 찾고 징계를 내렸다면 이런 문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돈을 잘 버는 부서든 아닌 곳이든 똑같은 성과급을 받는다. 구성원간 적극적인 협동과 지식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서로 견제할 필요도 없고, 모두가 성공을 위해 힘을 합친다.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김우현 아티스트는 질문을 하나 던졌다. "이런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 삶도 긍정적으로 바뀔까?"

대답은 뜻밖이었다. "비관적이다."

한국, 북미, 북유럽은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우리에게 아닐 수도 있다. 한국은 조직간 유대감과 친밀감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고, 이것을 인위적으로 끊었을 경우 좋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업무 요구를 곤란해 하며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자신의 경험 기준으로, 서양은 처음 만날 때부터 스스럼 없이 웃으며 대화하지만 직원끼리 일정 이상 친해지는 일은 많지 않은 분위기다. 반면 한국은 초면에 어색하고 대화도 어렵지만 친할수록 크게 가까워지는 성향을 보인다. 어느 것이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슈퍼셀의 자유, 평등, 독립은 그들의 역사를 통해 쌓아올린 그들의 고유 문화다. 우리에게 좋은 부분은 받아들이고 맞지 않는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각자 조직에 맞는 해석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회사 또한 노력해야 한다. 직원을 관리해야 하는 아랫사람이 아니라 동등한 어른으로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김우현 아티스트는 "한국 게임계도 찬란한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업무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른 회사의 사례를 통해 우리 정서에 접목시키면 침체를 이겨내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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