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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페스티벌, 유저가 바라던 그 '게임전시회'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09.09 22:15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드넓은 BIC페스티벌 안내판이 환영 인사를 건넸다. 실감했다. 적어도 이번 주만큼은, 부산이 인디게임의 도시라는 것을.

"인디게임도, 지스타처럼 국내 대형 게임쇼가 가능할까"란 의문과 소망을 한참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유독 연이 닿지 않았다.

게임 행사를 이 정도로 행복하게 돌아다닌 적이 언제쯤이었을까. BIC페스티벌은 아직 덜 소문난 잔치였다. 먹을 것은 급격히 많아졌다. 입소문도 퍼지기 시작했다. 5년 전만 해도 상상 속 존재였던 '한국 대형 인디게임쇼'는 이제 진정한 즐거움을 주는 행사로 현실에 자리잡고 있었다.

태풍의 영향은 부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반관객 입장이 시작된 7일 아침, 강풍과 비가 찾아왔다. 하지만 전시장은 안전했다. 올해 새 보금자리가 된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는 튼튼한 실내 건물이었으니.

관객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길게 줄지어 전시장을 찾았다. BIC가 "이만큼 견실해졌구나"를 느끼게 한 장면이다. 경쟁 부문 국내외 전시작만 90종에 육박했고, 초청 작품과 스폰서십 부스까지 합쳐 100개가 훌쩍 넘는 부스를 즐길 수 있었다.

8일, 사전 선정된 전문 심사위원들과 함께 BIC 시상식이 진행됐다. 성과를 거둔 게임들이 눈에 들어왔다. 최고의 게임에 해당하는 그랜드 프릭스(Grand Prix)를 포함해 게임디자인 상까지 2관왕을 수상한 YCJY게임즈의 Sea Salt, 내러티브와 소셜임팩트 분야를 수상한 COSDOTS의 언폴디드:참극이 있었다.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특히 관심을 끈 게임으로는 21세기덕스의 크로노소드가 있었다. 관계자만 참석하는 비즈니스 데이조차도 시연객이 계속 몰려 기회를 잡기 힘들었을 정도다. 2D 도트 그래픽에 3D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소울 시리즈식 액션으로, 아직 완성까지 많이 남았지만 기대감을 끌어모으기 충분했다.

많이 물어보고 다녔다. 주목할 만한 게임은 무엇이 있었는지, 그리고 올해 시연작에 더 만족하는지. 대부분 "퀄리티가 훨씬 올라가서 놀랐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더 많은 게임이 도전을 던진 만큼 기본기를 갖춘 작품이 많이 발견됐다. 모든 게임이 신선한 것은 아니었다. 인디게임도 글로벌 주류 흐름이 존재하는 만큼, 흥행 장르를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무작위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이 정도면 훌륭한 타율이었다.

게임 인생에서 완전히 처음 보는 발상도 종종 경험할 수 있었다. 시연대에 앉으면서, 매번 새로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느꼈다. 게임쇼에서 게임 자체를 만나는 즐거움도 함께 겪었다.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열정을 자본으로 개발한 만큼, 돌발 상황도 종종 나왔다. 종종 현장에서 버그에 걸려 실시간 버그리포트 현장이 벌어지기도 했고, 갑자기 사운드가 나오지 않아 장비 교체 작업이 일어난 적도 있다. 비즈니스 데이가 시연 첫날이다 보니 아마추어 개발자 입장에서 시행착오가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가장 인상 깊은 기억은, 시연 시작 3초 만에 버그를 발견한 경우였다. 본능적 호기심에 게임에서 가리키는 반대 방향으로 뛰면서 대시했는데, 구르던 자세 그대로 벽에 끼어버린 것. "이건 처음 보는 버그인데..."를 되뇌이며 게임을 리셋해주신 개발자 분, 제 잘못입니다. 게임하면서 워낙 쓸데 없는 짓을 많이 해서요.

하지만 불편하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과정에서 서로 소통할 기회가 생겼고, 관객은 언제든 개발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유저와 개발자가 가장 가까워지는 공간이었다. 관객은 '게임'을 즐기고, 개발자는 '작품'을 표현하고 있었다.

올해는 BIC 마스코트 캐릭터들이 데뷔하기도 했다. 엘리, 모모, 아몬드. 앞으로 매년 만나게 될 이름들이다. 아직 인지도는 모자랐다. 관람객 참여 퀴즈 코너에서 캐릭터 이름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모두가 황급히 팜플렛을 뒤적거려야 했다.

캐릭터를 활용한 BIC 굿즈도 조금씩 준비되어 있었다. 첫 만남이니만큼 프로모션이 조심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캐릭터메이킹은 이제 시작이다. 우주에서 온 3명의 친구가 내년 어떤 게임을 들고 유저들을 찾아올까.

옥의 티라면 푸드코트에서 불만이 나왔다는 것 정도. 작년에 비해 가격이나 맛이 떨어진 느낌이라는 감상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종종 나왔다. 하지만 푸드코트 주변 라운지에서 창 밖으로 내다본 부산항의 모습은 "BIC를 찾아와서 다행이야"라고 되뇌이게 만들 만큼 좋은 전망이었다. 그리고, 스테이크는 맛있었다.

요약하면, '게임전시회'의 본질에 맞는 대규모 행사를 오랜만에 만났다.

2019 BIC페스티벌 총 관객 집계는 13,023명, 또다시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했다. 갈수록 인디게임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직접 찾아와 확인하면 그 이유를 깨닫기 충분했다. BIC페스티벌은, 한번 가면 다시 가고 싶어지는 게임쇼였다.

게임은 문화라는 말, 예술이라는 말. 우리는 게임산업의 기초 토양을 매만지면서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그저 문화라는 되풀이에서 더 나아가야 했다. 어떤 특징을 가진 문화인지, 어떤 매력을 지닌 예술인지. 게임이라는 문화콘텐츠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유저들은 그 지점에 대한 대답을 주류 게임계에서 듣지 못하고 있었다.

BIC페스티벌은 대답하고 있다. 2020년에 그 답은 더 크게 돌아올 것이다. 유저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만큼, 발자국 소리에 걸맞게 커다란 메아리로.

 

※ 2019 BIC 페스티벌 어워드 수상작

▶ 일반부문

그랜드 프릭스 : Sea Salt (스웨덴)

심사위원상 : Frincess&Cnight
아트 : SKUL
게임디자인 : Sea Salt (스웨덴)
실험적게임 : RP6
내러티브 : 언폴디드:참극
캐주얼 : 온슬롯카
멀티플레이 : The Last Bug (태국)
소셜임팩트 : 언폴디드:참극

▶ 루키부문

라이징스타 : 래트로폴리스
아트 : Aurore (프랑스)
게임디자인 : 프로스토리
내러티브 : 귀 없는 마을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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