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날씨는 맑음입니다. 연이어 신작이 발표되는 것도 있지만,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이하 프리코네)의 기대 이상 흥행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죠. 

프리코네는 한국 서비스 이후 구글플레이 매출 3위까지 오르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고, 특별한 과금 이벤트가 없는 지금도 10위 안팎을 오르내리며 안정세에 접어들었습니다.

프리코네를 개발해 2018년부터 서비스한 사이게임즈는 일본 내에서도 가장 상승세가 뚜렷한 모바일게임사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유벤투스 유니폼에 박힌 로고를 본 적이 있을지도 몰라요. 바로 그곳입니다.

첫 작품 바하무트로 가능성을 보였고, 이후 그랑블루 판타지와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이하 데레스테)가 초대박을 터트리면서 메이저 반열에 올랐죠. 지금은 CCG 섀도우버스의 e스포츠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그랑블루 판타지 Relink 개발을 발표하며 콘솔 시장까지 도전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프리코네의 인기 비결은 뭘까요. 겉으로 보이는 홍보 요소만 말하자면 매력적인 캐릭터, 유려한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 화려한 성우진 정도인데요. 과연 이것들 덕분에 떴을까요? 이 정도 카드는 현재 정말 많은 게임이 가지고 있어요. 흥행 필수요소일 뿐 충분요소는 아니죠. 

게다가 프리코네에 대해 냉정히 말하자면, 일러스트 퀄리티가 차별화될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스토리도 현재 기준 평가가 좋은 편이 아니고요. 예전 소녀전선 열풍처럼 '혜자 게임'이라 불릴 구석도 없어요. 그렇다면 대체 왜?

시계를 2015년 9월로 돌려보죠. 당시 사이게임즈에서 개발하고 반다이남코에서 유통한 데레스테는 아이돌 게임시장의 혁신으로 불렸습니다. 이미 다수 존재하던 캐릭터 육성 리듬게임 중 독보적 퀄리티를 보여줬고, 이후 오랜 기간 장르 정상의 자리를 지켰죠. 

이를 계승 발전시켜 반다이남코가 직접 개발한 아이돌마스터 밀리언라이브 시어터 데이즈(밀리시타)가 2017년 등장하며 더이상 원탑이라고 말할 수 없는 구도가 되었지만, 아직도 상위권에서 장르 발전을 이끌고 있죠. 중요한 것은 데레스테의 장점을 살필수록 프리코네가 겹쳐 보인다는 점입니다.

데레스테 초창기 호기심에 플레이했다가 아직까지 헤어나오지 못한 입장에서, 공통점을 통해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덕밍아웃'이지만 부끄럽진 않습니다. 매력적인 이유는 확실히 있으니까요. 배워야 할 점도 있고 말이죠.

아주, 아주 비슷한 UI/UX 디자인

왼쪽 하단부터 메인화면-캐릭터 육성-커뮤(스토리)가 차례대로 이어져 한가운데에 본게임 콘텐츠가 자리잡고 있죠. 각각 라이브와 퀘스트. 이후 오른쪽으로 룸(길드하우스)-뽑기-전체메뉴까지 이어집니다. 

왼쪽 위에는 똑같은 위치에 레벨-경험치-스테미너-머니(마나)-쥬얼이 표시되고, 오른쪽 약간 위는 이벤트 배너, 오른쪽 약간 아래에 공지-미션-선물함 순서로 작은 버튼이 자리잡은 것까지. 스킨만 다른 게임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죠.

메인화면에 유저 스스로 선택한 캐릭터들의 일러스트가 자리잡은 것과 좌우로 변경 가능한 것, 터치하면 차례대로 나오는 고유 대사 등 공통점을 일일히 다 말하기도 어려워요. 스토리 감상 디자인은 물론이고 룸 꾸미기 디자인과 방식과 룸 아이템 업그레이드까지 똑같습니다. 

2016년 서비스 종료된 프린세스 커넥트 전작이 데레스테의 전작인 신데렐라걸즈 소셜 게임과 흡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인연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요. 현재 게임에서 2개의 IP 흥행이 폭발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깔끔한 비주얼과 직관적인 정보 전달, 거기에 지속적인 플레이를 불쾌하지 않게 유도하는 합리적 구성을 갖추고 있거든요.

최소화한 인게임 스트레스

인게임 스트레스는 게임이 어렵거나 진행이 막히는 것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유저가 콘텐츠 진행 이외의 부분으로 거슬리는 점, 불필요하게 신경 써야 하는 점을 말하는 쪽에 가까워요. 데레스테와 프리코네의 공통 장점은 이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는 겁니다.

전반적으로 로딩이 길지 않고, 진행 중에 무언가 해결해야 할 다른 일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거슬리던 것이 데레스테의 아이돌 창고 정리인데, 프리코네는 그마저도 모든 인벤토리를 없앴죠.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정말 순식간에 모든 하루 일과를 끝내고 즐기고 싶은 대로 즐기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스토리도 보고 싶을 때 몰아서 보거나 스킵할 수도 있고요.

과금한다고 해서 무작정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요. 기본적으로 시간이 중요하며, 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뽑기 운이 있으면 좋지만 불운해도 기본 안전장치는 해놨습니다. 데레스테는 자기만족 보상을 제외하면 경쟁으로만 얻는 보상 자체가 없죠. 모바일게임 유저의 성장 자원을 돈-컨트롤-시간-운 4요소로 정리했을 때, 두 게임은 최소한 3개 요소가 밸런스 있게 맞물립니다.

어휴 과금, 어휴 뽑기, 그런데 충성충성

유저에게 지나친 과금 유도는 적으로 취급됩니다. 지나친 한정 뽑기도 물론이고요. 데레스테는 그래왔어요. 그런데 유저들에게 '갓겜' 소리를 들으면서 찬양받아 왔죠. 요즘은 좀 이야기가 달라졌지만, 설명하려면 길어지니 생략합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피드백과 퀄리티 발전이 우선으로 꼽힙니다.

데레스테가 나왔을 때 해당 업계가 들썩거린 이유는 퀄리티 때문이었죠. 리듬게임 중 백그라운드로 재생되는 뮤직비디오(MV) 모델링도 훌륭했고, 움직이는 모션 등의 연출도 기존 모바일게임과 차원이 달랐다는 것. 게다가 200명에 육박하는 캐릭터와 캐릭터별 따로 존재하는 의상까지 MV에 전부 대응시킨다는 것은 충격적일 정도였습니다.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무서울 정도로 계속 발전했죠. 어떤 유튜브 댓글을 빌리자면 '돈 쓴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비록 기복은 있지만, 최근 나온 MV들은 PS4 버전의 아이마스와 비교해도 어떤 면에서 더욱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장르도 다양해졌어요. K-POP을 연상하게 하는 곡과 MV도 몇 생겼고요.

피드백도 빨랐죠. 돈은 줄 수 있으니 원하는 캐릭터를 데려오게 해달라고 하자 스카우트 티켓을 판매하고, 천장(뽑기 상한 확정 획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니 천장이 생기고, 한정 캐릭터도 원하는 대로 데려오고 싶다고 하자 3주년에 한정 스카우트 티켓도 팔았습니다. 뽑기 중복 구제를 해달라고 하니 큰 효율은 아니지만 생기긴 했고요. 편의성도 끊임없이 개선됐습니다.

그간의 진화를 집대성한 데레스테 3주년 기념곡 '걸스 인 더 프론티어' MV
그간의 진화를 집대성한 데레스테 3주년 기념곡 '걸스 인 더 프론티어' MV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모든 날에 쥬얼을 받는다

프리코네를 하는 지인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서도 보상 이렇게 뿌리니?" 

네, 그랑블루 판타지를 거쳐 데레스테에서도 이어지던 선물대잔치입니다. 물론 받은 만큼 원하는 것을 얻을지는 각자의 기도가 얼마나 하늘에 닿았느냐에 달렸겠지만.

하루에 50쥬얼씩 주는 캠페인은 지나치게 흔해서 셀 수도 없습니다. 봄이라고 주고, 여름 왔다고 주고, 주지 않는 날보다 많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모두가 환호하는 일일 무료 10연차 이벤트도 꽤 자주 열립니다. 2주년과 3주년 등 기념일은 물론이고 새해에도 주며, 그밖에 별 생각도 못한 이유로 뽑기를 돌릴 일이 생깁니다. 당장 지난 1주간은 골든위크란 이유로 매일 무료 10연차를 돌릴 수 있었죠. 

거기에 복권이나 이벤트로 들어오는 보상도 무시할 수 없어서, 누적되면 무시 못할 자원이 됩니다. '자제력'만 있다면 무과금으로 엄청난 성과를 얻을 수 있죠. 3년 동안 과금으로 확정 스카우트 티켓만 샀는데 어느새 2개 룸에 SSR 포스터를 다 붙여도 남아돌 정도로 캐릭터가 쌓여 있습니다.

프리코네도 비슷한 흐름을 취하고 있습니다. 당장 모든 것을 이루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면 핵과금러가 되기 십상이지만, 매달 7,500원 데일리 쥬얼팩만 구매해도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뽑기에서 선택과 집중만 잘 한다면 말이죠. 사이게임즈는 기본적으로 '뽑기가 있지만 원 없이 뽑아볼 수 있는' 운영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보면 됩니다.

질문이 하나 생길 법합니다. "그럼 데레스테도 한국 퍼블리싱하면 흥행할까요?". 개인적으로야 언어 장벽 없이 스토리를 구경할 수 있다면 좋죠.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할 때 부정적입니다. 장르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RPG는 캐릭터마다 다른 스킬을 여럿 가지고 있고, 적에 대한 정보도 알아야 하는 등 '새로운 콘텐츠마다 읽어야 하는 텍스트'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1년 이상 진도 차이가 나더라도, 웬만하면 자국 언어로 게임을 즐기게 돼요. 최소한 본래 서버로 뒤늦게 넘어가서 이미 엄청나게 성장한 유저들과 경쟁하려는 사람은 적죠.

리듬게임은 전혀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도 몇 가지 메뉴만 누를 줄 알면 아무 문제없이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결정적으로, 다른 유저에 비해 성장이 늦어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 지장이 없어요. 리듬게임 장르에서 복귀유저 이벤트를 만나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죠. 유저간 격차를 좁히기 위해 무리해서 사다리를 놓아줄 이유가 없거든요. 

이런 이유로 4년 가까이 된 리듬게임을 초창기 버전으로 한국에 서비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본 서버가 노래 숫자와 콘텐츠 및 캐릭터가 압도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보다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고 넘어가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추가로 데레스테는 사이게임즈와 반다이남코가 함께 얽혀 있기 때문에 사업적 문제가 더욱 복잡한 것도 한 몫을 합니다. 반다이남코가 단독으로 개발 운영하는 밀리시타가 그나마 가능성은 더 높은 편입니다. 한국 유저들에게 다소 인지도가 있는 아이마스 본가 캐릭터들도 존재하고 말이죠.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슬슬 굳어지는 정설이 있어요. 모바일게임 매출의 두 축은 '아재'와 '덕후'로 나뉜다는 것. 

그래서 '덕밍아웃'을 하더라도 변명할 거리는 있습니다. '아재'류나 캐주얼게임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선택지가 이쪽이 되기 마련입니다. 지금도 품질과 아이디어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도 이런 '덕심'을 자극하기 위한 게임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에 대한 벤치마킹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획기적인 시스템 개량이나 개발팀만의 정체성이 나오는 게임은 찾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많이 모방하게 되는 것이 과금 모델인데, 중요한 운영 및 개발 발전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결과는 유저들의 비판과 짧은 수명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벤치마킹은 결과물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방식을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외의 성공 사례를 조금 더 구조적으로 접근해 분석하는 흐름이 생기길 바랍니다. 유저들이 게임에 보람을 느끼는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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