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매각에 실패한 넥슨이 독한 변화를 준비 중이다.

과거 네오플에서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허민 대표를 영입하고, 14년간 이어온 지스타에 불참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스웨덴의 엠파크 스튜디오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 과정이 1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넥슨은 엔씨소프트, 넷마블과 함께 국내 대표 게임사로 손꼽혔는데, 몇 년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나쁜 성과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히트작이라고 고를만한 게임은 많지 않다.

그 사이에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을, 넷마블은 리니지-블소 레볼루션, 7개의 대죄 등 히트작을 내면서 속도를 냈다. 

그동안 넥슨의 성과는 상반기 실적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던전앤파이터로 네오플은 1조 2천억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정작 넥슨은 128억의 적자를 냈다. 

유저들에게 넥슨의 이미지는 부분유료화 모델로 수익을 거두는 게임사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넥슨은 게임에 과도한 모델 대신 최소한으로 일관해 왔다. 5월 출시된 트라하 역시 많은 유료화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는데, 매출 10위권으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기록 중이다. 

다만 매출순위 10위권 밖에 게임이 있다보니 외부에서 성공하지 못한 게임으로 인식되고, 트라하에 적용한 넥슨의 최소한의 과금 방식은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재단 전시회, 네코제를 비롯한 유저 오프라인 행사 등 이벤트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알리는 무료 전시회를 열고 청소년을 위한 코딩 대회를 개최하는 등 청소년이나 유저 중심의 행사 비중은 줄이지 않고 확대하고 있다.

공익을 위한 행사를 꾸준히 준비한 이유는 ‘대기업의 의무’ 때문이었다. 유저들에게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 지금도 넥슨게임을 사랑해주는 유저들을 위해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 지스타에 참가하며 유저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방향이 명확했다.

히트게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동안 이어온 행사나 방향성을 한 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기업매각 과정에서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자 넥슨은 변화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서 넥슨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현재 넥슨의 기반을 만든 허민 대표를 깜짝 영입했다.

아직 허민 대표의 역할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지스타 불참, 글로벌 M&A 등의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내실을 다지고 개발 역량을 집중하는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 


최근 넥슨의 대표는 기업관리 중심의 박지원, 사업부의 이정헌으로 이어지며 개발과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띵소프트의 정상원 부사장도 내부에 존재하지만 다이내믹한 변화를 위해 새로운 외부 인재 영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의무에 가까운 지스타 참가까지 포기한 만큼, 넥슨의 큰 변화는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바람의나라, 마비노기 등 굵직한 IP의 게임을 개발했던 넥슨이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는 발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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