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몰입도가 높아지는 게임이 있다. 

최근 게임 중에서는 테라 클래식을 꼽을 수 있다. 프롬소프트웨어의 작품이나 로그라이크 장르처럼 하드코어한 조작과 선택 난도를 모토로 삼은 경우도 있지만 테라 클래식의 방향성은 다르다. 레벨을 올리고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그에 합당한 플레이 타임을 쌓아올려야 한다. 

사실, 반복 퀘스트를 자동사냥으로 풀어낸 게임은 테라 클래식만이 아니다. 업적과 도감 작업에 능력치 보상을 매겨, 부족한 콘텐츠를 보충하는 방식은 모바일 MMORPG라면 대부분 차용하고 있는 형식이다. 더구나 원작과 다른 타겟팅 시스템을 차용한 테라 클래식은 조작 방식 또한 여느 게임과 큰 차이점이 없다. 

하지만 테라 클래식의 플레이 타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챙겨야 할 콘텐츠가 워낙 많다 보니 성장구간이 버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에 대한 테라 클래식의 해석은 과금 이상의 가치를 유저에게 제공한다. 

‘같지만 다르다’ 모바일에 맞춰 재구성한 조작

테라 클래식의 첫인상은 ‘같지만 다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원작을 대표하는 엘린과 케스타닉을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로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원작의 논타게팅 조작은 타게팅으로 구현해, 대다수의 모바일 MMORPG와 같은 기조를 따랐다. 

어떻게 보면 원작의 큰 특징이 사라졌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서 타게팅 방식이 조작 난도를 낮췄다는 의미가 아니다. 회피 쿨타임이 6초로 긴 편이고 엘프 궁수의 함정 도약 같은 회피 스킬도 제한적이라 보스의 공격패턴을 보고 피해야 하는 방식은 여전하다. 

빡빡한 성장구간을 감안한다면 신중한 조작은 필수적이다. 데바 제국의 침략으로 시작하는 메인 퀘스트와 스토리를 보충하는 서브 퀘스트는 풍부한 편이지만 결코 녹록하지 않다. 초반 퀘스트는 전투력으로 찍어 누를 수 있다 해도 30레벨 이후부터 몰려드는 적들에게 포위당하지 않으려면 영리한 조작이 필요하다. 

콘텐츠: ‘강함의 척도’가 플레이 타임인 이유

테라 클래식의 특징 중 하나는 레벨과 과금이 콘텐츠 진행의 열쇠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바일 MMORPG에서 출시 하루 만에 최고레벨까지 달성하는 노하우는 대부분 뽑기 콘텐츠와 연결되어 있다. 최상위권 유저들은 최고등급 장비를 뽑아, 메인스토리를 빠르게 진행하는데, 장비 뽑기가 없는 테라 클래식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패키지로 얻을 수 있는 전설장비도 극초반 구간 퀘스트 진행을 도와주는 정도일 뿐 근본적인 전투력 상승과는 큰 관련이 없다. 특히, 스킬, 펫, 날개, 문장, 숙련 등 전투력을 올릴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들은 모험과 명성 퀘스트 등의 보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즉, 과금보다 실질적인 플레이 타임이 전투력 상승의 핵심인 셈이다. 

전투력 관련 요소들은 복합적인 만큼 챙겨줘야 할 콘텐츠 또한 상당하다. 각종 장비와 제작 재료, 스킬 강화 재료 등을 수집할 수 있는 모험 콘텐츠만 하더라도 PvE부터 PvP, 레이드까지 18종에 이른다. 게다가 명성 퀘스트처럼 반복으로 수행하는 과제도 있다 보니 대부분의 플레이 타임은 성장 재료 수집에 묶여있는 편이다. 

이러한 구성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플레이 타임에 따라 누구나 강해질 수 있는 게임 형태는 바람직하다. 반대로 과금 여부에 따라 스테이지 클리어 유무가 판가름 나는 방식은 마케팅이라기보다 불합리에 가깝다. 때문에 테라 클래식은 플레이에 대한 명확한 동기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MMORPG뿐 아니라 타 장르에서도 매력적으로 느낄 법한 모델이다. 

다만 워낙 복합적이다 보니 매일 해결해야 할 콘텐츠 역시 많다. 비단 모험 콘텐츠만이 아니다. 테라 클래식은 펫 뽑기와 포션, 공허의결정, 희귀 강화석, 룬 등 성장 재료 들을 인게임 재화인 골드로 구매 가능하다. 

이들을 모두 구매하려면 상당량의 골드가 필요한데, 골드 수급 던전이 없다 보니 많은 시간이 필요한 몬스터 소탕과 장비 분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일 퀘스트와 길드 퀘스트까지 더해진다면 과제는 더욱 늘어난다. 테라 클래식은 여타 모바일게임 중에서도 많은 플레이 타임을 요구하는데 이는 때때로 즐거움보다 숙제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많은 유저들이 30레벨 달성을 어려워하듯 성장 동선 또한 빡빡한 편이다. 이러한 불편함이 플레이의 동기라기보다 버거운 짐이 될 가능성도 공존한다. 

결국 첫 업데이트가 중요하다

테라 클래식의 운영은 순항 중이다. 출시 이후 서버 상태는 안정적이며, 매출 차트 또한 10위권 안쪽으로 진입했다. 테라 IP(지식재산권)의 여전한 콘텐츠 파워와 모바일 MMORPG도 무리 없이 케어할 수 있는 카카오게임즈의 운영 능력을 증명한 셈이다. 

이제는 현상 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IP의 특색과 방대한 콘텐츠 사이, 발열과 퀘스트 관련 버그 등 다듬어야할 부분을 짚어줄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개발사 란투게임즈는 2주단위 업데이트와 출시 후 3개월 분량의 신규 콘텐츠를 미리 준비했다고 발표해, 활발한 피드백을 기대해볼 만하다. 

과도한 과금 유도에 지친 유저라면 테라 클래식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더 나은 완성도가 필요하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누구라도 전장에서 실력을 겨룰 수 있고 모든 콘텐츠를 개방할 수 있다는 점. 이는 테라뿐만 아니라 앞으로 출시될 카카오게임즈의 작품에 대한 팬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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