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시장을 점령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게임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리그오브레전드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게임트릭스 기준 50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며, 2위 배틀그라운드와도 30% 이상 차이로 여전한 콘텐츠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10위권 내 유일한 AOS 게임인 만큼 장르의 경쟁력을 대표하는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리그오브레전드의 흥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합적이다. 국내 서비스와 함께 시작된 활발한 e스포츠와 현지화 정책, 머천다이징 사업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중에서 경쟁 콘텐츠가 유저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의견은 국내 게임 시장에 AOS 열풍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후 수많은 AOS 게임이 등장했으나,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흥행작의 아성을 넘고자 야심차게 출발한 게임들은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스테디셀러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도타2, 히어로즈오브더스톰, 어센던트 원 모두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어떻게 보면 시장을 선점한 리그오브레전드의 입지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단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혹은 흥행의 이유를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찾기보다 AOS 장르 전체로 확대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도 명분은 뚜렷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예측은 빗나갔다. 

그렇다면 리그오브레전드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또한 흥행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이나 복합적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캐리’의 여부이다. 

특정 캐릭터 혹은 유저가 승리를 견인했다는 용어인 캐리(Carry)는 장르를 불문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의 단골 사례로 애용됐다. 

어떻게 보면 AOS가 추구하는 팀워크와 화합과는 다소 동떨어진 단어라 생각할 수 있다. 애초부터 게임성 자체가 스타크래프트처럼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을 권장하지 않으며,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팀플레이야말로 AOS 프로씬과 천상계가 추구하는 방향성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오브레전드에는 슈퍼스타가 존재한다. 유저라면 한 번쯤은 ‘페이커’ 이상혁의 플레이 영상을 보며 감탄하고 천상계 매드무비 속 네임드 유저 방송을 검색한다. 그 어떤 장르보다도 팀적인 플레이를 중시하는 AOS에서 유저의 최종 지향점은 슈퍼스타의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특유의 경쟁 콘텐츠와 팀 내 캐리를 담당하는 슈퍼스타의 존재감은 곧장 리그오브레전드 내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척도로 자리 잡았다. 모든 유저들이 상위 랭크를 목표로 삼은 만큼 콘텐츠 연구와 업데이트가 거듭됐고 이와 같은 활발한 의견 교류는 라이엇게임즈 황금기의 기반이 됐다. 

물론 몇 명의 유저가 밸런스를 망친다는 우려도 있었던 만큼 타 AOS 게임에서는 유저 간 경험치를 공유하는 등의 협의점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저 개인의 활약을 팀의 공으로 돌리면서 개인이 경기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어려워졌고 이는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는 게임의 직관성과도 연결된다. 탑, 정글, 미드, 원거리 딜러, 서포터로 구성된 리그오브레전드의 'EU 메타'는 누구도 이것이 정석이라 선언한 적이 없지만 출시부터 고정된 시스템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한편으로 ‘창의적인 픽을 제한한다’라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비원딜 메타가 대세였던 지난해, 창의성 문제는 수그러들었다. 

어떤 챔피언을 활용할지는 자유롭지만 경기 중 각 포지션 별로 맡은 임무는 뚜렷하다. 진영을 붕괴하거나 갱킹으로 라인을 풀어주고, 팀 내 캐리를 담당하는 등의 역할군이 나눠져 있는 만큼 유저가 파고들만한 부분 역시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직관적인 역할군과 캐리 여부가 결합되면서 ‘장인’을 목표로 해당 챔피언을 연구하고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하는 식이다. 

최근 오버워치에 업데이트된 역할 고정 시스템 또한 이와 같은 특징과 일맥상통한다. 3탱 3힐 기반의 고츠(GOATS) 메타는 완벽한 팀플레이의 표본이었지만 재미와는 동떨어져있었다. 히트 스캔 영웅이 장식했던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중력자탄과 자폭으로 한정됐으며, ‘보는 재미’를 호소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커져만 갔다. 

때문에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캐리 선수의 복귀는 비단 팀의 승리뿐만 아니라 리그와 오버워치의 관심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롤드컵 당시 ‘루키’ 송의진과 ‘캡스’ 라스무스 윈터의 대결 구도로 많은 주목을 끌었던 리그오브레전드처럼 오버워치 리그 역시 슈퍼스타의 탄생을 조명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한 시대를 아울렀던 스타크래프트처럼 리그오브레전드의 사례는 많은 신작 게임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비록 수많은 AOS 게임이 등장했고 제2의 리그오브레전드가 되진 못했지만 선례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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