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과 복고. 언뜻 보면 뜻이 상충하는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란 말처럼 각 분야의 트렌드 세터들은 레트로란 이름으로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그래픽과 콘텐츠 볼륨으로 최신 기술의 집약체다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언더테일과 컵헤드 등의 작품으로 레트로한 감성을 자극한다. 8비트 사운드와 고전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현 세대의 같은 인기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준비 중인 달빛조각사 역시 유행과 복고 사이에 있다. 원작 팬들의 기대는 크다. 12년 전, 판타지에 가까웠던 원작 속 내용은 상상이 아닌 게임 콘텐츠로 구현된다. 로열로드는 VR게임의 이상향에 가깝다. 게임은 슈퍼컴퓨터의 관리 아래 완벽하게 안정된 운영을 선보인다. 게다가 NPC들의 AI 수준은 사람과 다를 바 없어 유저들은 게임 속에서도 현실에 가까운 자유도를 즐길 수 있다.

첨단 기술로 구현된 시스템과 달리 게임 속 세계관은 전형적인 판타지의 왕도를 따른다. 다양한 종족과 직업군을 선택할 수 있으며, 마법과 왕국이 있고 성장에 필요한 몬스터도 폭넓게 존재한다. 여기에 각국의 정세와 길드 간의 알력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반지의제왕’보다는 캐주얼한 ‘왕좌의게임’에 가깝다.

그렇다면 최신 기술과 정통 중세 판타지가 한데 엮인 달빛조각사의 방향성은 트렌드 세터일까, 아니면 레트로일까?

표면적으로 봤을 때 첫인상은 레트로에 가깝다. 매출차트 최상위권을 점령한 작품이나 신작 게임에서 알 수 있듯 모바일 MMORPG의 트렌드는 실사화다. 8등신 캐릭터와 수준 높은 배경묘사는 대작을 자부하는 게임이라면 반드시 갖춰야할 요소로 자리 잡았다.

반면 달빛조각사는 SD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외형만 보면 MMORPG보다 캐주얼 게임에 어울리는 비주얼이다. 로열로드의 압도적인 자유도와 방대한 콘텐츠를 감안한다면 의외일 수 있지만 무모한 선택은 아니다. 송재경 대표의 첫 작품, 바람의나라 역시 23년째 이러한 특성을 유지 중이다. 넓은 필드와 파티플레이가 가능한 직업군, 다양한 몬스터들은 바람의나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여기에 달빛조각사는 원작의 특징이자 송재경 대표의 전작 아키에이지의 핵심 콘텐츠였던 생활 요소를 녹여낼 예정이다. 모바일 MMORPG에서 생소한 하우징 요소와 함께 요리, 제작, 낚시를 지원하며, 조각으로 추가 버프와 경제활동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사풍 그래픽과 경쟁 위주의 플레이, 하드코어한 콘텐츠 대신 캐주얼한 분위기와 생활 콘텐츠 등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것.

송재경 대표는 “달빛조각사는 남녀노소 따지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유저층에 맞춰 그래픽 스타일도 귀엽게 구성했다”라며 “오픈필드를 모험하는 플레이가 레트로 스타일에 어울려, 초기 MMORPG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라고 그래픽과 플레이 콘셉트를 설명한 바 있다.

하우징과 함께 히든 퀘스트 또한 달빛조각사가 새롭게 시도하는 레트로 요소다. 히든 퀘스트는 원작의 시작을 알린 콘텐츠로 주인공 위드는 히든 퀘스트의 의도치 않는 보상을 받아 전설의 달빛조각사로 거듭난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조차 없는 퀘스트는 온라인, 모바일게임보다 과거 레트로 게임 타이틀에서 찾아볼 수 있던 비밀코드에 가깝다.

레트로 게임을 연상케하는 달빛조각사의 콘텐츠는 새로우면서 익숙하다. 그러나 진부하지 않다. SD캐릭터와 히든 퀘스트 등의 콘텐츠는 현 세대 게임이 아닌 과거 레트로 게임을 연상케 한다. 하우징 요소 역시 자원을 수급하는 장소라기보다 커뮤니티 공간으로써 인테리어를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재미에 집중했다.

지난 인터뷰에서 송재경 대표는 달빛조각사의 특성을 레트로와 캐주얼로 요약했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아리송할법한 말이다.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뚜렷하다. 하드코어 콘텐츠와 경쟁으로 가득한 모바일 MMORPG에서 달빛조각사가 추구하는 RPG 본연의 재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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