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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친 게임'들을 전시하나?” 아웃 오브 인덱스의 대답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4.27 16:47

"다들 똑같은 것만 좋아하며 커왔다. 똑같은 것만 바라봤다. 그게 똑같은 것을 만들게 된 이유가 아닐까."

혹자는 아웃 오브 인덱스가 인디게임 행사냐 묻는다.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말해왔다. 사실이다. 이곳 게임들은 인디냐 아니냐가 기준이 되지 않는다. 최근 속어로 '미쳤습니까, 휴먼?' 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실제로, '미친 게임'들이 전시된다.

박선용 개발자는 2014년부터 아웃 오브 인덱스를 개최하고 운영 및 심사를 함께 맡았다. 이후 합류한 유재원 개발자도 행사를 이끄는 주역 중 하나다. NDC 2019에 두 사람이 함께 올라와 실험적 게임을 소개하고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이 아웃 오브 인덱스에 직접 내리는 정의는 실험 게임 페스티벌이다.

아웃 오브 인덱스는 단순히 전시뿐 아니라 개발자 의도를 듣는 발표를 가지고,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다. 창작자의 생각과 실험이 얼마나 잘 반영되었는지, 의도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전시가 아니라 페스티벌인 이유도 참가들이 모두 모여 소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유저가 아닌 개발자들이 영감을 받고 각자 하는 실험에 도움이 되겠다는 취지다. 다양한 영감을 얻는 게임을 소개하고, 매년 다른 영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 아닌 자기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대중에게도 발견될 수 있도록.

"실험적인 것은 예술적인 것과 다르다. 게임보다 미디어아트 아닌가 싶은 선정작도 있는데, 심사 과정에서 따로 분류하지 않는다. 

최대한 미친 실험들을 뽑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매번 이런 실험만 하면 다 굶어 죽을 것이다. 이 실험에서 영향을 받은 이들이 적당한 수위의 시도에 도전한다면 '지금보다는 신선한 게임'이 나오고, 우리나라 개발씬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

* 작고 가벼워 보이지만 의미있는 실험 결과물로서의 게임

개발자 G-pink가 만든 스크롤매니악은 한 방향으로 마우스 스크롤을 떼지 않고 최대한 많이 굴려야 이기는 게임이다. 같은 개발자의 게임인 컨트롤 마이셀프 역시 컨트롤러에 대해 실험한다. 컨트롤 버튼이 모바일게임의 오브젝트로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따라 움직이면서 독특한 조작을 해야 한다.

박선용 개발자는 "이런 실험의 첫 발상을 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평했다. 당연한 것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 키보드와 마우스는 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마련이다. 특히 컨트롤 마이셀프는 컨트롤러를 움직이고 해체하는 실험인데,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함께 말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전자애국단의 돌격 공정선거 2010은 지방선거를 다시 치러본다는 개념의 퀴즈쇼 게임이다. 블라인드 공약이 나오고 원하는 것을 고르면 최고득점 후보에게 자동 투표가 된다. 

박선용 개발자는 "세련되게 구현되지 못했지만 현실을 다루는 방식이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이미 결과를 아는 선거에서 4년이 지난 뒤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고 블라인드 선거를 했을 때 누가 뽑힐 것인지 묻는 모습이 신선했다"고 소개 이유를 밝혔다. 이 게임을 개발했던 유재원 개발자는 옆에서 "해석이 지나치게 좋다"고 응답했다.

* 직접 인풋장치를 만든 알트컨트롤(대안 컨트롤러) 게임들

인덱스라는 말은 게임 장르를 의미한다. 아웃 오브 인덱스라고 행사명을 지은 의미는 장르라고 규정지은 밖의 새로운 플레이를 찾아내고 발견한다는 것이었다. 라인 워블러는 1D 던전크롤러 게임이며,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장르가 된 경우다.

라인 워블러의 디스플레이는 물리적 LED이기 때문에, 세계 각지 전시에서 다양하게 활용됐다. 물 아래로 지나가게 설치하거나 U자형이나 회오리형으로 설치하기도 했는데, 설치 방식에 따라 플레이가 달라진다. 이 게임처럼 물리적 설치가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매우 드물다.

GDC에서도 알트컨트롤GDC 전시를 따로 한다. 담는 그릇이 바뀌면 내용물이 바뀌는 것처럼, 지금 만드는 게임의 전용 컨트롤러를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발상은 해볼 가치가 있다. 새로운 조작법이나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센텐테이블(Centenntable)은 대전격투 게임이다. 조작 버튼이 100개다. 버튼별 커맨드가 랜덤으로 바뀐다. 개발자는 격투게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더 많이 하고 익숙하고 피지컬 좋은 사람이 유리한 장르인데,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격투게임을 만들려면 누구도 커맨드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되겠구나' 라는 깨달음에서 개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선용 개발자는 "누가 해도 최선을 다해서 버튼을 눌러야 하고 처음 하는 사람도 몇백 번 한 사람을 이길 수 있다는 발상에서 재밌는 해결책과 실행력을 봤다. 매년 이 장르를 하나 정도 뽑으려 하는데 돈이 문제다. 컨트롤러를 직접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감상평을 남겼다.

*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게임들

e치즈 존은 사람을 괴롭히는 파티 게임이다. 어기면 안 되는 규칙이 빽빽하게 있다. 하나라도 어기면 처음 로딩 화면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로딩이 한 시간 걸린다는 점. 그래서 시연 장면 중 대부분은 로딩 치즈가 떨어지고 있다. 

먼저 플레이한 사람이 메모로 주의점을 남기는데, 거짓정보를 흘려서 '낚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박선용 개발자는 "도를 넘은 게임 아닌가 싶었지만 일종의 비동기성 협력플레이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반응이 제일 좋은 게임이었다"고 밝혔다. 유재원 개발자 역시 자신의 '최애 게임'이었다고 고백했다.

세룰리안 문은 모바일 플랫포머인데, 배경화면을 스크롤해서 캐릭터를 '상대적으로' 움직인다. 단순히 컨트롤 방식만 바꾼 것이 아니라, 배경을 움직여서 기존 방식으로 표현 불가능한 움직임과 독특한 컨트롤을 만들고 있다.

마지막 소개 종류는 창작자의 현실이 투영되어 있는 게임(퍼스널 게임)이었다. 디지털 아티스트로 작업하면서 자신의 작품들이 '게임'으로 잘못 소개되면서 사이버불링을 당한 경험을 표현한 Everything is going to be OK, 국내 인디게임 개발자인 소미의 레플리카와 리갈 던전도 꼽혔다.

리갈 던전은 곧 출시를 앞둔 경찰 시뮬레이터 장르 신작이다. 경찰이 쓸 수 있는 시스템을 이용해 범죄자 조서와 기록을 읽고 검찰에게 기소의견을 낼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박선용 개발자는 "레플리카에 이어 이 게임 역시 현실 인식이 투영되어 있다. 법률 공부를 했던 개발자의 전력을 활용해 한 사회가 범죄를 규정하고 그 규정된 범죄를 다루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호평했다.

아웃 오브 인덱스는 매년 10월이나 11월 개최된다. 크라우드 펀딩도 계획 중이다. 두 개발자는 "구경과 체험보다 질문과 대답에 집중하는 페스티벌"이라고 아웃 오브 인덱스를 정의하며 강연을 마쳤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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