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자인과 인테리어, 대중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는 미니멀리즘을 꼽을 수 있다. 

최소라는 뜻의 ‘minimal’에 체제, 운동을 나타내는 ‘-ism’이 더해진 단어의 의미처럼 미니멀리즘의 방향성은 단순함과 간결함에서 비롯된다. 작품과 창작자의 의도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데 있어, 미니멀리즘에는 복잡한 해석이 필요 없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개념은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인 만큼 게임으로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과거 수많은 게임들이 RPG 장르를 중심으로 한 개의 타이틀에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싣는데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배틀로얄, 오토 배틀러처럼 장르 본연의 재미에 집중하는 게임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모바일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매출 상위권 게임들의 대부분이 원작 IP(지식재산권)를 모바일로 구현하는데 집중했고, 최근에는 브롤스타즈와 궁수의전설 등 장르적 특색을 극대화한 캐주얼 게임도 MMORPG의 장벽을 심심치 않게 넘고 있다. 단순히 ‘많이 담자’에서 ‘어떻게 담을까’로 흐름이 바뀐 셈이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해 카카오게임즈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캐주얼과 마니아 장르로 대중들을 아우르겠다는 것. 프렌즈 시리즈로 대변되는 캐주얼 게임은 점점 쉬워지고 있으며, 프린세스커넥트 리다이브와 패스오브엑자일이 더해진 마니아 장르는 콘텐츠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의 캐주얼 게임은 모바일게임으로 확장되는 미니멀리즘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공개됐던 프렌즈타임은 별다른 콘텐츠 없이 오로지 가위바위보만을 담은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97만 명이 동시에 참가했던 이례적인 결과를 남겼다. 

비공개테스트를 진행 중인 올스타 스매시는 스포츠 게임이지만 한 손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간편함을 특징으로 삼았다. 공의 타점과 방향 설정 버튼을 통일했으며, 공의 방향에 따라 카메라 시점을 좌, 우로 나눠 넓은 탁구대를 한 번의 터치로 커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라이프엠엠오(Life MMO) 또한 ‘Gamification’(게임화)을 모토로 경쟁과 재미, 보상, 성취감 등의 게임적 재미를 삶에 녹여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게임과 생활의 결합을 추구하는 만큼 AI와 위치기반서비스, IOT 등 차세대 기술을 접목할 것으로 보이며, 대중성을 위해 캐주얼 게임과 마찬가지로 직관적인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카카오게임즈가 캐주얼 장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의 방향성이다. 남궁훈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카카오게임즈 하드코어 장르의 ARPU와 캐주얼 장르의 DAU 사이의 차이를 아쉬움으로 지적하며, 캐주얼 게임사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그중에서 카카오게임즈가 주목하고 있는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확대는 최근 게임계 트렌드를 관통한 미니멀리즘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초대형 게임을 표방하는 경쟁작들 사이에서 원터치만으로 콘텐츠를 풀어내는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특색은 뚜렷하다. 최소의 콘텐츠로 최대의 재미를 뽑아내는 것. 

물론 볼륨만 보면 다양한 성장 요소를 갖춘 RPG를 넘어서긴 어렵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카카오게임즈의 계획은 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이다. 카카오프렌즈에 디즈니 IP를 더한 올스타 스매시를 시작으로 해외 유명 IP와의 콜라보 타이틀을 확대하고 원활한 콘텐츠 공급을 위해 국내외 캐주얼 게임사와의 M&A를 펼쳐나갈 예정이다.  

한편으로 카카오게임즈의 하이퍼 캐주얼 장르는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기기 사양과 모바일게임의 그래픽과는 노선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타이틀에 한 가지 콘텐츠를 담는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방향성은 경쟁력을 위한 일점돌파 방식이라기보다 복고풍 감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 세대에서만 발전시킬 수 있는 복고풍도 있다. 기기가 발전하기 이전의 가위바위보는 사람이 적을수록 환영받는 놀이였으나 프렌즈타임을 통해 97만 명이 함께 즐기는 대규모 PvP 콘텐츠로 거듭났다. 

미니멀리즘이 트렌드를 변화시켰듯 카카오게임즈의 하이퍼 캐주얼 게임 역시, 캐주얼 장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의 깊게 바라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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