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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자유 vs 보호, 배그 모바일 시간제한의 힌트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8.22 16:46

몰이해가 만든 무조건적 차단은 보호가 아닌 학대다. 사회적 환경에서 가족간 게임 소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게임을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시기에, 짚고 넘어갈 만한 사례가 있다. 해외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갖추기 시작하는 시스템이다.

중국의 텐센트는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으로 중동 5개 국가에서 파일럿 운영 중이던 게임플레이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중동지역 10여 개 국가에 추가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18세 이하의 유저는 권고문을 읽어야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게임 사용시간을 계속 체크한다. 누적 플레이 4시간을 넘기면 총 사용시간이 게임에 표시된다. 6시간을 초과할 경우 매 2시간마다 15분씩 팝업 알림을 띄워 휴식을 취하도록 유도한다.

시스템을 올해 초 먼저 적용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다. 이번 확대 계획에는 레바논, 오만, 요르단, 알제리, 팔레스타인, 바레인, 리비야, 모로코, 튀니지, 예멘이 포함된다.

현지 게임 크리에이터들은 SNS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유명 배그 유튜버 Aeod 1407은 "게임 유저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있는 기업의 정책은 칭찬할 만하다"며, "18세 이하 게이머는 장시간 플레이를 피하고 균형잡힌 게임 이용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임 이용시간 제약은 기본권적 관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배그 모바일은 네팔과 이라크에서 게임 플레이 전체가 금지된 바 있다. 게임이 과몰입을 일으키고 청소년들에게 폭력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다. 그밖에도 중동 지역은 청소년의 게임 이용 제한과 폭력성 및 선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룬다.

반면 문화적 선진국으로 취급되는 서구권은 시간 통제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입장을 유지한다. 게임에 대한 규제는 끊임없이 논의되고 연구되지만, 규제 방향은 사행성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특정 게임에 포함된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도박 요소를 따로 분류해 도박의 범주에서 규제를 준비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게임 이용시간을 강제로 제약하는 행위는  개인 기본권보다 안정과 통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에서 주로 나타난다.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와 중국, 그리고 중동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한 국가가 추가된다. 바로 한국이다.

텐센트의 게임플레이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대해 자조 섞인 반응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한국 셧다운제에 비하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쉬지 않고 대여섯 시간 즐긴 이후 2시간 간격으로 15분 휴식은 청소년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만한 패턴이다.

셧다운제는 이 분야에서 다른 의미로 선진적이었다. 2011년 시행됐고, 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통제 방식이다. 예외나 절충 없이 일괄적으로 접속을 막는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학생이 게임 한 시간도 즐기지 못하고 청소년 보호 명목으로 강제종료당하는 사례는 자주 제보됐다.

정부는 지난 6월 셧다운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게임업계 자율규제 강화와 병행해 셧다운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산업 활성화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부모의 요청이 있을 경우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셧다운제 완화가 산업의 관점에서만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 우려가 있다. '산업 논리 vs 청소년 보호'라는 대립 구도는 보호의 보완을 위해 새로운 불합리 규제를 탄생시킬 가능성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셧다운제 완화와 함께 고민할 지점은, 청소년의 자유와 진정한 보호가 되어야 한다.

텐센트가 배그 모바일에서 사용한 게임이용 제한 시스템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역설적으로 한 가지 힌트를 준다. 무작정 차단하거나 방치하는 것이 아닌, 미디어 사용과 일상생활의 조화를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방향으로 시스템 구축이다.

지금 시기 아동과 청소년은 뉴미디어가 익숙한 세대다. 게임은 본질이 아니라 미디어 중 일부 문화 코드로 작용한다. 청소년 미디어 사용의 중심은 이미 인터넷방송으로 옮겨가고 있다.

2018년 경희대 연구진이 조사한 '어린이·청소년 인터넷 개인방송 이용실태조사'에서 10대 청소년은 하루 평균 2시간 인터넷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학 아동 시기부터 유튜브를 통해 놀이 콘텐츠를 접하는 일도 이제 흔하다.

오히려, 게임 매체는 청소년의 미디어 환경에 좋은 완충제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교육계에서 각광받기 시작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연구는 대안 중 하나다. 가상의 규칙 속에서 임무를 부여받고 완수했을 경우 보상을 받는 게임 특성을 활용해 사회적 합의와 자제력을 습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게임이 폭력성과 연관된다는 일각의 근거 없는 주장과 별개로, 미디어 노출이 지나치게 오래 계속되면 부작용을 우발할 우려는 충분하다. 과용을 방지하고 올바른 미디어 이용 패턴을 학습하게 유도하는 것은 앞으로 간과할 수 없는 과제다.

게임을 둘러싸고 산업과 청소년을 대립시킨 지 오래 되었다. 소모전을 끝낼 필요가 있다. 미디어 시대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볼 시기가 됐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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