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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문화는 질병의 원인 아니다" 게임장애 질병코드 긴급토론회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5.28 15:48

국회 간담회의실이 취재 인파로 가득 찼다. 게임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점이 된 '게임이용장애'를 둘러싼 관심을 반영하는 듯했다.

28일,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 주관에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실 주최로 열렸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을 맡았다.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임상혁 회장이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패널 토론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 강경석 게임본부장,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순 팀장,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참석했다.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임상혁 회장

임상혁 회장은 주제발표에서 헌법적 가치와 법리를 제시하며 질병코드 도입의 문제를 지적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영위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며, 국가가 나서서 생활 양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잠재적 치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할 수 있다는 것.

이어 "디지털게임과 비디오게임의 범위와 정도에 대해서도 불명확하며, 통제력을 상실한 이유가 다른 이유에 있음에도 치료를 강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임상혁 회장은 "여러 나라에서 동시 접속되고 소비되는 게임 특성상 동아시아 3국만이라도 판단기준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강경석 게임본부장

한콘진 강경석 게임본부장은 게임을 소금에 비유했다. "많이 이용하면 유해하지만 적당한 선으로 즐기면 전혀 문제가 없는 물질"이라면서, 마약 등과 유사하다는 일부 관점을 비판했다.

2011년부터 매년 실시한 청소년 과몰입 실태조사 이야기도 꺼냈다. 보통 과몰입률이 3% 미만으로 나오며, 1차적으로 가정에서 부모가 해결해야 하고 이어 학교에서도 해결이 안 되면 상담을 거치는 것이 맞다는 것. 게임과몰입힐링센터에서 예술치료나 체육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문화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경석 본부장은 질병코드 도입의 가장 큰 문제로 '교육적 낙인 효과'를 우려했다. 정신질환자라는 코드로 매겨진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편견과 왜곡 속에서 대입과 취업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녀가 정신질환자가 된다고 할 때 어느 부모가 받아들이겠는가, 나중에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

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게임이용장애를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가 현재 전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중독 개념의 핵심 요소인 내성과 금단증상 같은 핵심요소가 배제되어, 게임이라는 단어에 등산이나 자전거타기를 넣어도 중독이 되는 셈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매우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충동장애 등 다른 정신장애가 게임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데도 게임장애라는 이름으로 변질될 수 있다"면서, "문체부와 의견 차이가 있는데도 보건복지부가 일방적 지지 발언을 한 반면 미국은 게임장애가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고 연구 조건이 체계적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보건복지부의 독단적 행동을 함께 지적했다.

최승우 국장은 이야기를 마치며, 보다 공정한 협의체를 위해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숙 팀장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숙 팀장은 현장에서 아이들을 접하며 느낀 관리적 접근의 필요성을 말했다. "연구를 통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 집단을 관찰한 결과 대인 관계나 가족간 친밀감이 낮은 등 환경 문제가 높은 원인으로 작용했다"면서 게임 문제보다 개인의 심리 사회적 측면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또한 "중독의 개념으로 통제 가능한지 묻기 이전에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학부모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순수하게 게임이 우선 증상인 케이스는 극히 드물며, 대인 관계가 결여되어서 게임에 의존하는 것을 게임 때문에 친구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은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을 마쳤다.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

개발자 출신 김성회 크리에이터는 한층 직설적인 말을 이어갔다. "학업에 관심 많은 부모님들이 세상에 없던 유해물질이 쏙 떨어진 것처럼 보지만, 게임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놀이 문화"라면서 "연극을 영상으로 계속 남기기 위해 영화가 나왔고, 그것을 집에서 보기 위해 TV가 나온 것처럼 게임 역시 자신이 직접 해보기 위해 탄생한 문화적 흐름을 통해 나온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TV는 호환 마마에 비유되거나 '바보상자'로 불린 적이 있으며, 고대 그리스는 희곡이 젊은이를 바보로 만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성회 개발자는 신생문화인 게임이 지금처럼 과한 신고식으로 죽어버리지 않을지 걱정되며, "지금 여러 움직임이 과연 순수하게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 걱정되어 그런 것인가"라는 의심의 말을 이어갔다. 게임계에 '빨대'가 꽂힐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계는 돈을 많이 벌고 덩치가 크지만 싸움을 못 하는 코끼리와 같다"면서, 정치인과 의료인 및 시민단체 등에 대해 "코끼리를 넘어뜨려서 물어뜯으려는 하이에나처럼 보인다"라고 표현했다. "한의학으로 게임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는데, 언제까지 이런 일을 당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리니지 개인작업장을 돌리던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게임중독 때문이라고 기사화하거나, 번역을 잘못해 포트나이트를 해서 총기난사를 했다고 전하는 등 자극적으로 보도한 언론들에게도 "게임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가했다.

"게임이 강력범죄 이슈의 쓰레기통으로 활용되는 상황이 걱정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게임은 지구인 대부분이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놀이 문화인데 그것을 즐기기 때문에 범죄가 일어났다는 것은, '이 사람이 밥을 먹었기 때문에 살인이 일어났고 밥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 김성회 개발자는 "게임에 대해 높은 가치를 인정받길 원하는 것도 아니며, '여러가지 놀 거리 중 하나' 정도로만 봐줬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게입업계에도 쓴소리를 남겼다. "우리나라 게임들의 사행성이 강하고, 그 때문에 다른 단체의 개입에 마음놓고 반박을 펼치고 싶어도 턱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 위기를 통해 업계가 자성하고 '진짜 게임'을 좀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슬롯머신에 껍데기 씌운 것을 만들려고 공부한 것인지 회의감을 느끼는 개발자들도 많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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