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이란 이름에 낯선 옷이다. 동시에 꽤 예쁜 옷이다.

퍼스트히어로는 역사나 신화 속 영웅들과 함께 전술과 전략으로 승리를 이끄는 게임이다.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유저를 맞이하고, 글로벌 원빌드 출시란 소식이 말하듯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다.

퍼스트히어로는 두 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특색을 이룬다. 스타일, 그리고 스피디.

귀엽고 섬세하게 모델링된 캐릭터는 개성을 빛낸다. 아서 왕이나 여포와 같은 동서양 유명 영웅은 물론 이순신, 세종대왕, 광개토태왕 등 한국의 대표영웅도 함께 등장한다. 세종대왕이 뭘로 전투하느냐고 의심하지 말자. 광역 회복과 디버프 해제를 뿌리는 과학의 성군이시다.

어설픔 없이 유려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특히 사랑받는 3D카툰 애니메이션 느낌이다. 한국의 주류 감성이 아니라는 느낌은 있지만, 폭넓은 호감을 유도하기에 충분한 디자인이다. 여기에 전투 입장부터 마무리까지 시원하게 전개되는 사운드, 감각적인 배경과 메인화면 연출까지 센스를 갖춘 패션이라기에 부족하지 않다.

전투에 세부 컨트롤은 중요하지 않다. 판단력이 전술에 반영되는 시스템이다. 출격 부대와 위치를 정하면 자동으로 전투를 펼치고, 보병>궁병>기병>보병 상성에 따라 유불리가 나뉜다. 여기에 특수 영웅을 부대와 함께 출격시키면서 스킬 하나가 전황이 크게 변하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전략 카드와 특수 병기 활용이 중요해진다.

성채를 배치해서 특정 공간을 막은 다음 양옆으로 협공하거나, 교란 영웅으로 상대를 이간질한 뒤 강력한 스킬로 승기를 굳히는 등 다양한 전술이 가능하다. 전투 중 펼쳐지는 이펙트 역시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다. 디자인과 아트워크는 칭찬할 만하다.

게임 전개는 빠르고 쾌적하다. 퀘스트만 가볍게 따라가면서도 왕성을 강화하고, 건물을 짓고, 병사 훈련과 연구에 자원 관리까지 템포가 끊이지 않는다. 게임 초중반은 즉시 종료 버튼이 과금으로 막히는 일도 없다. 전개에 도움 되는 아이템은 풍족하게 공급된다.

유저 영토의 확장, 그리고 유저간 벌어지는 침략과 재탈환이 주요 콘텐츠다. 클래시오브클랜 CF에서 리암 니슨이 "나는 널 찾아낼 것이다"라고 내뱉으며 복수 버튼을 누르듯, 내 땅에 생채기를 낸 유저를 찾아 역으로 약탈하겠다는 심리는 게임 진행의 활력소가 된다.

다만 퍼스트히어로는 내 본진 자체가 아닌, 도성 밖 곳곳에 존재하는 영지를 무대로 전투가 펼쳐진다. 맵이나 전장의 각종 요소를 마음대로 재편할 수 없는 대신,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병과와 병기가 다양해 전술 요소에 치중한 모습이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이 느껴진다.

가장 즐거운 전개를 보여주는 콘텐츠는 동맹 쟁탈전, 영지에서 요일마다 다르게 오픈되어 2개 동맹이 서로 대결한다. 참가도 간편하고 시시각각 전황이 바뀌는데다 점령 보상도 소중해서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앞으로 풀어낼 과제는 실전 전술 패턴의 다양화다. 앞서 다양한 전술의 재미를 느끼는 시스템을 소개했지만, 아직 시스템이 콘텐츠에 완벽히 녹아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유저 덱과의 실전이 펼쳐지면, 상황에 따라 특별한 전술을 사용할 일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영웅을 배치하는 순서는 정해져 있고, 결국 영웅의 스펙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A내고 B내고 C내면 승리 혹은 패배, 이런 전투가 반복되기 때문에 전술의 맛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지금도 병사 상성은 꽤 중요하지만, 영웅간 물고 물리는 관계가 생기면 더 다채로운 전투 형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웅 성장 시스템이 조금 무겁다는 점도 이 아쉬움에 기여한다. 출시 단계부터 장비와 룬이 사용되고 이것 역시 강화가 필요하다. 20레벨 가까이 올라간 시점에서 성장의 벽에 처음 부딪히는데, 특별히 과금하지 않는 대부분의 유저는 부담을 느낄 만하다. 

원정대와 사막유적지 등 각종 서브던전으로 성장 재료를 돕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전략게임의 장르가 RPG로 바뀌는 느낌이라 유저 니즈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도성이 커지고 왕궁 레벨이 오를수록 손이 매우 많이 들어간다. 수많은 건물 강화와 연구를 일일히 1레벨씩 올려야 하는데, 강화 누르고 즉시 완료나 단축권을 쓰고 퀘스트 완료와 보상도 하나씩 받다 보면 터치 작업만으로 10분 넘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방대한 관리 영역에 맞는 UI 일괄 기능도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스토리가 곱씹어보면 은근히 흥미로운데, 오직 대화창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와 대사의 디테일 때문에 스토리텔링 면에서 유저 몰입을 유도하기 부족하다. 세계관을 표현하는 연출에도 조금 더 힘을 썼으면 어떨지 느끼게 된다.

감각적인 옷맵시를 갖췄으니, 이제 몸을 키울 차례다. 게임에서 성장하고 확장하고 싶은 이유는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싸우는 게임인가"에 대한 답변은 확실하다. 다만 "무엇을 하기 위한 게임인가"라는 질문이 남아 있다. 게임 목표에 큰 줄기가 존재한다면 유저가 동기부여를 받게 될 것이다. 

앞으로 퍼스트히어로가 갖추는 목표가 되길 바란다. 이 깔끔한 스타일과 디자인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