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9.23 월 18:29
상단여백
HOME 인사이트
한국형 'GDQ' 가능할까? 우리가 모르던 게임 스피드런 세계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7.04 16:53

7일 동안 기부금 30억원을 만드는 게임행사가 있다.

Games Done Quick(GDQ). 매년 개최하고 트위치를 통해 방송하는 게임 스피드런 축제다. 스피드런은 다른 말로 타임어택으로 불린다. 레이싱게임을 제외한 장르의 게임에서 빠른 클리어에 도전한다는 뜻은 스피드런으로 정착되는 추세다. 세계의 고수들이 모여 실력을 기록으로 드러내는 자리다.

GDQ가 규모와 화제성이 커진 이유는, 후원금을 사회에 기부하기 때문이다. 뜻깊은 사회공헌과 콘텐츠의 재미를 모두 잡았다는 것이 퍼지면서 기업들도 스폰서십과 후원에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제는 실시간 시청자가 20만명을 넘기기도 하는 초대형 이벤트다.

한국에서는 게이머 중에서도 소수 마니아만 잘 알고, 나머지는 아예 모르는 세계였다. 방송을 직접 보는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다. 게임 유튜브 및 스트리밍 시장 급성장과 함께 스피드런 영상이 과거에 비해 보급됐고, GDQ도 조금씩 입소문을 탔다. 

스피드런 행사는 아직까지 한국 게임계와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눈을 돌릴 가치가 충분하다. 

기부금 최초 3백만 달러 돌파 순간, 온라인 오프라인 양쪽에서 환호하는 유저들

GDQ는 매년 2회 열린다. 1월에 AGDQ(Awesome Games Done Quick), 여름 시즌에 SGDQ(Summer Games Done Quick). 그밖에 모금이 필요한 재난이나 기념할 만한 이슈가 있을 때 비정기적으로 추가 개최하는 경우가 있다.

첫 행사는 2010년 1월이었다. 3일 동안 이어진 Classic GDQ는 1만 달러라는 소소한 후원액을 기록했지만 신선한 재미를 안겨주면서 세계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았다. 행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고전게임 위주였고, 고수들의 기상천외한 플레이가 충격을 선사했다.

2014년경부터 흥행은 급물살을 탔다. 같은 해 AGDQ부터 기부금이 처음으로 1백만 달러를 돌파했고, 스폰서 후원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게임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인터넷방송 플랫폼의 문화와 시스템이 실시간 스피드런과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것도 흥행 이유 중 하나다. 진행자들이 시청자 반응을 참가자에게 전달해 소통을 유도하고, 참가자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바로 반응하는 시청자 분위기도 재미 요소다. 유료구독 채팅으로 인해 후원 기본금을 자연스럽게 갖추기도 한다.

GDQ를 즐겁게 시청하다 보면, 서양 게임계에서 스피드런 문화가 매우 체계적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많은 옵션은 각각 정식 용어가 존재한다. 예컨대 'Any%'라는 표기는 달성도와 상관없이 클리어까지 최단 루트로 진행한 것을 뜻하고, 'Glitchless'는 버그를 사용하지 않는 플레이를 의미한다. 같은 게임이라도 옵션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따로 기록을 책정한다. 이 모든 것이 데이터베이스로 들어가면서 e스포츠의 성격도 함께 가진다.

게임이 더 어려워지는 버그를 일부러 사용해 기록에 도전하며, 혼자 2개의 캐릭터를 조작하는 참가자는 하도 많아서 신기하지도 않을 정도다. 한 손만 쓰거나, 눈을 가린 채 소리만 듣고 클리어하는 유저까지 있다.

모인 기부금은 국경없는 의사회와 암예방재단 등 다양한 단체에 번갈아 전달된다.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SGDQ 2019는 역대 최초로 기부금 300만 달러를 돌파했다. GDQ는 게임 기록을 경쟁하는 동시에 게임 기부문화의 기록도 경신하고 있다.

아시아권은 일본을 제외하면 스피드런 인프라나 문화가 그다지 정착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은 불모지였다. 주목받은 행사는 지난 2017년 처음 개최된 배틀런 정도다. 트위치와 제닉스가 함께 후원한 1회 배틀런은 누적 30만 명의 시청자가 몰리며 1,200만 원 모금에 성공했다.

배틀런은 한국형 스피드런의 가능성을 살피는 동시에 한계를 함께 드러냈다. 스피드런 인재풀이 적은 환경에서 스트리머의 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스트리머 입장에서는 따로 많은 연습을 하거나 콘텐츠를 짜야 한다. 좋은 취지의 행사라도 대가 없이 꾸준히 참여하기 쉽지 않다. 

결국 참가자의 인기에 따라 시청자 호응이 크게 요동치는 문제와 마주친다. 그런 이유로 인해, 2018년 12월 열린 2회 배틀런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아직 기반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이상, 아직 국내에서 스피드런 행사는 시기상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드런 행사는 여전히 잠재력이 빛나는 콘텐츠다. e스포츠와 기업 사회공헌, 그리고 인터넷방송의 시너지가 인프라다. 이 점에서 한국은 부족한 것이 전혀 없다. e스포츠와 기부 행사가 맞물리면서 업체 및 기관의 후원 역시 기대할 수 있다. 

인터넷방송 시청자 급증과 더불어 PC 및 콘솔게임 유저가 다시 늘어나는 것도 호재다. 현재 한국게임 중 컨트롤을 요하는 싱글 게임이 거의 없어서 당장은 어렵지만, 갈수록 콘솔게임 개발에도 눈을 돌리는 추세를 감안하면 훗날 한국 게임사들과 연계하는 것도 매력적인 모델이다.

아시아권을 대상으로 한 스피드런 행사는 지금도 고려할 만하다. GDQ가 영어권 유저들의 취향과 유저풀이 크게 반영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새로운 지역에서 펼쳐지는 스피드런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스피드런은 오직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상호작용 문화다. 누구나 연습하고 참여 및 소통할 수 있는 생활스포츠 성격의 e스포츠다. 게임과 연관된 사회공헌이 늘어나는 시대, 한국형 스피드런 기부 행사를 지금부터 게임계가 그려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길용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