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리그가 2019 시즌 정규 일정을 마무리했다. 남은 일정은 스테이지4 플레이오프와 대망의 그랜드 파이널뿐이다.
  
오버워치 리그는 이번 시즌 큰 변화를 겪었다. 브리기테의 합류 이후, 3탱 3힐로 구성된 고츠(GOATS)메타가 리그를 지배하면서 상대적으로 히트스캔 영웅들이 활약할 여지가 줄어들었다.
  
오버워치 리그에서 히트스캔 영웅은 수많은 하이라이트를 생산하는 역할로, 보는 재미가 중요한 e스포츠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히트스캔 영웅들이 등장하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리그의 보는 재미가 떨어졌다. 조합의 획일화는 보는 재미 감소를 넘어, 유저들에게 오버워치의 한계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블리자드는 스테이지4의 시작을 앞두고 이례적인 결단을 내렸다. 팀 구성에 돌격, 지원, 공격 영웅의 수를 각각 2명으로 고정시킨 것. 일반적인 스포츠와 달리, 게임사가 플레이 방식을 시즌 중에 변경시킨다는 점에서 이후 결과에 따라 큰 파장까지 예상되는 조치였다.
  
역할 고정 도입 이후, 많은 규칙이 변했다. 세트 종료 후, 맵이 바뀔 때까지 선수들은 정해진 역할군을 변경할 수 없으며 선수들의 좌석 배치도 역할군에 맞게 배정됐다. 변경이 필요할 경우, 선수들의 좌석까지 이동해야 했다. 

때문에 많은 우려가 존재했다. 가장 민감했던 부분은 조합을 고정한다는 점에서, 오버워치가 추구하는 창의적인 조합이 아닌 획일화가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다.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역할 고정 이후, 조합의 상성에 따라 물고 물리는 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오리사와 로드호그 조합으로 구성된 돌격 영웅을 조합을 카운터치기 위해 리퍼와 메이같이 고츠메타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영웅이 등장하는 등 픽의 범용성이 넓어졌다.
  
실제로 스테이지4 시작 직후, LA 글래디에이터즈와 뉴욕 엑셀시어의 경기에서 솜브라와 트레이서가 딜러로 등장했으며, 밴쿠버 타이탄즈는 상하이 드래곤즈를 상대로 솜브라와 겐지를 포함한 돌진 조합을 구성하는 등 픽의 다양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원 영웅이 2명으로 제한된 것은 오버워치 리그의 메타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원 영웅이 2명이 되면서 3명에 비해 치유량이 떨어졌고, 다소 치유량이 부족한 브리기테의 활용도가 줄었다.

선수들 또한 변화된 오버워치 리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LA 글레디에이터즈의 슈어포(Surefour) 선수는 “역할 고정으로 인해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해졌다. 상대 팀에 위도우메이커를 잘 다루는 선수가 있다면, 돌진 조합으로 맞받아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스테이지4를 거치면서 돌격, 지원, 공격 영웅의 조합이 어느 정도 굳어져, 고츠메타가 다른 형태로 변했을 뿐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고츠메타가 시청자들에게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은 근본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FPS 장르의 e스포츠에서 유저들이 재미를 느끼고 환호하는 포인트는 선수 개개인의 피지컬을 확인할 수 있는 ‘에임’인데, 고츠메타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영웅이 등장조차하지 못했기에 보는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고츠메타에서 볼거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저들이 경쟁전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완벽한 궁극기 연계는 충분히 보는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할만한 수준이었다. 다만, 3명의 지원 영웅의 케어를 받으면서 궁극기 게이지를 채우는 돌격 영웅들 간의 견제는 지루함을 유발했다. 즉, 팬들이 원하는 재미의 방향성과는 다소 거리감이 존재했다. 
  
트레이서와 겐지를 필두로 위도우메이커, 한조, 맥크리 등 선수의 피지컬을 극한으로 선보일 수 있는 영웅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팬들이 원하는 재미를 확실히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FPS 장르의 e스포츠가 갖는 핵심 가치인 에임 기반의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어, 역할 고정의 도입은 고츠메타에 비해 발전했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블리자드는 2020년, 오버워치 리그에 홈앤어웨이 개념의 홈스탠드(Homestand, 각 팀이 돌아가며 홈경기장에 다른 팀을 초청해 여러 경기를 진행)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가까운 지역 별로 리그가 묶인 컨퍼런스(Conference) 개념과 스테이지 구분이 사라진 리그 일정 등으로 전면적인 개편이 예정되어 있다.
  
대격변 수준의 변화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블리자드의 입장에서 가장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오버워치 리그의 보는 재미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역할 고정 도입을 계기로 e스포츠의 본질적인 재미를 되찾은 오버워치 리그가,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다음 시즌부터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 기대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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