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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의 셧다운제 근거 보고서 '조사 기준부터 틀렸다'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5.08 15:30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 적용이 어느덧 8년이 됐다.
 
셧다운제로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PC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시행 당시부터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셧다운제 연장을 위해 평가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작년 10월부터 6개월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제작한 '청소년 인터넷 게임 건전이용제도 평가' 보고서의 수치가 조작되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PC온라인 게임 대상 셧다운제를 2021년까지 연장했다는 것.

유해성 평가는 게임별 7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1점, '매우 그렇다'는 4점. 평균 점수 2.5를 넘는 지표가 7개 중 4개 이상일 경우 셧다운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 평균 점수가 실제와 다르게 책정되었다는 점이다. 여가부는 4개 문항이 2.5점을 넘겼기 때문에 셧다운제를 연장한다고 밝혔지만, 2.51점으로 발표된 5번 문항 평균 점수는 계산 결과 2.489점으로 적용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여가부는 계산 착오라고 해명하며 보고서를 수정하는 한편, "셧다운제 유지를 결정한 수치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문제의 보고서인 '2018년 청소년 인터넷게임건전이용제도 관련 평가'를 이동섭 의원실에서 입수해 검토한 결과, 보고서의 평가 방식부터 '지나치게 편향되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평가단 모집은 인터넷 사이트 및 대학생 커뮤니티 및 SNS를 통한 모집 공고문으로 진행됐다. 평가 왜곡 가능성을 피한다는 이유로, "게임중독 경험이 없으며 건전한 상식을 가지면서 게임을 할 줄 아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 자격을 한정했다.

게임중독 혹은 게임과몰입을 판별하는 기준이 사회적으로나 의료적으로나 존재하지 않는데, '게임중독 경험이 없다'는 것을 구분한 방법부터 의구심이 흘러나온다. 거기에 평가단 표본은 단 30명으로, 일반인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조사 전문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평가 척도에서 나온다. 7개 문항에서 도출하고 있는 유해성을 각각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캐릭터 레벨, 능력을 높임 = 역할 나누어 지속적 이용 유도
2. 여러 명이 함께 임무 수행 = 장기간 함께 하기 때문에 유해
3. 게임에 끝이 없는 구조 = 오랫동안 계속해야 함
4. 게임을 오래 해야 인정받는 아이템을 얻음 = 유해
5. 게임을 할수록 게임머니를 얻음 = 게임을 오래 하기 때문에 유해
6. 아이템을 우연히 얻을 수 있음 = 얻기 위해 계속 게임을 하게 됨
7. 게임 결과와 기록 등을 공개 가능 = 과도한 경쟁심 유발


7번을 제외한 6개 항목이 "게임을 지속적으로 하면 유해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 특성상 다른 유저와 교류하는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행위에 따른 성취가 따라오는 것 역시 게임의 기본 특징이다. '게임'이라는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 자체가 결여됐다는 지적이 뒤를 따르게 된다.

게임을 오래 해야 캐릭터를 향상시킨다면 유해하며, 반대로 아이템을 우연히 얻을 수 있다고 해도 유해하며, 실력을 인정받는 것까지도 유해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온라인 기반 게임으로 얻는 성취감의 모든 유형을 '유해'라는 이름으로 부정한다고 해석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게임과몰입이 게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건국대 정의준 교수가 4년간 청소년 2천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학업 스트레스가 자기 통제에 영향을 주며 이는 게임과몰입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게임과몰입군 청소년은 대부분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반군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확인되었다.

학업 스트레스는 부모의 우울 및 불안과 과잉간섭, 가정 환경, 학교 환경 등이 주 요인으로 분석됐다. 게임중독이라는 프레임에 대한 보고가 한국과 중국에서 대부분 발견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교육 경쟁이 과열되었으며 학업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평가되는 지역이다.

게임을 즐기고 그에 따른 성취를 얻는 기분이 유해한 것이 아니라, 게임 외에 성취를 느낄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이 유해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요약하면, 셧다운제 평가 보고서는 게임에 대한 이해 없이 게임을 할수록 유해하다는 기본 전제를 문항에 깔고 진행했으며, 그마저도 결과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자 인위적으로 숫자를 조정했다고 유추 가능하다.

해당 보고서는 여가부가 셧다운제를 유지하는 유일한 근거 자료다.

여가부는 계산 착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진심으로 청소년을 위한다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다시 합의를 거쳐 중립적 조사 기관을 선정해 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옳다. 게임 이용 제한 여부를 게임 전문성이 전무한 여가부에서 단독으로 결정한다는 것부터 구조적 문제가 생긴다.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은 청소년에게 자유와 행복을 주는 것이다. 청소년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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