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고정이 적용된 오버워치 경쟁전에 대해 커뮤니티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역할고정은 6명의 유저가 2명씩 돌격, 공격, 지원 영웅을 맡는 규칙으로, 특징상 ‘222조합’으로 불리고 있다. 경쟁전 도입에 앞서 진행한 베타 시즌은 ‘3탱-3힐’ 고츠(GOATS) 메타의 사장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팀 컬러 제한의 우려로 이어졌다.

오버워치 리그의 양상도 달라졌다. 고츠 메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보니 돌진과 로드호그-오리사, 더블 스나이퍼 조합 등 전략 선택지가 넓어졌다. 궁극기 적중률을 겨루던 한타 위주 전투는 하이퍼 FPS게임다운 여러 변수들로 긴장감을 되찾았다.

하지만 리그와 달리 18시즌 경쟁전 메타는 둠피스트와 오리사-시그마가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경쟁전 공격군 랭킹 10위권 유저 중 8명의 모스트픽은 둠피스트다. 돌격군 또한 10명 중 과반수가 오리사-시그마를 모스트 1, 2픽으로 가져갔고 모이라 역시 지원군 영웅 중 모스트 1, 2픽을 차지했다. 다양성을 되찾은 리그와 정반대로 경쟁전 메타는 고착화된 셈이다.

메타의 중심에는 방벽 체제가 있다. 신규 영웅 시그마의 출시로 오리사를 더한 2방벽 전술이 가능해졌고 자연스럽게 방벽을 관통할 공격군 영웅에 초점이 맞춰졌다. 게다가 222조합으로 딜러와 힐러진의 피해량과 회복량이 제한되자 솜브라, 브리기테 등의 픽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상황과 조건이 갖춰진 둠피스트는 키포인트로 떠올랐다. 철권포를 제외한 모든 공격이 방벽을 뚫는 데다 카운터픽인 솜브라마저 묻힌 메타는 독무대를 의미했다. 또한 체력이 낮은 지원 영웅들은 둠피스트의 스킬 연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메인 힐러로서 탑 티어에 자리한 아나의 포지션은 상당히 애매하다. 222조합에서 부족한 회복량과 변수 창출을 동시에 만족하려면 힐러의 선택지는 극히 제한된다. 둠피스트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받고 있지만 반대로 둠피스트를 가장 잘 보조할 수 있는 영웅이기도 하다.

아나가 쓰러졌을 경우 임무를 보좌할 서브힐러의 존재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팀을 아우르는 회복 스킬과 둠피스트의 강습에 대한 생존기까지 갖춘 챔피언. 한정된 선택지에서 모이라와 루시우에게 시선이 모이는 것은 최선이라기보다 차선책에 가까웠다.

오버워치에서 메타의 고착화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고츠 조합이 리그에서 대두됐던 이유는 어떠한 메타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대전 게임 특성상 높은 승률의 전술은 편법이 아닌 전략이며, 자유로운 메타가 가능했던 오버워치에서 특히 중요한 플레이 방식이다.

반면 둠피스트 일변도로 바뀐 경쟁전 메타는 전술의 영역보다 단순한 ‘OP’(OverPowered)의 모양에 가깝다. 2방벽 메타의 대응책으로 둠피스트가 등장한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후 상황을 커버할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다. 그 결과 팀 게임에서 영웅 하나로 변수가 창출되는 일을 막을 수 없게 됐다.

18일 패치에 하향 소식이 포함되지 않았고 시그마와 오리사의 방벽에 대해서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둠피스트의 입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둠피스트와 함께 리퍼와 위도우메이커도 방벽메타의 카운터로서 득세 중이다.

역할고정은 오랫동안 오버워치를 잠식했던 고츠 메타의 종말을 알렸고 리그는 관전의 재미를 되찾았다. 하지만 경쟁전은 둠피스트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한 영웅을 너프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대적인 변화가 도입된 만큼, 영웅 전체에 대한 밸런스 개선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과감한 선택으로 오버워치를 ‘환골탈태’시킨 블리자드의 안목이 역할고정의 첫 데뷔 시즌에도 발휘될 수 있을지, 유저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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