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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개의대죄, 최고 퀄리티와 함께 안고 가야할 숙제들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6.10 14:39

흥행을 예상했고, 예측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만들었는데 화제가 안 되면 신기한 일이다.

넷마블의 일곱개의대죄:GRAND CROSS(이하 일곱개의대죄)는 CBT와 미디어 시연회를 거치면서 극찬을 받았다. 퀄리티는 압도적이었고, 원작 구현도 완벽했다. 4일 정식출시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 1위를 놓치지 않았고, 매출 순위도 상승 곡선이다. 

게임의 장기적 곡선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양과 질, 그리고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다. 일곱개의대죄가 지닌 생명력은 지금 어디까지일까. 앞으로 넘어가야 할 장애물을 냉정하게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확한 밸런스 체크를 위해 과금과 리세마라 모두 전혀 사용하지 않고 플레이했다. 

* 퀄리티는 역대 최고급이 맞다 

테스트 과정에서 가장 호평받은 부분이었고, 정식 출시 후 즐길수록 더욱 확실해진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틀어 이정도 수준의 그래픽과 연출 수준을 갖춘 게임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스토리를 모두 독자적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그래픽, 전투 스킬 하나하나마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연출, 여기에 모든 플레이가 매끄럽게 연결되는 상호작용까지. 애니메이션풍 게임의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로화면 게임에서 가질 법한 와일드 연출이 불가능하다는 선입견도 깔끔하게 부쉈다.

메인스토리를 진행하며 로딩 화면마다 전부 그 순간의 스토리를 담은 개별 일러스트가 나타나는 모습은, 개발사 퍼니파우의 IP를 향한 애정과 정성에 감탄을 표하게 된다. 로딩 화면만 모아도 원작의 스토리가 집대성될 수준. 

연출의 질은 화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얼핏 간과하게 되지만 호평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소리다. 한국어 더빙은 많이 언급돼서 굳이 더 말하지 않더라도, 양방언과 오카베 케이이치가 합작한 음악도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린다. 여기에 컷인과 스킬 사용, 그리고 각종 스테이지마다 사운드가 굉장히 깔끔하다. 심지어 메인화면 주점에서 들려오는 현장 효과음까지 현실감이 극대화됐다.

서브 콘텐츠가 지닌 디테일도 나무랄 데가 없다. 마을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돌아다니게 되는 서브퀘스트를 처음 체험하고 단순 반복노동이 되지 않을까 염려한 적이 있다.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퀘스트마다 스토리가 존재하고 그것이 마을의 배경과 자연스레 연결되면서 몰입감을 더한다. 특히 SP던전인 솔가레스 요새 파밍 스테이지마저 스토리가 이어진다는 것은 놀라운 디테일이다.

한 줄로 요약된다. 퍼니파우는 '퀄리티'라고 통칭되는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수준을 개척했다.

*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런데 시간이 좀 비싸다

빠른 성장을 위한 유저의 투입 자원을 과금-시간-실력 3요소로 분류했을 때, 일곱개의대죄는 시간으로 승부하는 구조다. 과금을 많이 하더라도 플레이타임을 어느 정도 줄여주는 선이고, 장비 파밍과 각성을 진행하면서 최상의 스펙으로 다듬는 것은 결국 시간의 몫이다.

캐릭터 세부 성장에 신경 써야 하는 시점은 메인퀘스트 4장 후반부터다. 그전까지 하라는 대로만 해도 쉽게 모든 것을 클리어했지만, 그 시점부터 장비와 각성재료 파밍에 조금씩 눈을 돌리게 된다. UR등급 진화도 할 일이 생긴다. 일련의 모든 과정에 골드가 소모되기 때문에 이 게임 재화 중 가장 강력한 적이 골드라고 볼 수도 있다.

시스템이 촘촘하게 잘 구성됐는데, 시간과의 싸움에서 다소 피로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걸린다. 상호작용이 모두 섬세하게 연출로 꾸며져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을 입장 때마다 로딩과 변경 화면이 있고, SP던전을 돌다가 잡화상점을 들러야 할 때도 시간이 필요하니 상황에 따라서는 이동에 1분 넘게 소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투 진행에서도 시간이 조금씩 거슬린다. 게임 진행을 2배속으로 돌려도 그렇게 빠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예컨대 턴마다 카드를 새로 받을 때 천천히 들어와서 유저를 성급하게 만드는 부분 등이 그렇다. 킹오파 올스타에 존재하는 소탕권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행동력 1 회복에 들어가는 시간은 2분이다 랭크20 기준 최대 행동력이 39. 즉 행동력을 모두 소모해도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최대치까지 회복된다. 이벤트 던전에 한번 입장하는 데에 행동력이 20전후로 소모되는 것을 감안하면, 짧게 자주 접속하는 것이 가장 큰 효율을 발휘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저의 지속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점은 좋지만, 게임 운영이 길어질수록 인게임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문제다. 일곱개의대죄가 과금 부담을 줄인 가장 큰 원동력이 플레이타임 비중 강화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작정 시간만 간략화하면 밸런스가 깨져 콘텐츠 소모가 너무 빨라지거나 과금 유도가 올라갈 위험이 있다. 운영이 장기화되면서 어떻게 편의성을 보완하며 밸런스를 유지할 것인지, 그 점이 가장 중요한 장기적 숙제로 보인다.

* PvP, 선공필승의 압박감

전투에서 생각보다 머리를 쓸 부분이 적어지는데, PvE만 따졌을 때는 현실적으로 큰 단점이 아니다. 성장 구조를 섬세하게 짜놨기 때문에 전투 선택지가 함께 복잡해지면 유저 스트레스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PvP 콘텐츠에서는 후술할 점들과 맞물려서 개선점들이 생긴다.

PvP에서 선공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단순 계산으로도 3개 스킬을 먼저 일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유리한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2가지 지점에서 나온다. 총합 투력이 1이라도 높은 쪽이 무조건 선공 확정이라는 점, 그리고 후공 쪽에 아무런 메리트 제공이 없다는 점.

전투력 낮아서 후공을 잡은 유저가 무조건 지는 것은 아니다. 파티 상성에서 완전히 앞서거나, 상대가 자동전투로 싸우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경우는 만나자마자 전투력을 비교하는 화면에서 승패가 결정나곤 한다. 대부분의 턴제게임 PvP는 선공과 후공의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한 장치가 최소한 하나 이상 들어간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저기... 만원짜리 월정액 좀 어떻게 안 될까요

과금 모델과 재화 수급은 무과금에게 기반을 다질 기회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 뽑기 11연차를 돌릴 때 쌓이는 마일리지가 다 차면 SSR을 확정으로 얻는데, 확정까지 연차 단 5회면 된다. 무료 재화로 돌리는 연차도 마일리지가 쌓인다. 각종 퀘스트에서 다이아를 꽤 많이 뿌리기 때문에 무과금도 쉽게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중복 구제 밸런스도 자비롭다. SSR 3회 중복시 SSR 확정티켓, SR 20회 중복시 특정 SSR 구매 가능. 운이 나빠서 확정 SSR 제외 단 하나도 얻지 못했는데도 스토리 5장에 들어온 현재 태생SSR 4개를 포함해 총 8개를 확보하고 있다. UR등급까지 진화도 시간이 좀 들어갈 뿐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과금의 폭이 다양하진 않다는 것이다.

월정액 패키지가 하나 존재하는데 3만원이라는 사실은 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1년을 즐길 경우 36만원이 된다. 그만큼 풍성한 혜택이 들어 있긴 하지만, 지출을 조절하며 즐기려는 소-중과금 유저라면 게임 초반에 구매 버튼을 누르기 망설여질 수 있다. 월정액이 과금 모델의 토양을 다지는 구조라는 것을 감안할 때, 1만원 전후의 저렴한 패키지를 추가로 마련하는 일도 생각할 만하다.

재화-성장이 엮이는 시스템은 그동안 다양한 넷마블 게임들을 계승 발전시킨 형태다. 최고 등급 캐릭터를 쉽게 얻도록 기반을 마련해주고, 진화 기회도 열려 있다. 여기에 장비와 각성 방면에서 최종 성장 정도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태생SSR의 진화 재료를 얻는 데에 시간이 좀 들어서 그 지점이 주력 과금 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 실제 고가의 패키지 중 상당수가 진화 재료와 관련된 모습이다.

검증된 방식을 더욱 효율적으로 다듬었다는 의미에서 강점이며, 동시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 방식을 자주 겪어온 유저들 입장에서는 결국 새로울 것 없는 진행 방식을 따라가기 때문에 익숙한 한편 피로감을 느낄 위험이 공존한다. 

*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을 게임

배터리 소모와 발열 문제도 이후 꾸준히 개선할 점이다. 그만큼 애니메이션 화면이 무서운 퀄리티로 돌아가고 그에 비해 신형이 아닌 스마트폰에서도 원활히 돌아간다는 면에서 최적화는 칭찬할 만하지만, 발열 문제가 매우 드문 기종에서도 상당한 수준으로 제보된다는 사실은 무시하기 어렵다. 

냉정하게 쓴 이유는 그만큼 애정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곱개의대죄가 지닌 게임성과 전망은 매우 밝다. 기본적인 게임의 질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디테일 보수만 이어진다면 게임을 계속할 동기는 충분하다. 특히, 일본 시장 특성과 추세를 감안했을 때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이미 손 안에 있다고 평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곱개의대죄는 강제적 과금 유도나 심한 수준의 뽑기를 넣지 않아도 훌륭한 성적을 얻는 방법, 그리고 유명 IP로 다양한 계층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지 교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임을 만드는 기량과 정성 모두 훌륭하다. 

앞으로 발전할 모습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런 게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감상을 현재 모바일게임에서 받는 일은 드물다. 일곱개의대죄는 확실하게 그 감각을 준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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