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시장은 배틀로얄 장르와 같다. 

매달 수백 개 게임이 쏟아져나오고, 그중 유저에게 이름을 알리는 게임은 극소수다. 그들마저도 1년을 넘기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떤 신작이 유저를 확보할지 아무도 모른다. 경쟁은 과열되고, 수명은 짧다.

이런 점에서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중소 규모 개발자들의 로망 중 하나다. 3~40명 인력으로 2014년 출시해 큰 홍보비용 없이 입소문을 타고 상위권까지 치고올랐고, 아직까지 꾸준한 매출과 유저로 서비스 중이다. 

그렇다면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개발한 로드컴플릿은 생존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NDC 2019 강연을 진행한 김보람 PM은 이렇게 대답했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출시부터 지금까지 항상 생존의 기로에 서 있었다."

강연은 '생존'의 개념을 묻는 데서 시작했다. 답은 "그때그때 다르다"였다. 넓은 범위로는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면 생존이다. 하지만 생존의 범위를 조금 좁히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경우 생존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는 것. 

생존의 조건은 유저, 개발팀, 수익의 3가지 요소다. 유저는 유입되기 어렵고 반대로 이탈하기 쉽다. 크루세이더 퀘스트의 첫 분기점은 2016년 상반기였다. 유저 이탈 위험도가 치솟았다. 

원인을 분석했다. 한 달 동안 없데이트(업데이트가 없음)라서 유저들이 목이 말랐고, 이벤트가 비교적 적었으며, 반복되는 연장점검과 긴급점검, 너무 늘어난 앱 용량, 찾기 어려운 공략, 잦은 버그 등이 꼽혔다.

개선하기 위해 개발 우선순위를 변경했다. 매출보다 게임성과 안정성을 우선순위로 두고 게임 자체 콘텐츠를 보완해나갔다. 이후 12월에 킹오파 콜라보로 매출을 우선순위로 변경한 적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성이 최우선이었다. 그 결과 이탈 위험이 눈에 띄게 줄었다.

두 번째는 2018년 상반기, 시즌2 대형 업데이트 이후였다. 강화 시스템 등의 추가로 게임 피로도가 급격히 올라갔고 재화 수급은 부족했다. 게임이 오래되다 보니 신규 유저 유입이 줄어든 것도 큰 이유였다.

개선을 위해 긴급회의를 연달아 진행했다. 긴급 결정한 내용을 빠르게 반영하고, 새 시스템에 걸맞은 보상과 정보를 제공했다. 너무 길어진 시간 소모도 줄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등 편의성 개선에 나섰다.

생존의 조건 3가지 요소 중 개발팀의 어려움도 분기점이었다. 2016년, 개발팀 추가근무량이 심하게 많았다는 사실을 사전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대부분 팀원이 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팀을 떠나는 개발자도 많았다.

자세히 살펴보자 개발 계획이 바뀌면서 시간이 많이 들었고, 콜라보레이션 계약 때문에 시한을 맞춰야 하는 업무가 많았다. 에셋 번들 구조 불안정으로 소위 '핑크상자' 현상 등이 일어나고, 서버 불안정도 잦아지면서 밤새도록 일해야 했다. 

2016년 11월, 유니티엔진4를 유니티엔진5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에셋 번들 구조를 개선했다. 서버를 최우선순위로 개발 일정을 조정하고, 추가근무를 하는 이유를 기록해 원인 파악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며 대응했다. 진행 상황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 그 결과 근무 시간은 줄어들면서 업데이트 분량은 오히려 많아졌다. 

 

3가지 요소 중 마지막, 수익이 낮아지는 상황도 생겼다. 매출을 유도하기 위해 콘텐츠를 출시해도 구매자가 늘지 않았다. 반응을 살펴본 결과 게임에 대한 애정 감소, 구매 동기 저하, 구매 유저 이탈 등의 이유가 나타났다. 매번 비슷한 스타일의 상품을 내는 바람에 매력이 감소한 점도 있었다.

좋은 보상을 준비하는 한편, 가이드 캐릭터인 레드나스와 '미연시'를 진행하는 4주년 이벤트 등 감동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자 반응이 좋았다. 콜라보 진행, 상점 UX 개선, 광고 BM 개선도 이어졌다. 다시 구매자 수가 업데이트에 따라 상승했다. 일매출 최고 기록 갱신이 출시 초기가 아닌 비교적 최근 일이었다.

생존 전략 3가지 요소는 포지셔닝, 병목현상 제거, 끝맺기다. 포지셔닝은 유저에게 어떤 게임으로 인식되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과정이다. 시간과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우선순위를 정해 개발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흔치 않은 도트 게임이었고, 자동 모드는 없었다. 다른 게임에 비해 우리가 무엇을 가졌고 무엇이 없는지를 파악하고, 워크샵에서도 게임의 강점으로 만들고 싶은 특성을 팀원들에게 조사해 서로 생각을 공유했다.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제거하는 병목현상 과정도 같은 이유로 중요하다.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이슈에 대한 생각을 써달라고 요청한 뒤, 비슷한 생각을 쓴 포스트잇끼리 붙여서 정리했다. 기술과 QA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는 것을 깨닫고, 여기가 병목구간이라고 판단해 집중적으로 개선 작업을 거쳤다.

마지막 전략은 끝맺기, 개발 과정에서 목표한 것이 실제로 개발팀과 유저에게 전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회의 주관자나 PM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마지막까지 공유하고 점검해야 한다. 끝맺기를 굳이 넣은 이유는 간단하다. 의외로 많은 것들이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보람 PM은 "이런 방법을 무턱대고 시작하면 팀원들은 새로운 방법에 반감이 들 수 있으므로, 취지를 충분히 설명한 다음 팀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때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강연을 마치면서 현실 모바일게임 생존률을 살펴본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게임웹진에 출시 보도자료를 낸 게임을 리스트업해 현재 매출순위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108개인 76%의 게임만이 다운로드가 가능했고 매출순위에 집계된 게임은 절반도 되지 않았으며 76%에 해당하는 108개 게임만 다운로드가 가능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출시한 게임 4개 중 하나는 이미 사라진 것이다.

김보람 PM은 "우리의 생존 경험이 이런 시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공유 취지를 설명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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