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란 생각이 든다”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이하 NYPC)에서 강연한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프로듀서의 말이다. 그는 현장에 모인 청소년들에게 ‘현재의 삶이 개발자로서 만들어갈 미래의 근본’임을 설명했다.  

마비노기의 개발자이자 닉네임 ‘나크’로 알려진 김 프로듀서에게 게임은 개발자의 삶과 마주치는 일종의 계기와 같았다. 첫 PC와 함께 제공됐던 ‘로드러너’로 인생 첫 게임을 접했고 스테이지를 직접 제작하는 과정은 곧 친구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재미로 발전했다. 

친구와 더 오래 놀기 위해, 작은 차이로 져주거나 친구가 게임 속 주인공으로 돋보이도록 해주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게임 개발자의 적성을 찾고 직업을 선택했다. 이후 첫 번째 게임이었던 로드러너는 데브캣 스튜디오를 통해 공식 리메이크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대표작인 마비노기 역시 본인의 어린 시절 경험과 아픔을 게임의 특징으로 녹여낸 작품이다. 사망 대신 행동 불능에 빠지는 시스템은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됐으며 작중 ‘티르 나 노이’와 같은 낙원의 탈을 쓴 냉혹한 현실은 가난 속에서 더 나은 삶을 동경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반영했다. 

“가족의 죽음을 겪은 후, 게임에서도 죽음은 도입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라며, “반면 어릴 때 아버지와 캠핑을 떠나 밥을 직접 해먹는 비일상적인 기억은 다른 유저들과 직접 나누고 싶었고 마비노기의 캠프파이어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개발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이라면 현재의 삶을 기억할 것을 강조했다. 고전 애니메이션 화풍을 재현했던 컵헤드와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개발자들은 청소년기에 체험한 추억을 재현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마비노기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기억이 생활이 갖춰져 있고 또 다른 나로 태어날 수 있는 김 프로듀서의 추억인 셈이다. 

체험을 전달하는 방법에는 소설,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은 매체는 게임이다. 그는 게임의 특징을 상호작용과 스토리텔링, 두 가지 요소로 정리했다. 개발자의 경험을 직접 플레이하는 상호작용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요소가 적절히 조합된 게임이야말로 개인의 삶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는 것. 

끝으로 “게임을 만들다란 말은 ‘자신의 스토리를 코딩한다’라는 뜻이다”라며 “청소년기의 삶과 체험은 게임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이기에 소중히 해주시고 그 추억을 다른 사람들도 체험할 수 있도록 게임으로 만들어 보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강연 이후 게임 개발자의 삶과 코딩 관련 질문에 대해 김 프로듀서의 답변을 들어볼 수 있었다. 

Q: 현재 개발 중인 마비노기 모바일과 원작 온라인게임의 차이는 무엇인가?
김동건: 어린 시절 마비노기를 플레이했던 개발자들이 함께 모여 제작하는 만큼 나조차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작품이 될 것 같다. 한 가지 특징을 꼽자면 원작 온라인게임은 플레이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게임이었다면 마비노기 모바일은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Q: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개발자가 되려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인지
김동건: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게임 개발자는 무조건 행복한 직업이 아니다. 직업으로서 굉장히 힘든 시기가 찾아올 때가 있는데, 만약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시기를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게임 개발자로서 정말 좋은 장점이 아닐 수 없다. 

Q: 개발자로서 느꼈던 어려움이 있다면?
김동건: 유저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가 가장 힘들다. 물론 좋은 피드백은 너무나도 감사하다. 하지만 서버가 다운되거나 운영상의 실수가 있을 경우에는 무척 죄송하고 힘들다. 

Q: 앱 개발을 목표로 코딩에 입문하려는데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김동건: 뭐든지 만들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선 추천하는 것은 홈페이지 제작이다. 틀을 잡고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기능이나 상호작용들을 추가하는 것 자체가 게임화의 과정이다. 기초를 잡는데 굉장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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