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도 한국 게임계 주류는 MMORPG다.

블소 레볼루션을 필두로 스피릿위시, 트라하, 로한M, 테라 클래식, 에오스 레드 등 수많은 모바일 MMORPG가 만들어지고 있다.

2019년이 불과 4개월 남은 시점인데, 연내 출시를 예고한 모바일 MMOROPG는 다수가 남아 있다. 달빛조각사, 바람의나라:연, V4, 리니지2M, 세븐나이츠2, 미르4. 이중 개발 코스트가 적게 들어간 게임은 거의 없다. 대부분 역량을 끌어모아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프로젝트다.

해외 상황과 비교해도 이질감은 느껴진다. 전세계 주요 게임개발 국가 중, 모바일 플랫폼에서 MMORPG가 주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한국과 중국이 전부다. 그중에서도 대형 자본이 집중되는 비중은 한국이 독보적이다.

의문이 생긴다. 한국에서 MMORPG가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의 현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을까. 취재를 위해 MMORPG 개발 경험을 가진 다양한 업체 개발자들의 의견을 구했다. 정리해보면 크게 4개 이유로 구분된다.

첫번째 이유는 투자의 문제다. 신작은 결국 투자비용의 싸움이다. "MMORPG와 그외 장르는 투자자 유치와 투자금액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우선 투자자 중 게임 최신 트렌드를 읽고 있는 경우는 찾기 어렵고, 그것을 감안해도 게임 선정에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실제 엄청난 국내매출 지표를 보여준 게임이 대부분 MMORPG 장르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그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힌 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말도 나온다.

돈에 얽힌 경험은 주식시장에도 적용된다. 게임사 주가가 가장 크게 요동치는 경우는 MMORPG의 개발 소식과 성패 여부다. 주가는 기업가치를 넘어서 자금 유용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장사 입장에서 신경을 쓰지 않기 어렵다.

둘째는 경험과 노하우의 편중이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시기 주류 장르가 MMORPG였고, 현재 개발 일선에 생존해 있는 1세대 개발자들은 대부분 MMORPG 개발 경험을 가졌다. 그들은 높은 확률로 결정권을 쥐고 있다. 기존 노하우를 적용해 신작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해답은 MMORPG로 흐르고, 성공 공식도 그대로 계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경험이 MMORPG에 일방적으로 몰려 있고, 그래서 MMORPG를 계속 만들고, 이후 세대 개발자들도 MMORPG 노하우만 주로 전수하는 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셋째 이유는 위와 연결된다. 신규 프로젝트 인력을 영입할 때도 MMORPG를 제외하면 경력자를 찾기가 힘들다. 인재 충원의 어려움은 곧 프로젝트 지연과 이어진다. 콘솔 신작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업체의 관계자는 "MMORPG가 아닌 이상 콘솔 플랫폼 개발 경험자 자체를 찾기 어렵다"고 고충을 드러냈다.

아트디자인이나 모델링 분야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장벽이 되는 것은 기획디자인과 개발 분야다. 신입의 경우 지원자 숫자는 콘솔 프로젝트로 많이 몰리는데, 막연히 콘솔게임이 좋아서 오는 경우가 많고 실제 개발능력을 갖춘 경우를 추리면 후보군이 급격히 줄어든다.

"신입은 원래 가르쳐서 쓰는 것은 맞는데, 잘 아는 사람이 있어야 가르치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일선 작업은 신입의 역량에 맡길 수도 있지만, 전체적 디자인과 조율은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이끌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구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

결국 모바일 MMORPG 신작의 완성도가 압도적으로 좋으며, 콘솔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만들어보지도 못하고 무산되는 일이 업계에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콘솔 신작 계획은 모든 대형 게임사가 한번씩 발표했고, 그밖에 공개되지 않은 프로젝트도 많았다. 하지만 이식작을 제외하면 모두 기약 없이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상황에서 사라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8월 29일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8월 29일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마지막 이유는 가장 많은 답변으로 나온 이야기다.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과금유저의 심리를 자극하는 데에 최적화된 장르라는 것이다.

라이브 운영팀의 한 개발자는 "사업적 입장으로만 보면, 모바일 MMORPG의 최고 장점은 플레이타임을 무한정 늘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1일 상한선과 스테이지 분할이 없고, 자동전투가 존재하는 장르다. 수집형RPG나 MORPG와 비교할 때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특징이다.

매우 길어진 플레이타임은 심리적인 '매몰 비용'으로 작동한다. "플레이가 길어질수록 보상을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자연스럽게 지불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상대적으로 더 강해진 나를 보여주기 위해 지갑을 여는 유저가 많고, 이런 심리가 동기부여로 변환되어 매출을 형성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 플레이의 주 목적이 성장 경쟁이 됐을 때, 새로운 MMORPG가 매출 기대를 가질 수 있는 동기가 함께 마련된다. 신규 서버를 열었을 때의 법칙과 비슷하다. 유입 유저의 저항을 줄인다는 취지와 다르게, 기존 서버 경쟁에서 밀린 유저가 새로운 성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서버를 바꿔 과금을 진행하는 현상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모든 이유를 모았을 때, 한국의 모바일 MMORPG는 게임계 발전사와 시장논리의 결합으로 풀이된다.

이것이 필연적이었는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다른 방향으로, 다채롭게 나아갈 분기점은 존재했을 수 있다. FPS나 순수 액션게임 등 다양한 선택지가 정상을 다툰 시기도 있었지만, 모바일 지형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많은 장르들이 장벽을 넘지 못했다.

과거와 현재는 고정됐다. 다음 편은 미래를 다루는 시간이다. MMORPG 시대가 맞이할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지, 그리고 최악을 막기 위한 대안은 존재하는지. MMORPG의 점검은 곧 한국 게임계의 점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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