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더, 언니네이발관, 스왈로우, 서울전자음악단, 3호선 버터플라이, 윤영배, 로로스, 장필순.

위에 나열한 이름을 모두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공연 관람이 취미가 아닌 이상, 많으면 두세 팀 정도 알지 않을까. 하지만 음악 마니아 사이에선 명반으로 인정받은 뮤지션들이고, 한국대중음악상 역대 올해의 음반 수상자 중 일부다.

한국대중음악상,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이름이다. 대중 대다수가 모르는 음악들이 주요 상을 수상하고 평론가들의 박수를 받는다. 그 이유로 인디음악상이나 평론가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수상 기준이 오직 음악성 평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음원, 유튜브, 음반 등 흥행 여부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 게임전문지에서 웬 음악상 이야기냐고 묻기 전에 우선 읽어볼 것들

한켠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한국대중음악상은 역사와 기준을 유지해오며 인지도를 함께 키웠다. 매해 기복은 있지만 대형 센터에서 시상식을 치를 정도로 발전했고, 문화계에서도 주목할 만큼의 권위를 가지게 됐다.

일반 대중의 감성과 완전히 유리된 것은 아니다. 모두가 잘 아는 이적이 2008년 주요 상을 쓸어담은 사례도 있다. 그중 주요 수상부문인 올해의 노래 상은 최대한 많은 리스너들의 공감과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향으로 수상이 이루어진 편이다.

소녀시대, 아이유, 싸이, 빅뱅, 등 해당 해를 뒤흔든 뮤지션들의 최대 히트곡이 올해의 노래에 선정되어 왔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올해의 음악인 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면서 아이돌 음악을 향한 선입견을 정면으로 깼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선택이 대중의 선택보다 앞질러 가는 일도 종종 나왔다. 예컨대 장기하와 얼굴들은 아직 언더그라운드에 머물러 있던 2009년 싸구려 커피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고, 이후 지상파 방송에서 충격을 선사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15년 전 1회 수상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본 시각에서는 가장 크게 다가오는 선순환이 있다. 후보 노미네이트와 수상 과정에서 오는 정보 공유다. 장르별로 많은 리스너와 평론의 인정을 받은 작품들이 후보로 올라오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다면 올해 숨겨진 보석으로 어떤 음악이 있었는지 쉽게 알고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알릴 소중한 기회를 부여받는다. 메인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가 서로 순환되면서 작품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점차 성숙됐고, 이제 주류와 구분이 힘든 뮤지션도 흔히 발견하게 됐다.

* 현재 한국에 '작품'을 평가하는 게임상은 없다

지금 한국에서 조금이나마 권위를 가진 게임상은 대한민국 게임대상 하나다. 배틀그라운드 같은 '역대급' 이레귤러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 주류인 RPG 장르에서 대상이 나왔고, 대형 게임사의 신작이 주요 부문을 수상한다. 음악으로 따지면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나 멜론뮤직어워드(MMA) 같은 형태다.

그런 어워드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흥행과 매출을 배제하고 작품성을 심사하는 시상식이 함께 권위를 가져야 할 당위성은 크다. 인디게임을 향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나는 시기에, 창작자에게 어워드로 리워드를 주지 않으면 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독립적 작품이 다양하게 피어나기 어렵다.

해외는 이런 게임들을 위한 다양한 어워드가 준비돼 있고, 홍보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물론 게임풀이 엄청나게 넓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 역시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체성을 유지한 채 나오는 완성작은 매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음악과 달리 종합예술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소수의 힘으로 주류 작품을 따라가기 벅차다는 게임의 특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게임풀을 넓힌 뒤 시상식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비슷하다. 그런데 정부와 기관이 관심을 기울인다면 시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처음 생긴 2004년에도 비주류 대중음악의 토양은 척박하기 그지없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지금 존재하는 여러 독립영화 시상식은 우선 투자와 지원을 기울인 다음 판을 키우는 과정을 거쳤다. 한국대중음악상의 후원 주체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있다. 게임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 곳들이다.

* 게임의 문화적 발전을 원한다면, 문화의 발전 방식을 답습해야 한다

김병관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게임을 문화예술로 취급하는 법안 계류가 아쉽다는 의견은 이런 지점에서 나온다. 해당 법안이 성사된다면 게임의 작품 발전이나 비평이 후원을 받는 일이 더욱 수월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 사회 인식이 그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장기적으로 기반을 다져가야 할 목표다.

필수 관문을 하나 넘어야 한다. 게임비평의 발전이다. 한국 게임계는 시장 규모와 기술력 발전에 비해 비평 분야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주류 게임 중 대다수가 비평이 불필요한 지경이기 때문이라는 해명은 가능하다. 그러나 결국은 작품 중심 논의가 활성화되고 역사를 가져야, 비주류 게임 역시 같은 선상에서 올려놓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디어 분야에서 조금 더 분발하는 한편, 심도 있는 비평을 연구해야 할 메리트를 어떻게 제공할지에 대해서도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

조금씩 잠재력을 키우고 있는 BIC페스티벌 어워드
조금씩 잠재력을 키우고 있는 BIC페스티벌 어워드

한국대중음악상도 완벽한 어워드는 아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소수 음악인들의 취향이 지나치게 반영되고 그 속에서 소외되는 뮤지션이나 장르가 생긴다는 비판도 꾸준히 있다.

하지만 모든 문화콘텐츠에서, 작품성과 예술성을 평가하는 데 주관과 취향을 완벽하게 배제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어워드의 출현이다. 각 집단마다 정체성을 갖고 선명한 기준으로 작품을 선별할 수 있다면 문화예술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한국 게임계는 다양성을 향한 관심을 늦게나마 조금씩 갖춰나가고 있다. 이제는 '작품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게임이 어떤 문화인가"에 대한 응답은 그 지점에서 출발할 수 있다. 목소리를 넘어,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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