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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문화코드 ‘아이돌’, K/DA에게 진짜 배워야 하는 것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6.17 15:38

아이돌은 어느새 문화 전반에 스며들었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돌의 패션이 유행을 선도하고, 현실과 가상 경계에 있는 버추얼 아이돌이 속속 등장한다. 아이돌 '덕질'을 위해 언어를 배우고 관광을 찾아온다. BTS가 전세계를 열광시키고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가 흥행하는 한편 육성게임 BTS월드도 글로벌 출시를 눈앞에 뒀다. 문명 시리즈의 '문화 승리'라는 표현이 자주 와닿게 되는 시기다.

아이돌이 이제 K-POP을 대변하는 단어가 되었지만,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한국 게임에서 아이돌이라는 단어는 비교적 출발선을 늦게 건넜다.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가 공존하기 힘들었던 과거 환경도 있지만, 게임계의 아이돌은 한동안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이후 다른 아시아권에서 그 가능성을 바라보고 벤치마킹을 시작했다.

지형은 달라졌다. 이제 서양 게임사들도 아이돌 소재를 활용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리그오브레전드의 K/DA는 훌륭한 아이돌인 동시에 대안이었다. 한국 게임사들도 흐름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어딘가 부족하다.

전설의 시작

현실아이돌과 게임아이돌은 다르지만 비슷하다. 실제 사람과 가상의 사람을 다루는 방식은 완전히 같을 수 없다. 하지만 '덕질'을 유도하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덕질은 유저 만족도를 올리는 동시에 게임사의 사업적 만족도를 올린다.

현실아이돌은 팬덤 확보를 위해 품질과 감동 모두 잡기 위한 최고의 무대를 준비해 실력을 뽐낸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팬서비스다. 사인회나 팬미팅 등 오프라인 행사는 물론, 최근 온라인에서도 V-live 등 영상이나 채팅으로 교류하는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다. 

영상 교류 중 몇 명씩 짝을 지어 움직이는 경우를 점점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멤버와 멤버 간 대화와 스토리가 생기고, 특정 개인이 좋아 '입덕'한 팬은 점차 그룹 전체의 팬으로 변한다. 바로 관계성이다.

국내에서 게임아이돌에 일찍 관심을 가진 곳은 넥슨이다. 2012년 메이플스토리 8주년 기념으로 갑자기 NPC들을 묶어 걸그룹 라이징스타(Rising Star)가 만들어지고 신곡 'Smile'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카툰 연재와 인기투표 이벤트도 함께 펼쳐졌다. 당시 "웬 뜬금 없는 애니메이션 오프닝이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성공적인 아이돌 마케팅이었다. 노래와 영상의 품질도 준수했다.

엘스타 프로젝트는 한국 게임계에서 가장 힘이 들어간 게임아이돌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엘소드 캐릭터들을 총 4팀의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시킨다는 계획이다. 첫번째로 데뷔한 'trinityACE'는 현실아이돌을 기반으로 곡과 안무를 구성해 호응을 받았고, 성황리에 팬미팅까지 마쳤다. 

네오위즈도 아이돌 콘텐츠를 꾸준히 진행하는 편이다. 리듬게임 장르 IP를 갖고 있어서 궁합이 잘 맞는 면도 있다. 탭소닉탑은 처음부터 아이돌 육성게임으로 방향을 잡았고, 탭소닉 새 마스코트 레나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었다. 그밖에 자사 인기게임 브라운더스트 캐릭터로 B.I.Gz(비아이지즈)라는 그룹을 결성해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국내 게임아이돌에서 아쉬운 점은 크게 3개로 나뉜다. 첫째로 이런 아이돌 프로젝트에 큰 투자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B.I.Gz 뮤직비디오에 쓰인 곡은 디제이맥스에서 10년 전 내놓은 'Get Down'이었고, 영상이라기보다 BGA에 가까웠다. 그밖에 아이돌을 소재로 쓴 한국게임 중 다수는 퀄리티 높은 프로모션 없이 코스튬 판매 정도의 영역에서 그치는 일이 많았다. 

다음은 영상 연출력과 모델 스타일링이다. 이것은 기술 문제가 아닌 센스의 영역이다. 엘소드 trinityACE 데뷔곡 'MAGIC HOUR'는 높은 수준의 곡과 안무 구현을 인정받았는데, 클레이 질감의 모델링이 원작과 너무 동떨어지는 바람에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에 더불어 카메라 앵글 등을 좀 더 세련된 감성으로 다듬었다면 더 큰 파급력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은 IP, 조금 더 좁히면 캐릭터 파워다. 현실아이돌의 마케팅 요소인 스토리 축적과 관계성이라는 측면에서 유인력이 부족하다. 이것은 국내 게임계의 약점과도 연결된다. 장수 게임 몇몇을 제외하면 스토리의 연관성이 누적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더욱 그렇다. 캐릭터와의 조합이 끈끈하지 않다면 팬덤 역시 마찬가지다.

라이엇게임즈는 자본-센스-인지도 3박자가 뭉치면 최고의 가상아이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8년 한국 롤드컵 기념으로 발표한 K/DA의 'Pop/stars'.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현재 2억 3천만으로, 게임 관련 뮤직비디오 중 역대 최고라 할 만한 파급력이었다.

노래만 좋아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만일 K/DA 멤버가 아리, 이블린, 아칼리, 카이사가 아니라 매력과 인지도가 전혀 없는 캐릭터들이었다면 초반 탄력을 그만큼 받을 수 있었을까? 캐릭터 개성과 관계성을 꾸준히 쌓아오면서 큰 자산을 만들었고, 여기에 최고급 연출을 곁들여 탄생한 결과물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관계성이다. 라이엇게임즈가 Pop/stars를 발표하며 공개한 멤버 4인과의 가상 인터뷰 'K/DA 인사이드'는, 이들이 아이돌 산업에 대해 얼마나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지 증명한다. 이 길지 않은 인터뷰 안에 멤버들의 설정과 성격이 다 녹아 있고,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것에 대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캐릭터의 관계성은, 아이돌 콘텐츠뿐 아니라 게임 자체 몰입에도 큰 재산이 된다. 스토리가 많이 손상됐다고 말이 나오는 리그오브레전드도 챔피언의 소속이나 관계에 따른 각종 해석과 조합이 부여되면서 사업적 가치 창출도 다양해졌다. 

아칼리를 예로 들면 K/DA 외에도 아이오니아 조합으로 불의 축제, 쉔과 함께 간호사-외과의사 조합, 판테온 등과 요리사 조합으로 스킨과 캐릭터가 묶이곤 한다. 스킨 구매는 철저하게 감성의 영역이고, 캐릭터와 세계관 몰입은 유저와 게임사 모두 만족하는 구매 결과로 나타난다. 높은 스킨 퀄리티는 필수지만.

오버워치의 송하나(D.VA) 역시 좋은 예다.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게이머와 아이돌 설정을 조합했지만, 송하나는 단순히 아이돌이 상징하는 평면적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블리자드는 단편 애니메이션 슈팅스타에서 송하나가 짊어진 무거운 짐과 내면 갈등을 묘사했고, 현실적인 어린 게이머 이미지와 맞물려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아이돌게임이 일찌감치 발달한 일본은 초창기부터 관계성에 주목했다. 아이돌마스터나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캐릭터 하나하나는 평면적인 편이다. 하지만 각종 유닛으로 캐릭터를 묶으며 서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창조했다. 조합에 따라 캐릭터는 달라졌다. 입체적인 활용 여지는 게임에도 적용되면서 IP의 수명과 캐릭터 산업을 함께 성장시켰다.

'덕심 자극'은 게임 밸런스 운영에 긍정적 효과를 주기도 한다. 게임 성능과 큰 관련이 없어도 "이건 사야 한다"는 감성을 자극하면 유저들은 지갑을 연다. 성능 인플레이션으로 매출을 끌어당기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건강하다. 자극 방법은 여럿 있지만, 아이돌의 캐릭터 구축 방식은 매력적인 수단 중 하나다.

결국 문제는 퀄리티로 돌아온다. 캐릭터의 품질을 결정하는 분야는 2개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비주얼, 다른 하나는 몰입을 돕는 설정과 이야기다. 기존 인기 IP를 이용한 경우를 제외하면, 후자는 한국 게임이 자주 놓치는 지점이다.

게임아이돌 코드에서 비중이 큰 부분은 게임보다 아이돌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티스트적 감성이 필요하다. 게임 역시 문화예술 분야라는 점과 연관되기도 한다. 현실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적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

라이엇게임즈와 K/DA에게 배워야 할 것은 마케팅 방식이나 사업 모델이 아니다. 영상을 표현하는 법, 캐릭터를 구축해온 방식, 그리고 가장 최신화된 감성이다. 그것들을 배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조건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새 아이디어를 향한 아낌없는 투자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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