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에서 진영전(RvR)은 대표적인 엔드콘텐츠다. 

‘Realm vs Realm’이란 단어에서 엿볼 수 있듯 진영전은 말 그대로 세력 간의 전투를 뜻한다.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로만 따지자면 몬스터를 상대하는 파티 단위 레이드도 이에 포함되지만, 진영전의 기본은 다수의 유저의 대결로 성립된다. 

팀전과 개념은 비슷하지만 용어를 달리해서까지 구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진행 양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진영전을 ‘전쟁’으로 부르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승리를 위해 서로 대결하는 주제는 같지만 규모가 다르다 보니 구현되는 전투 방향성도 다르게 표현된다. 

진영전을 메인으로 내세운 에어는 캐릭터에 의존하기보다 ‘마갑기’와 ‘비행선’으로 구현한 세력의 전술적 움직임을 승부의 키포인트로 삼았다. 실제 전쟁에서도 일개 병사의 화력보다 군단 규모의 지원이 더 효과적이듯, 에어 역시 화려한 컨트롤만큼이나 상대 진영의 약점을 함께 공략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PvP 콘텐츠인 만큼 발생하는 세력 밸런스 문제에 대해 진영전의 설정을 살린 오브젝트 요소로 접근했다. 조정에 실패한 진영전이 몇몇 유저들의 소위 ‘양학’에 가까운 플레이로 곪머리를 앓는 반면, 에어는 전장 곳곳에 배치된 대공포와 승강기 등의 오브젝트로 초보 유저도 전장의 변수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대규모 전쟁을 수준 높은 현장감으로 그린 배틀필드 시리즈도 진영전의 재미를 살렸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두 진영이 전투를 치른다는 단편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MMORPG에서 진영전이 갖는 의미와 단판제 FPS와 전혀 다른 복합적인 면모를 고려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진영전이 MMORPG의 대표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응집력’이다. 세력 간의 대결이란 콘셉트는 거대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MMORPG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유저들에게 기존의 1vs1 시스템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강함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의 장이다. 한 마디로 언제 어디서 추가되든 자연스럽고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줄 수 있는 일종의 ‘마스터키’로써 기능했다. 

무엇보다 진영전의 가장 큰 특징은 유저들에게 전에 없던 ‘소속감’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매 판마다 진영이 바뀔 수 있는 배틀필드와 달리 MMMORPG의 진영전은 메인 스토리와 결부해 처음 결정한 진영을 바꿀 수 없거나, 변경 절차가 매우 제한적이다. 대신 세력의 일원으로서 전공에 대한 보상과 지위를 제공했으며, 세력원끼리 다음 전쟁을 함께 고민할 수 있게 하는 등 단순한 PvP 콘텐츠 이상의 의미를 녹여냈다.  

복합적인 재미와 의미로 폭넓게 애용되고 있는 콘텐츠지만 진영전에는 위험요소도 함께 뒤따른다. 특히, 전투 밸런스는 수많은 유저들이 함께 투입되는 만큼 단순히 캐릭터만의 문제라기보다 세력간 힘의 균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가령 콘텐츠 규모가 대전격투나 MOBA 장르였다면 유저 개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진영전은 집단과 집단의 싸움이다. 개인의 힘으로는 기울어진 전황을 바꾸기 어려우며, 또한 쉽사리 뒤집혀서도 안 되는 복합적인 전투 양상을 띤다. 

경우에 따라 일방적인 전투 구도로 번지는 만큼 밸런스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데, 이에 대해 에어가 선택한 방식은 ‘지원군’ 시스템이다. 세력의 힘겨루기가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게 될 경우, 불리한 진영을 돕는 AI가 지원으로 참전한다. 시스템이 전쟁에 직접 개입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불공정해 보이기도 하지만 일방적인 학살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에 가깝다. 

이처럼 복합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콘텐츠인 만큼 많은 게임들이 압도적인 볼륨을 내세우며 진영전에 도전했으나 실패도 함께 잇따랐다. 한편으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기라 생각될 수 있으나 에어의 선택은 진영전의 기본인 전략과 밸런스에 집중된 듯하다. 

에어가 그린 새로운 진영전의 방향성은 26일 비공개테스트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