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스페이스가 널리 알려진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SF 슈팅게임 마니아들에게 개성 있는 게임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특히 로그라이크류 오픈월드로서 미학적으로 빼어난 비주얼의 우주공간을 탐험하는 맛을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25일 NDC 2019 연단에 오른 박종원 아티스트는 에버스페이스를 개발한 독일 게임사 락피쉬게임즈에서 시니어 컨셉아티스트로 참여했다. 이번 강연은 에버스페이스 비행기 디자인 개발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한국과 다른 독일 게임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박종원 아티스트는 15년차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며, 2016년 락피쉬게임즈에 합류했다. 독일로 가기 전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고, 유럽 복지에 환상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생계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크게 다른 생활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발견은 분명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락피쉬게임즈는 한국에서의 업무에 비해 조금 더 효과적인 컨펌 단계를 거쳤고, 컨셉아티스트와 3D모델링 디자이너 사이 상호작용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만큼 작업 프로세스가 합리적으로 움직였다는 것.

에버스페이스는 콘솔 기반 싱글 게임이면서 비행 기체가 주인공이다. 그만큼 비행기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주요무기, 보조무기, 엔진, 날개 부스터, 센서까지 5개 부위가 필수 구성요소였다. 

아군과 적군 기체의 기본적인 컬러 계획을 나누는 작업도 진행했다. 아군은 블루 계열, 적은 레드 계열로 멀리서도 수월히 식별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고 접근했다. 구성요소가 충족된 상태를 기본으로 디테일을 제외했을 때에도 실루엣만으로 특징이 드러날 수 있도록 집중했다.

테크파이터 컨셉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의 편리함을 느꼈다. 작업자가 최초로 전달하는 작업물은 AD, 디렉터, 기획자가 받고 검토한다. 한국이라면 3명이 각자 받아 일일이 한번씩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담장자 3명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했다. 조율을 끝낸 다음 한번에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다.

박종원 아티스트는 개발 과정을 회상하면서 "의견이 엇갈려서 우왕좌왕하는 일이 없고, 불필요한 작업이 없어 시간도 단축됐고, 흔히 발생하던 담당자간 오해와 불화도 매우 적어졌다. 종합하면 굉장히 편했다"고 털어놓았다.

컨셉아티스트가 최초 원화를 작업하면, 3D 디자이너는 러프 컨셉을 바로 전달받아 그것을 토대로 전체 형태의 밸런스와 균형을 맞춰 형태만 제작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3D에서 최적으로 보이느냐'다. 

이 작업물은 다시 원화 쪽이 넘겨받아 디테일을 추가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첫 디자인과 차이가 나는데, 실제 게임 화면에 보이는 모습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작업물이 완성된다.

한국 기업들은 컬러와 텍스쳐를 포함해 완벽한 제작원화 시트를 제작하고 전달해 3D로 다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D와 3D의 디자인 표현은 실제로 괴리감이 느껴지고, 큰 수정 사항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했던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락피쉬게임즈를 비롯한 독일 게임사들의 작업 방식이 시간 대비 완성도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박종원 아티스트는 강연을 마치면서, "종합적 피드백으로 원활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유기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작업물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 좋은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