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리그가 스테이지4를 시작으로 팀 구성에 탱딜힐 역할 고정 규칙을 적용했다. 

역할 고정은 6명의 선수들이 2명씩 돌격, 공격, 지원 영웅을 맡는 방식으로, 각 세트 종료 후 맵이 바뀔 때까지 선수들은 정해진 역할군을 변경할 수 없다. 선수들의 좌석 배치 역시 역할군에 맞게 배정되고, 전략상 변경이 있을 경우 좌석까지 이동해야 한다. 

신규 규정으로 역할 고정을 바라보는 선수와 유저들의 의견들은 다양하게 나뉜다. 리그를 지배해왔던 ‘3탱-3힐’ 중심의 고츠(GOATS) 메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자 겐지, 트레이서와 같은 공격군 영웅의 부활이 예고됐고 이에 따라 런던 스핏파이어와 필라델피아 퓨전의 강세가 점쳐지기도 했다.

원론적인 우려도 잇따랐다. 팀 조합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오버워치가 추구했던 조합의 창의성이 제한된다는 것. 하지만 자유로운 선택지는 오히려 프로무대의 메타가 획일화되는 악영향을 만들었다. 경쟁전 또한 팀원 간의 불통으로 심화돼, 대규모 밸런스 조정이나 역할 고정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프 카플란은 “창의적인 유저들은 제약 내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하는 만큼 역할 고정이 조합을 제한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라며, “브리기테를 필두로 영웅 밸런스는 역할 고정에 맞춰 조정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각 역할군이 최대 2명으로 고정되면서 프로팀들이 기용하는 영웅들의 양상도 큰 변화를 맞았다. 우선 브리기테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 3힐이 가능했던 시기에는 겐지, 트레이서 등 돌진형 공격 영웅의 억지력만으로 가치는 충분했다. 반면, 2힐 체제로 지원 영웅의 회복력이 중요해진 이후부터는 부족한 회복량이 한계점으로 드러났다. 

브리기테의 가벼워진 존재감은 겐지, 트레이서의 부활을 의미했다. LA 글래디에이터즈와 뉴욕 엑셀시어와의 경기에서는 솜브라, 트레이서에 윈스턴, 디바를 엮은 구성이 등장했으며, 밴쿠버 타이탄즈 역시 솜브라, 겐지를 활용한 돌진 조합으로 상하이 드래곤즈에게 승리했다. 

또한 222 메타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위도우메이커-한조 중심의 더블 스나이퍼와 로드호그-오리사 조합 연계도 고츠 메타를 이은 대세 조합으로 부활하고 있다. ‘사슬 갈고리-꼼짝 마!’ 연계가 여전히 강력한 콤보로 자리 잡고 있고 스나이퍼 영웅이 경기의 변수를 만들어낼 무대도 마련됐다. 

오리사의 방벽과 스나이퍼 영웅의 견제가 경기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로드호그-오리사 조합의 킬캐치 능력을 억제하는 메이를 필두로 더블 스나이퍼 조합에 한조 대신 겐지를 기용하거나, 방벽 파괴를 위한 리퍼가 등장하는 등 각 팀의 영웅 구성은 좀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무엇보다 역할 고정의 도입은 리그 관전 포인트의 변화로 이어졌다. 트레이서, 겐지와 함께 한조, 위도우메이커 등 피지컬 대표 영웅들의 출전은 특정 에이스 선수의 활약을 부각하는 계기로 발전했다. 

고츠 메타가 리그 시청자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들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FPS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선수 개개인이 돋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히트스캔 영웅들이 3탱-3힐 체제에 무력화되다 보니 승률의 흐름 따라 프로팀의 조합은 자연스럽게 한타 중심으로 맞춰질 수밖에 없다. 

물론 경쟁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프로팀의 완벽한 스킬 연계는 하이라이트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지만 장면을 만들어내기까지 지루한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궁극기 게이지를 채우려는 탱커들간의 견제 싸움은 긴장감이 부족했고 가까스로 만들어낸 한타 또한 하이퍼FPS보다 AOS에 가까워 오버워치 팬들이 원했던 재미와 방향성이 달랐다. 

역할 고정으로 인해 자유로운 조합 구성이 제한됐음에도 불구하고 프로팀들은 다양한 조합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 언뜻 보면 밸런스 조정 대신 선수들의 픽과 팀들의 조합을 제한하는 조치였으나, 블리자드의 과감한 선택은 하이라이트를 책임지는 히트 스캔 영웅과 하이퍼FPS 특유의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의 부활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연구가 거듭되는 단계인 만큼 고츠 메타에 이은 새로운 대세 조합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상대의 전략을 공략하기 위한 오버워치 리그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도 활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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