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옷이 복고풍 유행으로 갑자기 최신 패션이 되는 경우가 있다. 모든 대중문화나 엔터테인먼트는 트렌드가 순환한다. 영원히 인기 있는 스타일링은 없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웹젠은 창립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색깔이 확실한 게임사였다. 어느 한 영역을 독자적으로 구축한 조직은, 시시각각 바뀌는 흐름에 따라 보수와 변화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타협점을 고민하게 된다. 게임 트렌드는 특히 빨리 바뀌며, 고민도 그만큼 자주 생긴다.

한 가지 스타일링을 갈고 닦던 웹젠이 올해 들어 달라졌다. 최근 새로 공개한 게임 퍼스트히어로와 나선영웅전은 웹젠에서 보지 못한 형태다.

C9, 아크로드, R2, 뮤.

오랜 시간 웹젠을 이끌어온 IP들을 모아놓으면 웹젠의 이미지는 쉽게 정의된다. 선 굵은 액션 중심의 성장형 RPG, 그리고 중화권 시장의 강자. 웹젠에서 신작을 출시한다고 발표하면 많은 유저들은 머릿속으로 어떤 게임일지 쉽게 상상하곤 했다. 그 상상은 대부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웹젠이 걸어온 길은 분명 장점을 가졌다. 특유의 스타일을 기대하고 플레이하는 고정 팬층을 다수 확보해왔다. 웹젠 게임이 가진 감성 상당수는 웹젠 게임에만 있었다. 자사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며, 그 일을 해낸 게임사는 많지 않다.

그러나 우려해야 할 점도 공존했다. 이미지가 굳어진 만큼 한번 취향에서 한번 벗어난 유저는 웹젠 신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위험이 있다. 뮤오리진2와 마스터탱커 출시 시기 트렌드를 살피면, 인터넷 검색량과 언급량이 유저 숫자와 매출에 비해 비교적 적은 편이다. 팬덤은 구축됐지만 화제성이 넓은 폭으로 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 좋은 신호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고민을 거친 결과물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듯하다. 2019년 웹젠은 새로운 스타일링을 짜고 있다.

마스터탱커부터 변화의 조짐은 보였다. 중국에서 로코조이가 개발하고 이미 검증된 게임이기도 하지만, 게임 분위기는 기존 웹젠의 이미지와 달라진 면이 있다. 파티플레이 위주 협력 플레이가 메인 콘텐츠로 자리잡고, 귀여운 SD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웹젠의 스타일링 변화를 감지하게 했다.

퍼스트히어로는 완전한 이미지 변신을 보여준다. 국내 개발사 맥스온소프트가 만들고 웹젠이 일부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원빌드로 서비스에 나설 예정인 모바일 전략게임이다. 5월 30일부터 시작한 프리테스트를 체험했다. 로고를 가리고 "퍼블리셔를 맞혀보시오" 라고 문제를 내면 아무도 정답을 내지 못할 만큼 예상 밖이다.

게임 전체 색채를 글로벌에 맞게 세련된 동시에 귀엽게 구성했고, 자신의 성과 영지를 키우고 돌보는 SNG 성격도 포함했다. 3D 애니메이션풍으로 제작된 전세계 영웅들을 수집하고 성장시켜 전략에 맞게 활용하는 감성도 주목할 만하다.

이어서 웹젠은 19일, 모바일 수집형 SRPG 나선영웅전 계약을 발표했다. SD캐릭터 육성과 턴제 전략을 조합했으며, 한국과 대만에서 퍼블리싱을 맡을 예정이다. 남성적인 면과 고연령층을 주요 유저로 보유하던 웹젠이 스타일을 완전히 바꾼다는 또 하나의 전조라고 볼 수 있다.

웹젠과 나선영웅전 계약을 체결한 개발사 루나라게임즈
웹젠과 나선영웅전 계약을 체결한 개발사 루나라게임즈

이미지를 굳히는 방향이 장단점을 함께 가지듯, 이미지 변화도 리스크가 있다. 시도가 실패할 경우 고정팬의 힘만 약해질 수 있다. 큰 변화 없는 게임을 개발하거나 서비스하는 것이 당장 안전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젠이 보여주기 시작한 트렌디 접목은, 더 미래를 보기 위한 발걸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퍼스트히어로와 나선영웅전 모두 이르면 3분기에 정식으로 만나게 될 예정이다. 2019년 상반기 동안 웹젠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다시 추진력을 받을 시간이다. 웹젠의 트렌디 패션이 새로운 활력으로 자리잡을지 기대하게 된다. 게임사의 변신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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