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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왜 중독 프레임에 갇혔나?" 문화연대 학술세미나의 대답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8.22 09:49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해, 아직 담론과 성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못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와 문화연대는 21일 '문화의 시선으로 게임을 논하다'를 주제로 공동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논란이 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해, 이번 세미나는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자리였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황성기 교수는 "질병코드 문제는 문화적으로 심각하며, 민관협의체가 중독이나 질병이라는 편협한 시각이 아닌 문화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왜 게임은 문제적 대상이 되었는가'란 발제로 게임이 놀이문화보다 중독 프레임으로 규정된 과정을 이야기했고,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는 문화 관련 헌법규범의 관점에서 발제를 진행했다.

토론에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사회로 강신규 문화과학 편집위원, 김영진 인천대 교수, 이경혁 게임평론가, 계인국 고려대 교수가 참여했다. 

2시간 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세미나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게임 문화론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3인의 발언이었다. 발제문을 포함해 강연 내용을 재구성했다.

◆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 "왜 게임은 문제적 대상이 되었나?"

기성세대 및 산업에서는 게임을 성장률과 수익성, 그리고 중독에만 초점을 맞춰 논의하는 경향이 있었다. 셧다운제도 헌법상 권리 침해와 게임 규제면에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한국은 게임을 통해 유저가 얻는 즐거움과 경험과 문화적 의미보다 중독과 청소년 보호라는 프레임에 더 힘이 실린다.

오락실이나 PC방을 미디어에서 어떻게 재현하는지 보자. 오락실은 오랜 시간 동안 범죄가 일어나거나, 공모가 이뤄지거나,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사람이 가는 등 일탈의 공간으로 표현됐다. 지금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끔씩 나오는 PC방의 모습은 기성세대가 그곳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 사회의 게임에 대한 시선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나오는 소식은 사건사고, 프로게이머의 연봉, 기업 이야기 정도. 그밖에 문제적 사례들만 많이 부각되고 언론에 소화된다.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유저 입장은 소외되어 왔다.

놀이의 특징은 규칙과 경쟁이며, 윤리적 판단은 배제된다. 기존 질서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 시각과 질서와는 거리를 갖는다. 게임이 갖는 저항성과 가상성은 게임 외부의 질서로부터 무의식적 불만과 불안을 유발한다. 이런 특징이 지금의 중독프레임을 유발한 것일지 모른다.

게임을 질병코드로 보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유령 같은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새로운 미디어나 테크놀로지가 등장할 때마다 비효율성과 불확실성이 언급되어 왔다. (비디오)게임은 기술로부터 시작되었고,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은 놀이를 확장시키고 일상성을 갖게 만든다. 

전자미디어의 시작인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 일부 학자들은 텔레비전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은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슈퍼 텍스트(Super-text)'를 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역시 슈퍼 텍스트의 특성과 연결된다. 모바일과 PC 등 게임을 구현하는 물적 토대와 게임 플레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관계가 새로운 문화적 형식을 생산한다. 

슈퍼 텍스트로서의 게임 특성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확인된다. 예전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은 인물들이 방송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현실과 방송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전과 미션을 수행했다. 1인 게임방송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게임 텍스트의 확장은 사람들에게 게임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스스로 움직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시대가 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IT와 게임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했다. 지금의 상황이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게임은 PC산업의 변화와 정보화를 이끄는 주요한 원동력이었고, 다양한 상호작용성과 함께 소통이나 전시 등 문화 사회적 담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세계관에서 게임은 절대적으로 금기시되었다.

심즈 디자이너 윌 라이트는 게임이 가상의 캐릭터가 한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유일한 미디어라고 말했다. 유저는 캐릭터 행위를 선택할 수 있고, 가상세계에서 자신이 선택하고 수행하는 행위를 통해 자기 가치관을 점검해볼 수 있다.

게임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에 이분법적 시각이 있고, 그것은 여러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디어는 문제의 원인으로 게임을 소환하고, 갈등의 코드만 노출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런 보도 형태가 반복된다.

게임이 중독이나 문화 이상에서 나아가 다양한 측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게임산업의 특정 분야에만 집중되는 산업육성 방식 역시 변화를 모색해야 게임 육성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득 가능한 문화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게임에 대해 터놓고 말하고 비평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도 폭넓은 담론이 필요하다.

◆ 강신규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이 문화면, 그것만으로 모두 보호할 가치가 있나?"

현재 게임규제를 둘러싼 논의는, 규제에 찬성하고 게임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임중독론과 규제에 반대하고 게임의 문화 측면을 강조하는 게임문화론으로 나뉜다. 게임중독론에 게임 자체 이야기가 빠져 있는 것에 비해, 문화론은 게임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이해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지금 시점에서 게임의 문화론에 한계는 존재한다.

현재 문화론을 말하는 주체는 게임업계와 학계다. 그러나 한국 유저의 업계 인식이 문화적 측면에서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게임이 문화라는 슬로건을 들고 업계가 직접 대응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거친 이분법 역시 한계가 있다. 게임을 문화로 규정하고 산업이나 경제와 대치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나. 게임은 여러가지가 혼합되어 있다. 만들고 향유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문화예술도, 산업도, 중독물도 될 수 있는 코끼리가 바로 게임이다. 게임중독론에 대한 무지 혹은 포비아도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정말 게임이 문화인가? 문화라는 개념은 매우 폭넓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 오염되기도 한다. 그 안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채울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단지 문화이기 때문에 보호받을 가치가 있나? 모든 게임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문화론을 가장 많이 말하는 주체는 직접 게임을 하는 유저여야 한다. 최소한 그들의 입을 빌려서 말하거나, 언급할 수 기회를 유저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게임 바깥 담론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문화라서 중독론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 대신, 세분화해서 분석하고 구체적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연세대에서 이뤄진 게임과몰입 메타분석에 의미가 있었다. 그런 연구가 많아야 한다.

게임업체도 게임이 문화라는 근거를 쌓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고, 문화로 보는 관점에도 다양한 결이 있기 때문에 논의의 빈 곳을 채워나가는 일도 중요하다. 게이미피케이션 등 다양한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게임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 이경혁 게임평론가 "문화로서의 게임, 업계는 스스로 성찰하고 실천했는가?"

게임중독 연구 논문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던 점은, 'Addiction(중독)'이라는 용어가 의학계에서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WHO의 ICD-11에도 최종적으로 'Disorder(장애)' 라고 들어가게 됐다. 

그럼에도 한국 미디어들은 여전히 게임'중독'으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가진 게임의 부정적 프레임이다. 트래픽 장사가 만연한 시대에, 게임이용장애와 게임중독 중 미디어 입장에서 어떤 표현이 '어그로'를 끌어낼 것인지 생각하면 의심해볼 만하다. 

자극적 노출이 오가는 가운데 정작 질병코드 지정의 본래 취지는 사라져버린다. 서울역 앞 PC방에 가본 적이 있다. 폭염을 피해 가장 저렴하게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PC 한쪽 구석에 '아재'들을 위한 게임 카테고리가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찾아온 이들이 자연스럽게 그런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런 생활이 1년 이상 이어진다면 그것을 게임이용장애로 판단할 수 있는가? 적어도 문제 원인과 해결법을 의학 바깥에서 모색해본 적이 있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나는 얼마나 현장을 가봤고 그 사실을 내 언어로 정리하려 했는가. 다짜고짜 중독이 아니라 문화라고 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선언만 했지, 실천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질병코드로 인해 발생하는 게임의 부정적 인식은 굉장히 위험하다. 하지만 질병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서 그치면 담론 싸움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화는 긍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게임이 가진 부정적인 면까지 다 포함해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업계와 미디어 전반, 그밖에 유저와 게임관계자 전반이 스스로 게임과 게이밍의 문제를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과도한 이용행위, 현금개입과 사행성으로 흘러가는 게임들, 선정성 문제 등 여러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법을 내놓을 때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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