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계를 둘러싼 논란 중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해외에서 불리는 이름은 랜덤박스. 원하는 내용물을 빠르게 얻기 위해서 운이 필요한 방식이다. 문제는 구매 상한선이 있는 게임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돈을 써야 얻을지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사행성이란 꼬리표를 피할 수 없다. 자율규제를 강화했지만 게임계 안팎으로 비판이 잇따른다. 비단 한국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해외 게임강국들은 랜덤박스를 법적 규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법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지난달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공개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는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담는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 게임 경험이 있는 10~65세 3,037명을 대상으로, 국내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게임 플레이 방식을 조사해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확률형 아이템 이용상황이다. PC와 모바일 유저가 보여주는 확률형 아이템 인지 비율, 지출 경험 비율, 지출액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별 성향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고, 연령별로 확률형 아이템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달랐다.

2018년 6월 이후 이용한 게임 분야를 모두 조사한 결과, 모든 세대에서 모바일게임 이용률이 가장 높았다. 그밖에 즐기는 플랫폼은 세대별로 차이를 보였다.

PC게임은 10대와 20대 비중이 높다. 8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이용률이고, 콘솔게임 이용률은 30대가 상대적으로 가장 높다. 40대 이상으로 갈수록 모바일게임에 집중된 성향을 보인다. '가장 많이 이용한 게임 분야'를 묻는 질문에서도 40대와 50대는 모바일게임 응답 비율이 70%를 넘으며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확률형 아이템 인지 여부를 질문한 결과 62.9%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중 PC게임 유저는 88.5%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확률형 아이템을 한 번이라도 구매해본 유저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PC에서 29.2%, 모바일에서 22.7%의 유저만 구매 경험이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 구매 경험자들에게 총 지출액을 물어본 결과 평균 83,537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값은 50,000원이다. 

PC게임 확률형 아이템의 주 고객은 40대다. 평균 지출액이 103,406원으로 가장 높았고, 지출 경험자 중 10만원 이상 지불한 유저가 42.3%에 달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균 지출 금액이 더 높게 나타났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지출 금액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모바일게임은 PC게임에 비해 전체 유저가 남성(52.6%)과 여성(47.4%)이 비슷한 비율을 보인 플랫폼이다. 30대 비중이 23.2%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20대였다. 10대와 40대가 약 17%로 비슷했다.

PC게임에 비해 확률형 아이템 지출 연령대가 조금 내려간 것도 특징이다. 현금 지출 경험이 가장 많은 것은 20대(34.3%). 다만 주 고객은 30대였다. 확률형 아이템 이용 경험자 중, 총 지출액이 10만원 이상인 유저 비율이 30대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0대는 지출 경험과 비용 모두 가장 낮았다. 다만 1인당 모바일게임 평균 이용시간은 가장 높았다. 연령대와 게임이용시간은 반비례했고, 여성이 남성보다 약간 더 높게 나타났다. 

모바일게임을 하는 이유를 2개까지 응답하게 한 결과, '시간을 때우기 위해'와 '어디서든 편리하게 즐길 수 있어서'가 가장 많았다. 

PC게임과 콘솔게임 유저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스트레스 해소'와 '단순 재미 때문에'라는 응답이 많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게임에 요구하는 가치가 모바일과 다른 플랫폼이 차이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

가족과 육아 등 이유로 PC에서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30대 이상 남성층이 모바일게임 소비로 집중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어느 사업파트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모델을 가진 모바일게임이 시스템은 복잡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출퇴근 시간 가볍게 즐기면서도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는 현상을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가 가져야 할 고민은 현재 모바일게임으로 집중된 개발 실태와 맞물린다.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간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은 매출 효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모바일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은 주력 유저의 소비력에 힘입어 매력적인 수익모델이 됐다. 그들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그러나 그 열매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시장은 장기적으로 발전이 어렵다는 사실도 함께 주목하게 된다. 주 고객들이 처음부터 새로운 경험이나 특출난 재미를 위해 접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확률형 아이템은 10대를 타겟층으로 삼지 않는다. 일각에서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추진되는 규제 내용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위험성을 인지하고 경계해야 하는 지점은 성인 대상의 사행성 몰입이다.

해외에서 추진 중인 랜덤박스 규제에서 대부분은 청소년을 별개로 두지 않는다. 사행성은 특정 세대가 아닌 전체 게이머의 과제고, 더욱 크게 번질 화제다. 게임 수익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다시 갖춰둘 때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이럴 때 미리 새겨둘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