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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코드 민관협의체 구성원 살펴보니... '게임계 악조건'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7.24 23:27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논의를 위한 민관협의체가 출범했다. '밸런스' 조절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주요 논점은 정부위원 측 소속이다.

지난 5월 질병코드 논란을 둘러싸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보건복지부(복지부)의 대립이 격화되자, 국무조정실 주재로 민간과 기관이 함께 하는 협의체 구성을 추진해왔다. 
‘게임계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킬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 협의체 출범과 함께 공개된 취지다.

민관협의체는 민간위원 14명과 정부위원 8명, 총 22명으로 게임계와 의료계에서 각각 3명, 관련 전문가 2명, 법조계와 시민단체에서 2명씩, 그리고 정부위원 8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울대학교 이경민 교수

게임계에 포함된 교수 2명은 오랜 기간 진행한 게임과몰입 연구를 근거로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장이자 게임과학포럼 공동대표인 이경민 교수는 게임을 둘러싼 과잉의료화의 위험을 줄곧 지적해왔다. "과잉의료화가 게임의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으며, 오용 및 남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발표해온 바 있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허브센터장을 겸임하는 중앙대학교 한덕현 교수는 5년 동안 센터를 운영하며 방대한 경험과 데이터를 갖고 있다.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등록하려는 연구자들의 근거가 몹시 빈약하며, 방문자 대부분은 가정과 학교 환경에서 문제가 감지되는 등 복합적 요인을 안고 있다"는 것이 한덕현 교수의 지론이다.

넥슨코리아 김정욱 부사장이 포함된 것은 게임업계의 의견을 직접 대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업체 중 하나의 입장에서 정부부처 관계자들에게 소신껏 주장을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흘러나온다. 게임 협회 관계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불안 요소다.

한양대학교 노성원 교수(왼쪽) - 출처: 의학채널 비온뒤 유튜브

의료계 3인은 질병코드 등재 찬성측을 대변하는 방향이다. 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과 임현우 교수는 6월 개최한 정신의학계 심포지엄에서 "전체 학생 중 1.9%가 게임 중독 증세를 보일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5월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게임중독의 질병화 찬성 의견을 보였다. 이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청소년기는 오랫동안 노력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참을성을 길러줘야 하는 시기이며, 보상이 빨리 오고 예측불가능 요소가 존재하는 게임은 청소년기에 나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정영철 교수는 "게임이 ADHD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게임을 1시간 이상 즐기다 보면 뇌의 도파민 보상회로가 변해 점차 우연 요소에 기대게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가운데)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반반으로 나뉜다. 건국대학교 김양은 교수는 게임영재캠프 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게임 문화를 강조하는 활동을 펼쳐온 반면, 서울대학교 김동일 교수는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중독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수원대 행정학과 김정인 교수는 중립적 입장으로 추측되고 있다.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나, 게임계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읽힌다. 이현숙 대표는 2018년부터 게임물관리위위원 활동을 시작했지만, 탁틴내일은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는 관계기관이며 대표 본인 역시 셧다운제 찬성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월 탁틴내일이 게임 모니터링 관련 예산 4억 5천만 원을 여가부에게 지원받으면서 논란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오래 전부터 문화예술 매체로서의 게임에 주목해왔으며, 매출에 과도하게 집착해 발전이 정체된 한국 게임계에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최근 질병코드 논란에 대해 "게임이 놀이문화의 가치뿐 아니라 산업적 가치와 예술미학적 정체성까지 일거에 제거당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여기까지 적당한 균형을 맞춘 것처럼 보이나, 정부위원을 함께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조실 2명을 포함해 복지부, 문체부, 교육부, 과기부, 여가부, 통계청에서 각각 1인이 포함됐다. 문제는 질병코드 등재 찬성 방향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은 구조라는 것이다.

문체부는 줄곧 적극적 반대측이었지만, 여가부,복지부는 확실한 찬성측이다. 교육부 역시 찬성측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이 23일 공개한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의견수렴 결과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반대 의견을 제출한 곳은 4곳뿐이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과기부가 질병코드 등재에 부정적인 움직임을 취했지만, 적극적인 입장표명에 나설 것인지는 미지수다. 통계청 역시 게임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낮다. 최악의 경우 문체부가 3~4개 부처의 여론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될 가능성도 생긴다.

게임이용장애의 타당성을 살피는 자리인데, 게임 이해도를 가진 구성원이 과반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꼽힌다. 정작 게임 자체가 화두에서 빠질 위험이 있다.

민관협의체는 질병 코드 국내도입을 결정하는 데에 2025년까지 충분한 대비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을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겠다는 것. 하지만 게임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결정의 시간이 멀리 남은 만큼, 상호 이해의 길도 멀어 보인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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