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금 이야기는 뽑기와 더불어 모바일게임 관련해 항상 나오는 소재다.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되고, 수집형게임이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더욱 민감해졌다. 하지만 수집형이 반드시 유료 뽑기를 가져가야 할 이유는 없다.

코레류는 일본에서 흥행한 함대컬렉션(칸코레)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며 발전했다. 이름에 이미 수집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지만, 유료재화 뽑기 게임이 다수를 차지하는 모바일 환경 특성상 수집형게임의 세부 장르 중 하나로 분류되는 것이 보통이다.

보통 병과 개념으로 나뉘는 역할군과 수많은 캐릭터가 존재한다. 수집한 캐릭터별 특성에 맞춰 조합과 진형을 구성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많은 부대를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서 유저 세력을 키워나간다. 수집형RPG에서 기지 운영의 개념이 포함된 시스템이다. 국내 출시한 중에서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코레류 게임이 아니라도 특성을 참조하는 일은 많았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 스테이지 기믹에 맞는 활용처 마련, 진형과 제조 시스템 등. 그런데 코레류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핵심 포인트를 간과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인게임 자원 운용이다.

재화 설계가 잘 된 코레류 게임은 유저의 즐거운 고민을 유도한다.

캐릭터 뽑기도 인게임 운영의 일부가 된다. 현재 남은 자원을 고난이도 전투와 제조 중 어디에 집중할지, 제조한다면 어느 자원을 많이 투입할지 정하는 것 모두 전략적 요소다. 유료 뽑기의 압박에서 완전히 독립되는 것이다.

예컨대 소녀전선은 주요 인게임 자원이 4개 존재한다. 자원은 스테이지 보상과 미션, 그리고 제대 파견을 통해 획득한다. 각 자원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소모된다. 또한 제조(뽑기)도 투입하는 자원 비율을 조정해 특정 총기류를 노릴 수 있다. 기관총을 얻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과 탄약을 많이 넣어야 하는 식이다.

기관총이 강력하다고 해서 남용하면 탄약이 순식간에 바닥나고, 제대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배치하면 인력과 식량이 낭비된다. 부품은 제조와 강화를 빼면 사용처가 많지 않지만, 다른 자원보다 귀하다. 특히 중형제조를 시작하면 가장 목마르게 되는 자원이다.

앞으로 돌려야 할 제조식에 어떤 자원이 많이 소모되는지에 따라 플레이 방향도 달라진다. 게다가 부대 성장도에 따라 파견 임무에서 상당한 자원을 얻으므로 어떤 캐릭터를 키우더라도 활용처가 생긴다. 소수 캐릭터 만능이 아니라는 장점 역시 이런 재화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다.

스팀에도 코레류가 있다
스팀에도 코레류가 있다

유료로 구매 가능한 재화는 밸런스를 크게 해치지 않는 용도로 사용되곤 한다. 스킨이나 장식물 같은 치장 아이템이 대표적이고, 시간 단축이나 시설 확장 등 편의성 개선에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하지만 시설 확장은 최대치가 정해져 있고, 스킨 구매는 자기만족의 영역이다.

유료 재화로 인게임 자원을 구매할 수 있더라도 효율이 나쁜 게임이 대부분이다. 자원은 코레류 밸런스를 유지하는 기본 뼈대이기 때문이다. 결국 월정액 정도의 과금으로도 부족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핵심 이유다.

코레류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게임 자원 비중이 높을수록 성장을 위해 필연적으로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입문 시기에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병과, 진형, 스킬, 제작 공식, 기지 관리 등 고유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반대급부로, 취향에 맞는 유저가 진입장벽 시기를 넘어서면 충성도는 여타 게임보다 강하게 드러난다. 운영에 큰 허점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이탈율도 적은 편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는 동시에, 캐릭터를 통한 IP 확장도 노릴 수 있다.

카운터사이드 테스트 후 흘러나온 우려도 비슷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소녀전선과 벽람항로 등 여러 서브컬쳐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인터뷰가 있었고, 실제로 여러 지점에서 코레류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는 것을 드러냈다.

테스트 중반부터 SSR등급 획득 확률을 절반 가량 올렸다. 특별채용은 15%까지 늘었다. 빠른 피드백으로 뽑기 수급량을 풍부하게 올린 점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논란이 됐던 특별채용 시스템은 높은 획득률에 캐릭터풀이 일반채용과 같다는 점만으로도 걱정할 염려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보다 핵심에 있다. 재화 시스템과의 괴리감이다. 카운터사이드에 인게임 재화는 골드 하나고, 캐릭터 채용계약서를 수급받거나 유료 결제해 채용을 실시한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뽑기 방식이다. 그런데 코레류처럼 캐릭터별 채용 시간이 따로 존재한다. 오히려 일반 게임의 뽑기보다 불편해지는 기현상이 생긴다.

수급량을 풍성하게 해도 고민은 남는다. 동일 캐릭터로 초월이 가능, 장비 옵션이 랜덤, PvP가 주요 콘텐츠 중 하나라는 점 등 여러 불안요소가 맞물린다. 여러 좋은 시스템을 잘 가져왔지만, 재화와 자원 디자인에서 더 세련된 감각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 부분이 코레류가 유저 지지를 얻은 이유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집형게임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그와 함께 사행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게임 자원을 활용하는 코레류의 핵심 시스템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유독 벤치마킹 대상에서 제외되곤 한다. 시스템 반영을 충실히 해낸 사례가 라스트오리진이고, 그 결과 인기와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출시 후 직관적인 매출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저 만족도를 잡으면 사업적으로도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모델은 이미 마련됐다. 서로 기분 좋게 돈을 쓰고 게임을 발전시키는 순환이 마련되도록,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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