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증상이 아닌 것을 게임이용장애로 돌린다면, 그것은 '액받이'에 해당한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논란은 그 논의를 비켜나가 있다.

질병코드 반대 논거로 최근 가장 자주 활용된 연구 자료는 2가지다.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팀이 청소년 2천명을 대상으로 4년간 연구한 결과 ‘게임과몰입의 근본적 원인이 가정환경과 학업 스트레스에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게임과몰입 방문자 상당수가 ‘두 가지 이상 장애를 겪던 공존질환 환자’였다는 한덕현 중앙대학교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통계청은 WHO의 ICD-11 국내 도입을 위한 초기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다만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제외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게임이 아니며, 여기에 대해 게임을 잘 아는 사람들이 설명하고 소통해야 할 필요가 존재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및 주변환경이 과몰입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최근 나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시대 초창기부터 제기됐고, 본래 게임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자료는 20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가정과학회지 6권1호에 실린 '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자녀 관계변인이 인터넷중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은 광주의 중학생 217명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인터넷중독 영향은 의사소통의 효율과 부모와의 관계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정설로 인정된 논문은 아니지만, 이후 지금까지 연이어 발표된 심층 연구결과와 큰 틀에서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에도 가정학과 심리학 등 분야에서 비슷한 연구결과가 줄을 이었다. 포인트는 인터넷과 커뮤니티(SNS)의 의존, 그리고 환경 요인이었다.

올해 4월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화여대 임소혜 교수는 "아이와 게임에 대해 대화하거나 아이가 하는 게임에 대해 알아보는 적극적 중재를 하면 게임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인식이 낮아진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부모가 게임 이해력을 키우고 아이의 또래 문화를 잘 아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과몰입의 원인을 분석하고 환경 관점의 해결책을 찾던 움직임은, 2010년대 들어 게임으로 관점을 급격히 옮기면서 크게 뒤집혔다. 2013년경 4대중독법을 비롯한 게임 때리기가 가속화되고 게임중독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프레임으로 굳어졌다.

누구나 자투리 시간이 남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대다. 소수는 스마트폰 이용에 과하게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빠져든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느냐, 그리고 왜 과하게 하느냐에 대한 동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폰 중독이란 단어 역시 어폐를 갖는다. 커뮤니티 혹은 커뮤니케이션 과몰입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의문이 나올 만하다. 게임에서 남보다 강해지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과 시간을 써서 생활이 힘들어지는 경우나, SNS나 커뮤니티 게시판 활동에 지나치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유해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에 과몰입하는 이유를 분석하면 근본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미 수없이 분석됐고, 앞으로 더 연구할 여지 또한 남아 있다.

게임이 질병이나 장애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 판단의 바로미터 중 하나라면, 게임중독이나 게임이용장애라는 말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이 함께 나올 수 있다. 

유럽법원은 2007년 장애의 정의에 대해 '신체, 정신 또는 심리적 손상의 결과가 갖게 되는 한계 및 장애를 가진 사람이 직장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한계'로 설명한 바 있다. 위와 같은 논거를 적용한다면, 게임은 한계의 요인이 되지 않는다.

또한 그 자체가 질병이나 장애라기보다 '현상'으로 정의하는 편이 옳다. 이런 과정에서 "스마트폰이 해롭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면 1차원적 시각이라며 비판받기 마련이다. 

게임은 이런 1차원적 시각의 액받이 무녀가 되어 있다. 게임에 장애란 말이 붙으려면 게임이라는 매체에 공통적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게임과몰입이 나타나는 부류와 아닌 부류로 나뉜다면, 나타나는 부류의 특성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윤곽이 드러난다. 온라인, 즉 커뮤니케이션이다. 

청소년 과몰입이 나타나는 게임이 온라인에 한정되어 있고, 반대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한 과몰입은 모든 곳에서 일정하게 드러난다. 당연히 분석 대상은 커뮤니케이션을 향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여기까지는 의학이 아닌 논리의 출발점이다. 

설득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직관적으로 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중독은 아이를 망친다"는 말은 학부모 입장에서 한 번에 뇌리에 박힌다. 반면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아이의 소통 환경과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가 이렇고 저렇고 당신의 책임도 있을 수 있고..."와 같이 어렵고 길게 전달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는, 이성과 감성 모든 면에서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다. 

게임장애, 혹은 게임중독은 너무나 단순하게 와닿는 이름이다. 사회와 가정의 책임까지 완벽하게 면피되므로 액받이로 쓰기 좋은 대상이기도 하다. 게임 이전에 만화가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놀이 미디어는 항상 도마 위에서 요리재료가 되곤 했다.

게임은 각 작품마다 다양한 형태를 담는다. 

개인의 모험, 체험을 통한 이야기, 숨막히는 경쟁, 사람과의 교류 등 강조하는 분야가 서로 다르다. 오직 실험 목적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게임도 있다. 게임이용장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과연 거기서 설명하는 증상이 게임에서 고유하게 나타나는 특성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임의 기본 개념과 의미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결정권자 중 대부분이 그것부터 모르는 데서 문제는 시작한다.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하는 연구 중 상당수가 실험을 위한 게임 장르나 성격조차 구분 없이 이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게임을 이해하지 않으면 게임을 해석하는 과정이 올바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설득 과정은 지극히 장기적이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도입을 결정할 2021까지 지속될 장기전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 싸움은 2년이 아닌 20년짜리 싸움이다.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게임은 더욱 대중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세대가 지날수록 게임을 이해하는 비율은 늘고, 완전히 낯설어 하는 비율은 줄어들 것이다. 사회가 자연스럽게 문화산업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 시간을 너무 길지 않게 이어주는 것이 지금 시대 게임을 이야기하는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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