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러스터 유나이셋, 리갈스, 아제감, 텔피. 무슨 뜻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는 이름들이다. 그렇다면 맨체스터 레드, 머지사이드 레드, 노스 런던, 런던 FC는 어떠한가? 위의 명칭에 비해 지역 특색이 드러나는 만큼,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순서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널, 첼시를 의미하는데, 과거 코나미의 위닝일레븐 시리즈를 즐겼던 유저라면 맥그러스터 유나이셋, 리갈스, 아제감, 텔피라는 명칭이 귀에 익을 것이다. 반면, 프로에볼루션사커(PES)시리즈를 경험했던 유저라면 맨체스터 레드, 머지사이드 레드, 노스 런던, 런던 FC가 익숙할 수 있다.

축구팬들에게 잘 알려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아스널, 첼시가 위닝일레븐 시리즈에서 다소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라이선스 때문이다. 

라이선스 계약은 상표 등록된 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개인 또는 단체가 타인에게 대가를 받고 그 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업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닝일레븐시리즈는 라이벌인 EA의 피파시리즈가 2003년부터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PL) 라이선스 독점으로 인해, 코나미는 특정 케이스를 제외하면 정식명칭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은 피파시리즈가 위닝일레븐시리즈를 게임성이나 그래픽, 콘텐츠, 라이선스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압도하고 있지만, 과거 피파시리즈는 위닝일레븐시리즈에 비하면 아케이드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퀄리티의 차이가 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피파시리즈는 폭넓은 라이선스의 활용을 바탕으로 위닝일레븐시리즈에 없는 독자적인 콘텐츠 경쟁력과 확고한 유저층을 확보하며 뛰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금은 콘텐츠와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피파시리즈가 축구게임의 독보적 존재가 됐다.

특히, EA는 피파19부터 위닝일레븐시리즈가 독점하던 챔피언스리그의 라이선스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EA와 코나미의 라이선스 경쟁은 사실상 승부가 났다. 

E3 2018에서 EA가 피파19에 챔피언스리그가 추가된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 ‘피파시리즈로 옮겨야 한다’, ‘위닝일레븐시리즈는 끝났다’란 반응이 줄을 이었다. 축구게임 대부분의 지향점이 최대한 현실 축구에 가까운 환경을 구현하는 것임을 고려했을 때,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선스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나미는 지난해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브라질 리그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하는 등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의 유벤투스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며 눈에 띄는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다만, EA가 과거부터 라이선스 계약에 많은 공을 들여왔던 만큼, 단기간에 판도가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라이선스의 중요성은 비단 축구게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와 함께 인기 스포츠게임인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야구게임은 6년 만의 후속작을 준비 중인 게임빌의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 정도를 제외하면 넷마블의 마구마구와 이사만루, 네오위즈의 슬러거, 컴투스의 컴투스 프로야구, 엔씨소프트의 H2 등 실제 데이터와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하는 야구게임이 강세를 드러낸다.

강세를 드러내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은 KBO에 속한 로고 및 명칭과 선수 이름, 응원가, 구장 및 구장명 등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모습을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야구게임 라이센스의 경우, KBO가 보유한 구장 및 구단 라이선스를 비롯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이 보유 중인 현역 선수 라이선스,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이하 한은회)와 일구회가 가지고 있는 은퇴 선수 라이선스, 한은회와 일구회에 소속되지 않은 개별 선수들의 라이선스 등 계약해야 할 대상이 많아 유지가 쉽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특정 게임에서 라이선스 확보 문제로 몇몇 선수들의 이름이 가명으로 처리되거나 사진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유저들이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능력치와 상관없이 해당 선수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게임에서 라이선스의 비중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스포츠게임의 대부분이 사실적 환경과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라이선스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다만, 라이선스로 인해 많은 게임사들이 경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은 유저들에게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게임사의 경쟁이 없으면 시리즈의 발전은 빠르지 않을 수 있다. 피파와 풋볼매니저를 비교하면 체감적으로 느껴진다. 10년간 두 시리즈는 몇번의 과도기가 있었는데, 풋볼매니저는 몇년간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모든 산업에서 경쟁은 발전을 도모하는데 스포츠게임의 발전 속도가 과거와 같지 않은 이유 중 하나를 리어선스의 유무에 따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만큼 존재만으로도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라이선스이며, 사실성을 강조하는 스포츠게임에 가장 우선시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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