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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과 메시지의 균형' 소셜임팩트 게임, 게임사에 던지는 사회적 질문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6.27 17:02

재미있게 버무려진 개념이 등장했다. 소셜임팩트(Social Impact) 게임.

19일 국회의원회간에서 열린 5G 통신시대 게임산업 육성전략 토론회에서, 이정협 순천향대 교수가 플랫폼 시대 게임콘텐츠 발전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내세운 개념이다.

이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최근이 아니다. 커뮤니티 중 소수에서 소셜임팩트라는 말이 전해지고, 그중 일부 게이머가 소셜임팩트 게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사례는 없었다.

BIC페스티벌 심사위원장이기도 한 이정엽 교수는 소셜임팩트 개념에 게임을 연결시키면서 "개발자의 자발적 제작 말고도 게임사들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한국 게임업게의 고질병 해결과 게임 인식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 말에 설득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소셜임팩트의 기본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대형게임사가 주목해야 할 사회공헌 방향도 찾을 수 있다.

이정엽 순천향대 교수

소셜임팩트는 개인이나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하는 행위를 통칭하는 말이다. 기업 양극화로 인한 악순환에 우려가 커지고, 상생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경영계에서 점차 주목받는 개념이다.

소셜임팩트본드(SIB)가 좋은 예다. 취약한 사회문제에서 공익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민간 투자자에게 자금을 유치하고, 성공 시 보상을 지급하는 소셜 금융상품을 말한다. 2010년 영국에서 먼저 시작해 500만 파운드를 조성하고 출소자 3천 명의 성공적 사회복귀를 도운 사례가 있다. 이후 소셜 비즈니스 대안 중 하나로 떠올라 전세계에서 유사 모델이 사용되었다.

이정엽 교수가 소개한 소셜임팩트 게임 개념은 몇 가지 지점에서 흥미롭다. 기존 소셜임팩트는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아이디어나 혁신적 사업방향에서 주로 언급된다. 게임에서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게임 플레이 자체에서 경험자에게 메시지와 사회적 교감을 유도하는, 엄밀히 규정하면 '사회적게임'에 더 가깝다.

하지만 소셜임팩트 게임이라는 명칭은 게임이 가진 매체 특성과 맞물려 설득력을 가진다.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은 플레이 자체가 소셜로서의 힘을 지닌다. 싱글 게임이라고 해도 직접 움직이고 선택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가 존재하는 이상, 단순 감상이 아닌 체험의 영역에서 사회적 역할을 제공하기 충분하다.

소셜임팩트 게임은 게임 본연의 재미를 포기하고 사회성 및 예술성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다. 단편 영화로까지 제작된 페이퍼플리즈(Papers, Please)는 재미와 유머까지 챙기면서도, 입국심사관의 시점에서 전체주의 국가의 모순과 그 속 개인들의 가치관 충돌을 선명하게 보여주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그밖에도 해외 수많은 소셜임팩트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을 때 입소문을 타고 흥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토론회에서 예시로 나온 디스워오브마인(This War of Mine)은 생존게임 자체로도 훌륭한 게임성을 가지며, 게임이 사업 모델이 아닌 작품 자체로도 소셜임팩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게임이 나오고 있을까? 없는 것은 아니다. 소미(Somi)는 주목받는 인디개발자 중 하나다. 2016년 레플리카(Replica)로 정부의 감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표현했고, 최근 경찰 시점에서 정의와 가치관에 의문을 던지는 게임 리갈던전(Legal Dungeon)을 출시했다.

개발자의 생각이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된다는 단점도 지적되지만, 게임이라는 메신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법은 수준급이다. 게임이 말하는 메시지가 명징할수록 공감과 비공감도 엇갈린다. 비록 동의할 수 없는 주제라고 해도, 사회상 표현과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이 나오고 논의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아시아권에서는 대만 개발사 레드캔들게임즈가 눈에 띈다. 2017년 호러게임 반교(Detention)는 대만 국민당에 의해 문화탄압과 처형이 벌어진 1960년대 역사를 처절하고 선명하게 그려내 극찬을 받았다. 최근 영화화까지 발표되면서 한국 유저들에게도 화제가 되었고, 최신작 환원(Devotion)도 1980년대 배경을 훌륭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나날이 커지는 게임 스트리밍 시장도 좋은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참신하고 의미 있는 게임을 만들면 과거 어떤 시대보다 빠른 홍보가 가능하다. 반교의 경우도 한 유명 스트리머의 팬이 방송에 선물하기 위해 한국어 번역 패치를 제작했고, 한국 유저 사이에서 레드캔들게임즈의 작품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계기가 됐다.

대형게임사들이 이미 생각보다 많은 인디게임계 지원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다. 인디게임 페스티벌이나 어워드에서 제공하는 상금 중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행사 자금을 지원하는 일도 자주 보인다. 인디크래프트 상금을 '3N'이 지원한 것이나 BIC 오픈플레이데이를 펄어비스가 후원하는 등 사례는 매우 많다.

그러나 인디게임 개발의 근본적인 환경은 아직 게임의 완성조차 담보할 수 없을 정도다. 20일 게임전문지 게임포커스 취재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2년간 국내 인디게임 공모전 수상작 중 실제 출시까지 이뤄진 게임은 57%에 불과했다. 상금은 몇몇 개발자가 잠시 숨을 트이게 하는 수준일 뿐, 끝까지 개발을 완수할 수 있는 비용과 장소 마련은 척박하기만 하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 제공이 절실하다. 인디게임팀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개발 사무실 문제, 또한 공모전 빌드가 아닌 게임 출시까지의 그림을 잡고 체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가능성 있는 역량을 발굴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원 담당자의 문화적 안목과 조사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게임이 재미만 있으면 된다", "잘 팔리면 된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게이머 시점으로 지극히 옳은 말이다. 하지만 모든 문화매체는 대중적 작품과 문제적 작품이 균형을 이루며 발전했다. 누군가는 사명감을 가진 채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인위적으로라도 후원하면서.

영화 역시 그랬다. 재미있고 잘 팔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을 유일한 가치로 놓은 채 성장했다면 세계에 통하는 지금의 한국영화는 없었을지 모른다. 그 영화계조차도 독립영화의 상영 환경이 몹시 열악하다는 목소리는 매년 나온다. 하물며 지금 한국 게임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글로벌 대기업인 유비소프트는 2014년 발리언트 하츠: 더 그레이트 워(Valiant Hearts: The Great War)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1차 세계대전 배경에서 개개인의 드라마와 전쟁의 참혹함을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고, 영향력 있는 게임사가 전달할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가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했다.

자체개발이 아니더라도 퍼블리싱으로 소셜임팩트 게임을 필모그라피에 추가하는 움직임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등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한 기업들은 인디게임 개발자와 스튜디오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물론 그들이 자체 플랫폼을 가지기도 했지만, 콘솔이 아닌 한국 시장에서도 최적화된 환경을 구성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형게임사 입장은 억울할 수 있다. 공격과 비판의 희생양이 되면서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것은 많다. 다른 업계 대기업에 못지 않은 규모의 사회공헌을 실시하면서도 주목받지 못한다. 그러나 인류문화적으로 새로운 매체가 인정받는 과정은 그만큼 어렵다. 양극화 시대에서 이런 미션을 실천할 여력이 있는 업체도 현재 몇 되지 않는다.

게임이기에 가능하다. 아웃게임보다 인게임으로 기여할 여지는 충분히 많다. '게임은 문화다'라는 표제 다음 따라오는 질문, '지금 어떤 문화인가?'에 대한 답변은 아직 듣지 못했다. 소셜임팩트 게임은 모범답안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을 가졌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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